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오른팔' 사건 재연되나..'윤석열 배신감'에 끓는 친문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때는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가지고 얼마나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시게 만들지 않았는가.”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윤석열호’의 첫 수사에 민주당이 야당 시절처럼 발끈하는 것은 검찰과의 질긴 악연을 잊을 수 없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인식도 이 대표와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은 2011년 11월 김인회 인하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와 함께 낸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의 ‘들어가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참여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검찰개혁을 국가적 과제로 상정하고 시도했습니다. 그동안 제기된 검찰개혁 과제들을 하나하나 의제화하고 제도화하려고 했습니다. 정치적 중립 과제나 인권 친화적 수사에서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아 성과보다는 실패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참여정부가 끝나고 나서도 개혁을 둘러싼 참여정부와 검찰의 대립은 남아 있었습니다. 그 결과가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입니다.”
검찰과 ‘노무현-문재인 진영’의 악연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시작됐다. 노무현 정부는 현재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과 거의 유사한 검찰개혁안을 내놓고 검찰과 대치했다. 공직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그때도 갈등의 축이었다. 2003년 3월 9일 노 전 대통령은 ‘검사와의 대화’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시도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이 자리에서 검사들은 검찰 인사권을 법무부 장관에서 검찰총장에게 넘기라고 요구하면서 “그간 검찰이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것은 정치권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중립은 정치인들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고 검찰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맞섰다. 그런 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을 포함한 ‘사법부 불개입’ 원칙을 철저히 고수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의 ‘송광수 검찰총장-안대희 대검 중앙수사부장’ 체제는 여야를 불문한 대규모 대선자금 수사를 해냈고 ‘국민 검찰’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검찰 개혁 1호 과제였던 ‘중수부 폐지’론은 힘을 잃었다. 『문재인의 운명』에 적은 문 대통령의 기억도 같다.
“중수부 폐지를 본격 논의하기 전에 대선자금 수사가 있었다. 그 수사를 중수부가 했다.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검찰이 정권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수사할 수 있게 보장해줬다. 이 수사로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대단히 높은 신뢰를 받게 됐다. 그 바람에 중수부 폐지론이 희석됐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게 되면 마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보복 같은 인상을 줄 소지가 컸다. 그 시기를 놓치니 다음 계기를 잡지 못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지켜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며 독립이다.”
그렇게 지킨 ‘중립 검찰’은 곧 살아있는 권력을 향했다. 결과는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노무현 정부를 탄생부터 소멸 이후까지 후원했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구속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최대 공약이었던 검찰 개혁은 이 과정에서 힘을 잃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4년 11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당 내에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 등이 나오면서 상설특검제라는 유명무실한 절충안으로 기울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검찰 개혁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와는 다른 접근법을 택해왔다. 수사 불개입 원칙은 그대로 고수했지만 대통령의 인사권은 십분 발휘해 검찰 내 우군(友軍)을 구축하는 데 신경을 쓴 게 가장 큰 차이였다. 윤 총장 취임 전후 특수부 출신들로 꾸려진 윤석열 사단이 공안부서 책임자까지 꿰차는 검찰 인사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해도 너무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여권에서는 “이번엔 진짜 뭔가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돌았다.
검찰의 수사 향방을 두고서는 여전히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열심히 수사했는데 아무것도 없다고 정리하려는 쇼”라는 생각부터 “윤 총장 스타일상 조 후보자 구속까지 가지 않으려면 칼을 뽑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전혀 다른 주장과 근거들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여야가 모두 윤 총장과 수사팀의 진정한 의사를 알지 못하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장혁·이우림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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