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자기 리조트서 G7 제안.. 트럼프 '도럴 스캔들'

이건창 기자 입력 2019. 8. 29. 03:07 수정 2020. 3. 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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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회원국 "대통령직을 이용해 사적인 이윤 추구" 비난
"공항서 5분, 건물마다 멋진 객실"
국제회의 유치로 수지개선 노려.. WP "파트타임 영업맨인가" 비판
작년 英 방문때 본인 리조트 이용, 23만달러 비용 모두 정부예산 처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미국이 주관하는 주요 7국(G7) 회의를 플로리다주에 있는 본인 소유의 골프 리조트에서 열자고 한 제안을 두고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G7 회원국에선 "최고 공직인 대통령직을 이용해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라는 비난이 일면서, 해당 골프장 이름을 따 '도럴 스캔들'이라 하고 있다. G7에서 논의된 무역 전쟁이나 기후변화 등 굵직한 국제 문제를 '도럴 스캔들'이 집어삼킨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폐막 기자회견에서 내년 G7을 '트럼프 내셔널 도럴 마이애미 골프 클럽'에서 열자고 했다. 그는 "도럴은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5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방갈로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건물들이 있는데, 건물마다 전망이 멋진 객실이 50~70개 있다. 각국이 건물 하나씩 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가 기자들 앞에서 부동산 홍보 전단에 나올 법한 수치와 팩트를 들이댔다"고 했고, 미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파트타임 영업맨인가"라고 경악했다.

트럼프의 제안은 농담이 아니었다. 직후 백악관이 공식 트위터 계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주최하는 다음 G7 정상회의 장소를 발표했다"면서 도럴 골프장을 차기 개최지로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의 론 와이든 연방 상원의원은 즉각 성명을 내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이용해 제 지갑을 채우고 있다"며 "우리 동맹들에 트럼프 호텔에서 돈을 쓰라고 요구하는 것은 동맹에 대한 모욕이자 우리 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미 헌법 '보수 조항(Emoluments Clause)'엔 의회 승인 없이 미 정부 관리들이 외국 정부에서 선물이나 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미 네티즌들은 2016년 도럴 골프장의 한 회원이 객실 침구 속 빈대에게 여러 군데 뜯겼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건을 상기하며 "이런 곳에서 G7 회의를 열자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도럴엔 빈대가 없다"며 "급진 좌파가 못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것"이란 트윗을 연속해 올리며 반격했다.

도럴 골프장은 사실 트럼프의 최대 골칫덩이다. 트럼프는 2012년 1억5000만달러(약 1820억원)를 들여 파산 직전의 이 리조트를 매입, 네 골프 코스와 700여 객실을 갖춘 4성급 호화 리조트로 개조했다. 그러나 2017년 영업이익이 69%나 감소하며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결국 망해가는 자기 리조트를 살려보려고 대통령 직권으로 국제 회의를 유치해 홍보와 수익 창출을 노린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이런 노골적 '영업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는 미국과 유럽, 중동 등 세계 곳곳에 골프장 16곳을 소유하고 있으며 3개를 더 짓고 있다. 이런 골프장과 호텔 체인 운영에 '대통령 트럼프'가 개입해 직접 장사하는 문제는 계속 지적돼왔다.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불러 미일 정상회담을 열었고, 장관 후보자를 불러 인터뷰하기도 한다. 모두 대통령 공식 일정이라 정부 예산으로 비용이 처리되고 있다.

그는 해외 순방 때도 여러 차례 자신의 골프 리조트를 홍보했다. 지난 6월 트럼프는 유럽 순방 당시 아일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아일랜드 서부의 '트럼프 둔벡 리조트'에서 하자고 요구했는데 아일랜드가 적절치 않다며 거부했다. 결국 정상회담은 둔벡 인근의 국제공항 라운지에서 열렸는데, 트럼프는 회담 후 기어이 이 리조트로 가서 골프를 했다. 지난해 7월 영국을 방문했을 때도 스코틀랜드에 있는 본인 소유의 턴베리 리조트에서 2박 3일 골프 여행을 즐기고 미 국무부에 23만달러(약 2억8000만원)가 넘는 비용을 청구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소유 리조트 등에서 진행한 공식 휴가와 공화당 행사, 외국 정부 인사 초청 행사로 번 돈만 최소 160만달러(약 19억원)라고 추산한다. 여기엔 미 정부 고위직들의 트럼프에 대한 '충성 경쟁'도 한몫한다. 예컨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워싱턴 DC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3만달러(약 3600만원)짜리 연말 파티를 여는 계약을 했다고 27일 WP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취임 전 "트럼프 재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했지만, 운영은 두 아들에게 맡기고 소유권은 자기가 갖고 있어 사실상 직접 장사를 하는 구조다. 미 언론들이 이런 점을 비판하자 그는 "난 돈 버는 데 관심 없다"고 발끈하면서 "내가 대통령직 때문에 (사업을 못 해) 손해 보는 게 30억~50억달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브스는 "트럼프의 총자산이 31억달러인데 도대체 어디서 그만큼을 손해 봤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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