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한국 노동자 대량해고 통보

정대연 기자 입력 2019. 8. 2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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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방위비 분담금 큰 증액 불구
ㆍ식당 노동자 감원·시간 감축
ㆍ비정규직화로 부담 줄이려

한국에 대폭 증액된 방위비 분담금을 받아낸 미국이 한편에서는 주한미군기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하고 있다.

28일 한국노총 전국외국기관노조연맹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주한미군은 군인식당 소속 한국인 노동자 74명을 다음달 말까지 감원하고 내년 10월까지 200여명의 근무시간을 줄이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또 관련 인원 전체를 파견업체인 ㄱ사의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전국의 주한미군기지 군인식당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는 300여명으로, 사실상 이들 전체가 감원이나 근무시간 감축 대상인 셈이다.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고 연장근로에 따른 수당으로 낮은 기본급을 보충해왔기 때문에 근무시간 감축에 따라 실질급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에 따르면, 노조와 주한미군이 맺은 단체협약에는 감원 요인이 발생할 때 6개월 전 이를 통보하도록 돼 있지만 주한미군은 이조차 지키지 않았다. 노조 측은 “노동자들을 다른 지역 기지로 배치해 사실상 퇴직을 종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상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노동3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사용자인 주한미군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단체행동 참여 시 노동자 해고나 노조 해산이 가능하다.

지난 2월 한국과 미국은 올해 한국이 전년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원의 방위비를 분담하는 내용이 담긴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맺었다. 협정문에는 한국인 직원의 고용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양국이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분담금 중 인건비도 지난해 3800여억원에서 5000여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런 내용의 협정이 체결됐음에도 대량해고 사태를 앞두게 된 데 대해 노조는 제도 허점을 지적한다. 현재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임금의 88%는 한국이 부담하는 분담금 인건비 항목에서 나가지만 나머지 12%는 미국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직접고용에서 하청으로 전환할 경우 한국인 노동자 임금을 미국 정부가 전혀 부담하지 않고 분담금 군수지원비에서 100% 지급할 수 있게 된다. 노조는 “이를 악용하면 주한미군기지의 한국인 정규직 노동자 3000여명이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한미군의 이 같은 편법을 막기 위해 방위비를 현행 총액형에서 소요충족형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지오 주한미군노조 사무국장은 “총액형은 주한미군이 분담금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마나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 없어 ‘쌈짓돈’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제11차 협정부터는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필요한 만큼 지급하는 소요충족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날 평택 주한미군기지 앞에서 감원과 하청 전환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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