'기계'가 만든 단색화가 비추는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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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혀진 캔버스 한가운데를 흰색 물감을 잔뜩 묻힌 밀대가 쉼 없이 오간다.
물감이 묻힌 자리에 새 물감 덩어리가 다시 얹힌다.
조각을 전공한 작가가 뚝딱뚝딱 만든 기계는 온종일 붓질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물감이 캔버스에 튀거나 흐르거나 굳는 데는 그때그때 우연이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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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눕혀진 캔버스 한가운데를 흰색 물감을 잔뜩 묻힌 밀대가 쉼 없이 오간다. 물감이 묻힌 자리에 새 물감 덩어리가 다시 얹힌다. 그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단색화 대표 기수로 꼽히는 원로 작가의 그림과 당혹스러울 만치 닮았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 수(SU:)에서 한창 '작업' 중인 한진수 작가의 '액션 페인팅'이다.
조각을 전공한 작가가 뚝딱뚝딱 만든 기계는 온종일 붓질을 멈추지 않는다. 모터로 작동하는 밀대의 속도와 각도는 작가가 철저히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물감이 캔버스에 튀거나 흐르거나 굳는 데는 그때그때 우연이 작용한다. 양가적인 성격의 작업은 '반복적인 행위를 통한 수행성'으로 대접받는 단색화 또한 돌아보게 한다.
한진수의 다른 작업도 기계적인 알고리즘으로 유기적인 행위를 끌어내는 '이중적' 오브제 형태를 띤다. 어릴 적 강변에서 놀던 기억을 나뭇가지, 조화, 깃털 등의 키네틱으로 풀어낸 '리퀴드 메모리'와 핑크빛 새가 거품을 만들어내는 '낙타새와 황금알'이 그렇다.
한진수와 김홍식, 블루숩 작업을 모은 갤러리 수 기획전 '이중적인 진심을, 그대에게' 골자는 제목 그대로 이중성이다.
'산책자' 입장에서 현대 도시의 풍경을 관찰해온 김홍식은 루브르미술관, 오르세미술관 등에서 명작을 보고자 몰려든 인파를 살핀다. 작가의 시선을 전용한 이미지가 또 다른 시선의 대상이 되는 '미술관' 시리즈의 양가적 특성은 금색 액자 프레임의 매개로 한층 도드라진다.
러시아 작가그룹 블루숩 '작은 폭포'(Cascade)는 실재하는 듯한 가상의 풍경을 통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헤드셋을 쓰고 영상을 감상하는 관람객은 계단 아래로 맹렬히 쏟아지면서 앞으로 몰려오는 거센 폭포에 위압감마저 느낀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인공 폭포라는 점을 인지한 상태일지라도, 그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작품은 2016년 러시아 최고의 현대미술상인 칸딘스키상을 받았다.
전시는 다음 달 15일까지.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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