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동선 기밀인데.. 민노총, 미리 알고 코앞서 시위
경찰 지도부, 경위 파악 나서.. "정보담당 경관이 유출" 의심도
행사 사흘전 집회신고했는데 경찰 아무 사전 조치 안해 논란
민노총 산하 울산건설기계노조 레미콘지회(레미콘 노조) 소속 조합원 수백 명이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시 중산동 현대모비스 친환경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는 시간에 맞춰 도로변에 나와 피켓 시위를 벌였다. 노조는 극비 보안 사항인 대통령 동선(動線)을 사전에 파악해 경찰에 집회 신고까지 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국가원수가 탑승한 차량 행렬이 시위대의 코앞에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레미콘 노조원 250여명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울산시 북구 매곡산업단지 앞 사거리에 집결해 '레미콘 노동자 생계 파탄, 사측을 규탄한다' '특수고용직 노조할 권리 약속 위반 문재인 대통령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레미콘 노조는 레미콘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운송비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이 이날 시위 현장에 가져온 차량 위에 달린 확성기에서도 각종 구호가 울려퍼졌다. 현장에 경찰 15개 중대 800여명이 있었지만, 민노총 시위는 제지받지 않고 계속됐다. 한 시간쯤 뒤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문 대통령 일행이 탄 차량 행렬이 지나갔다. 누군가 자칫 돌발 행동을 하더라도 제지할 수 없을 만큼 근접한 거리였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경찰 지도부는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이 문 대통령의 방문 사실을 알고 피켓 시위를 사전에 모의한 정황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레미콘 노조는 지난 25일 낮에 이미 울산중부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사흘 전에 대통령의 울산 방문 일정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경찰은 내부적으로 경위 파악에 나섰다.
당장 울산 지역 노조를 맡은 정보 담당 경관들이 누설자로 의심받기 시작했다. "민노총의 동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친분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려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거래 차원에서 흘리지 않았겠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사흘 전 대통령 이동 동선에 집회신고가 들어왔는데도 경찰이 아무런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최근 사회 분위기가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 아니냐. 우리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를 벌인 레미콘 노조가 문 대통령 앞으로 쓴 서한문을 건네받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 전달했다.
민노총은 이날 울산에서 고공 농성도 시작했다. 노조 간부 2명은 이날 오전 3시 10분쯤 울산 북구 대성레미콘 맞은편에 자신들이 설치한 높이 10m 철제 구조물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다. 20여 분 뒤에는 또 다른 간부 2명이 남구 장생포에 있는 높이 30m의 저장고 위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다. 이날 동시다발적인 고공 농성도 문 대통령의 울산 방문에 맞춰 날짜를 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레미콘 노조는 지난달 파업 돌입 후 여러 차례 불법 시위를 벌였다. 두 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파업으로 현재 울산 시내 학교 공사 현장 5곳과 관급 공사 현장 15곳이 공사 차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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