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그만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나 / 정민걸

2019. 8. 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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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이었던 조국씨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그의 자질 적격성에 대해 온 나라가 뜨거운 정쟁으로 들끓고 있다.

부모의 인맥 혹은 실력을 동원할 수 없거나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학생과 부모들의 박탈감과 허망함이 후보자의 자질 적격성과 관련된 정쟁을 가장 뜨겁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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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민정수석이었던 조국씨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그의 자질 적격성에 대해 온 나라가 뜨거운 정쟁으로 들끓고 있다.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낯 뜨거울 수 있는 의혹들이 후보자의 가족사에서 숱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집단은 단지 후보자가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과 함께하는 인물인지 아닌지에 따라 조국 지키기와 조국 끌어내리기의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1985년 인수한 사립학원을 둘러싸고 후보자의 가족들 사이 채권-채무 관계에 대해 ‘적법이다’와 ‘아니다’의 대립된 주장이 맞서고 있다. 관련된 한 가족 구성원의 혼인 관계 변화가 정쟁의 또 다른 중심 소재다. 또한 사망자의 재산이 거의 없게 된 상황에서 한정 상속을 이용하여 채무를 실질적으로 면제받은 일에 대해서도 상속자들이 빚더미에 갇히지 않도록 구제하는 적법한 과정인지, 고의로 재산을 정리한 사기인지 논란이 뜨겁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 마련된 법과 제도에 따른 정상적인 행태였다는 주장과 법과 제도에 따르는 모양새를 갖추었지만 사학을 도구로 불순한 의도로 행해진 사기행각이었다는 주장의 양끝에서 일어나는 정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입과 관련된 의혹까지 불거졌다. 시험 성적과는 무관하게 포트폴리오 관리를 중점으로 두는 전형을 이용하기 위해 후보자의 자녀가 부당한 행위를 했는지가 정쟁의 중심이 됐다. 대학의 공식 프로그램이 아닌, 교수가 개인적으로 마련해준 2주간의 연구실 체험만으로 고등학생이었던 후보자 자녀가 에스시아이(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의 제1저자가 된 일이 의혹으로 불거진 것이다. 부모의 인맥 혹은 실력을 동원할 수 없거나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학생과 부모들의 박탈감과 허망함이 후보자의 자질 적격성과 관련된 정쟁을 가장 뜨겁게 하고 있다.

대입과 관계되지 않는다면 이런 저자나 발표자 끼워넣기를 단순한 무임승차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갈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저자 끼워넣기는 타인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연구한 결과를 아무 노력 없이 단순히 절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 끼워넣기로 탈취한 논문을 발판으로 입시 결과만이 아니라 취업이나 직위 등 미래가 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후보자 자녀가 제1저자인 논문의 책임교수가 ‘대입을 위해 단순히 포트폴리오를 잘 작성하는 행위로 여기고 해외 대학 지원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는 취지로 아무 생각 없이 발언한 것은 충격이었다. 마치 이런 행위가 한 학교의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학부모 간 ‘선심 쓰기’에서 발생한 것 같은 상황이 온 국민의 기운을 빼앗아버린 것이다.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숨겨진 의도로 법과 제도를 이용한 것인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후보자 지키기’에 나선 정치 집단에서는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촛불을 든 국민들은 성실한 국민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허망함을 이해할 수 있는 정부와 여당을 원한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한 사람에게 매달리며, 그만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장관이라고 고집부리는, 인재 부족과 지도력 부족의 정부·여당을 국민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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