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P2P금융 법제화 '파란불', 연체율은 '빨간불'

이남의 기자 입력 2019.08.2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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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 대출의 해외제도 현황 및 극내 법재화 방안 모색 공청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고범준 기자

P2P금융(개인 간 거래) 업계의 숙원이던 P2P금융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P2P금융법이 발의된 지 2년 만이다.

최근 국회는 3개 제정안과 2개 개정안을 통합 심사해 정부안 형태로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다. P2P금융법은 ▲최저자본금 5억원 ▲금융회사 투자 허용(채권당 최대 40%) ▲자기자금 대출 허용 ▲개인 투자한도 확대 ▲투자자 보호 의무 강화 등이 담겼다. 금융당국은 P2P금융법이 국회 본회의를 예정대로 통과되면 올해 안에 시행령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P2P 법제화 첫 단추 ‘소비자 보호’

그동안 P2P금융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통신판매업자이자 모집된 금액을 대출자에게 전달하는 대부업으로 분류됐다. 대부업체는 지자체의 행정지도를 받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다. 사기‧횡령 문제로 투자자의 피해가 끊이질 않았던 이유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P2P금융은 처음으로 법적지위를 가진다. P2P상품도 기존 금융상품과 마찬가지로 법적인 피해 구제책이 적용된다. 기존 금융회사도 대체투자 상품으로 P2P금융을 활용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P2P업체들을 심사하고 평가한 뒤 상품 투자에 참여하면 개인 투자자의 신뢰도 커질 수 있다.

중금리대출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사람들이 P2P금융의 중금리대출을 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핀테크 서비스를 활용해서 금리절벽을 해소하고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핀테크 스타트업 등 투자유치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법안통과 후 “더 많은 자금 공급자가 P2P거래에 참여해 자영업자나 벤처기업, 중소기업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전세계 P2P대출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2322억달러(약 282조765억원)로 2013년과 비교해 24배 급성장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2000억달러로 전체의 87%를 차지하며 뒤를 이어 미국 10%(234억달러), 영국 2% 순이다. 우리나라 P2P금융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5조원을 기록해 2017년 6월 처음 1조원을 넘어선 후 2년 만에 4배 이상 급성장했다.

◆부동산 쏠림현상, 자정 능력필요

문제는 법제화 난망 속에 늘어난 P2P대출의 연체율이다. 정부가 은행에 부동산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P2P금융에 고위험 대출이 쏠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P2P대출의 연체율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P2P금융업체 45곳의 평균 연체율은 8.5%로 2016년 6월 집계를 시작한 후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12월 5.79%였던 연체율은 올해 1월 6.79%로 올랐고 2월과 3월에 각각 7.54%와 7.07%를 보이다가 8%대로 올라섰다. 2017년 4월 0.89%, 2018년 4월 1.77%에 비교하면 최고 10배 높은 수치다.

연체율은 상환일로부터 30일 이상 상환이 지연된 금액의 비중을 뜻한다. P2P금융협회 회원사 중 연체율이 20%를 넘긴 곳도 8개사에 달한다. 부동산시장 침체기에도 무분별하게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판매해 연체율이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수익에 몰두한 P2P업체의 대출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P2P업체가 중금리대출 같은 신용대출이 아닌 수요가 몰리는 부동산대출 판매에 몰두하고 있어서다.

P2P대출 중 신용대출(개인 및 법인) 누적액은 올 3월 말 현재 1348억원으로 전체 대출액 3조6000억원의 3.7%에 불과하다. 반면 부동산PF대출1조1000억원을 포함한 전체 부동산대출은 1조9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53.2%를 차지한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P2P대출은 취약계층에게 저렴한 자금 공급원으로 도입됐지만 법인과 부동산대출에 쏠려있어 도입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라며 “법제화를 앞두고 건전한 P2P대출시장 육성을 위해 대출관리 자정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P2P업체의 투자 전문성도 요구된다. P2P금융은 대출과 투자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다. 부동산P2P 투자자는 P2P업체가 제시한 건축업자의 시공능력과 신용도, 시행사의 역량을 판단해 준공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다. P2P업체가 이를 면밀히 판단할 수 있는 심사평가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향후 부동산의 공사가 완료된 후 투자금 상환까지 절차도 P2P업체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실제 공사현장에서 날씨나 시공사와의 갈등 등 예상치 못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P2P업체의 후속관리와 대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P2P금융이 법제화를 앞둔 만큼 회원사 간 자정작용을 할 수 있는 협회의 역할도 요구된다. 현재 P2P금융은 한국P2P협회와 개인 대출 중심의 마켓플레이스협의회로 양분됐다. 금융권에는 상품에 따라 나뉜 보험협회(생보협·손보협)를 빼곤 업종별로 한개의 협회를 두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P2P금융은 대출자와 투자자의 니즈에 따라 성장해 전문성 없이 연체율만 커졌다”며 “P2P업체가 제도권 금융회사로 신뢰를 회복하고 기존 금융회사가 제공하지 못한 핀테크 금융서비스를 선보여야 차별화된 플레이어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7호(2019년 8월27일~9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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