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지명이 부른 국론분열..文대통령 해법은

조소영 기자 2019. 8. 2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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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대통령' 약속했는데..'극단 여론' 지속
靑 "대통령 고심 많을 것"..대국민메시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노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8.29/뉴스1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국회에서 가진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에서 '통합 대통령'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감히 약속드린다.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야당대표들과 일일이 만나 '협치'도 약속했다.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현충일, 광복절 등 여러 공식석상에서 진영의 통합은 물론 지역과 세대에 있어서도 분열을 지양하는 목소리를 냈다. 대표적으로 문 대통령이 올해 6월6일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약산 김원봉 선생과 채명신 장군을 함께 언급한 것이 그랬다. 월북인사든, 5·16군사쿠데타에 참여한 보수인사든 면면을 살펴보면 결국 애국인사로 수렴됨을 강조함으로써 대국민 통합 메시지를 낸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문 대통령의 이런 노력이 무색해진 분위기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태는 '극단의 여론'을 낳고 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찬성과 반대 국민청원부터 실시간 검색어 전쟁이 그렇다. 조 후보자 지지세력은 지난 27일 '조국힘내세요' 검색어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렸고 반대세력은 '조국사퇴하세요'로 맞섰다. 조 후보자 지지세력은 28일엔 '가짜뉴스아웃', 29일엔 '한국언론사망'을 검색어에 올렸다.

이날(2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공개한 조 후보자 관련 여론조사는 문 대통령이 타파하고자 했던 '분열의 수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조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반대)은 54.5%, 찬성은 39.2%였다. 이런 가운데 전자에 표를 던진 이들은 보수층과 중도층,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무당층, 20대 및 50대 이상, 충청과 부산·경남(PK), 대구·경북(TK), 서울이었다. 후자에 힘을 보탠 이들은 진보층과 민주당·정의당 지지층, 40대와 호남이었다.(자세한 조사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등 참조)

지난 27일부터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 같은 '국론분열의 상황'은 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진실보다는 진영논리가 우선시되는 기류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2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찰이 조 후보자에 대한 무차별 압수수색을 단행했는데 여야가 합의한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해찬 당대표는 전날(28일) 여권의 트라우마로 꼽히는 '논두렁 시계사건'을 꺼내들고 나섰다. 그는 "(검찰이) 피의사실을 유포해서,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땐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가지고 얼마나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시게 만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같은 날(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비판했다. 그는 "충정은 이해하나 아주 부적절하고 심각한 오버였다"며 "사건의 맥락을 검찰총장(윤석열)이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또 자신과 조 후보자 모교이자 후보자가 교수로 재직 중인 서울대에서 전날(28일)까지 두 차례 조 후보자 사퇴 요구 집회가 열린 것을 두고 "순수하게 집회하러 나온 대학생이 많은지, 구경하러 온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많은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2019.8.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청와대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수사 당일(27일) '후보자가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피의자가 될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기자들이 질문하자 "거꾸로 피의사실이 없을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동일한 관계자는 다음날(28일) 현 대통령 주치의(강대환 양산부산대병원 교수) 위촉 과정에 조 후보자 딸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과 조 후보자 간 연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데에 "TV조선에서 가장 먼저 관련 보도가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 속에서 해당 언론사가 어떻게 그 문건을 확보했는지 궁금하다"고 답했다. 검찰과 보수언론의 커넥션을 의심한 것이다.

반면 보수야당은 민주당을 비판하는 동시에 검찰수사를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와 친문(親문재인)세력이 대놓고 (검찰을) 겁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원내정책회의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의 수족노릇을 하지 않으면 정의검찰에서 적폐검찰이 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여야가 팽팽히 맞서면서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개회 여부도 오락가락 하고 있다. 앞서 여야는 긴 공방 끝에 9월2일부터 3일까지 '조국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이날(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청문회 증인·참고인 채택 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청문회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조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그가 임명이 되든 그렇지 않든 한국사회에 '분열의 상처'를 낳을 것으로 관측된다. 임면권자인 문 대통령은 끝까지 말을 아끼다가, 조 후보자와 국회로 넘어가있는 공이 자신에게 넘어오는 9월3일을 기점으로 의견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법을 통해 9월3일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하는 등 조 후보자 임명절차를 밟은 후, 분열된 국론을 다독이고 사법·검찰개혁에 힘을 모으기 위한 대국민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무엇이든) 속단할수는 없다"며 "청문회를 보고나서 판단해야하는 문제"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타이어가 고장나면 바꿔야할 것이다. 대통령도 여러모로 고심이 많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상황은 국론분열이라기보다 '상식 대 선호의 대결'로 봐야 한다"며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소수가 다수처럼 포장된다면 '진짜 여론'이 오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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