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이제 후진국, 기술대국 착각 하지마" 진단

김상기 기자 입력 2019. 8. 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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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전문가 가야 게이치 "현실 직시 않으면 가난한 나라 추락" 경고

일본의 유명 경제전문가가 ‘일본은 이제 후진국이라고 인정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숫자만 보면 일본은 이미 참담한 수준이어서 선진국이라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인데, ‘기술 대국’이라는 착각에 빠져 지금처럼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다면 원래의 ‘가난한 나라’로 추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여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비아리츠=로이터연합


주인공은 ‘부자의 교과서’ 등을 펴내며 국내에도 잘 알려진 경제전문가 가야 게이치(50)다. 그는 지난 27일 발매(9월3일호)된 뉴스위크 최신호에 실린 칼럼에서 일본의 경제 상황을 냉혹하게 분석했다.

그는 일본이 급속히 빈곤해졌다며 각종 경제 지표를 제시했다.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선진국 중 최하위이며 세계경쟁력 순위는 30위로 199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IMD). 평균 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18위에 불과하고 상대적 빈곤율은 38개국 중 27위다.

OECD의 각종 자료를 보면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교육에 대한 공공 지출의 국내총생산(GDP) 비율은 43개국 중 40위이고 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50개국 중 41위, 장애인에 대한 공공 지출의 GDP 비율은 37개국 중 32위, 실업에 대한 공공 지출의 GDP 비율은 34개국 중 31위다.

가야 게이치. 현대비즈니스 캡처


가야 게이치는 일본이 한때 세계 2위의 부유한 나라였다는 명제도 부정했다.

원래 잘 사는 나라였다가 경쟁력 저하와 인구감소로 경제력이 떨어졌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원래부터 가난한 나라였는데 반짝 경제호황을 겪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가야 게이치는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선진국 최하위라고 했는데, 사실 이 순위는 5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일본 경제에 버블이 낀 1980년대에 각국과의 생산성 격차가 다소 좁혀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일본의 생산성은 낮았다”면서 “1인당 GDP가 세계 2위를 차지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순간이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수출대국’이라는 표현도 과대평가된 면이 있다고 했다. 2017년 세계 수출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3.8%에 그쳤다. 1위 중국(10.6%), 2위 미국(10.2%), 3위 독일(7.7%)과 비교할 때 매우 작은 수준이다.

가야 게이치는 독일은 일본보다 GDP가 작은데도 수출 절대량이 일본의 2배 이상이라면서 독일은 지난 40년간 세계 시장에서 수출 점유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 반면 일본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즉 일본은 ‘옛날에 부자였는데 지금은 가난해졌다’가 아니라 ‘원래 가난했는데 80년대 풍요를 겪은 뒤 다시 가난한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7년 7월 29일 도쿄 총리 관저로 들어서며 취재진으로 부터 북한 미사일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


가야 게이치는 일본 기업의 최대 장점이 ‘발 빠른 흉내와 저렴한 제품 생산’이라고 판단했다. 일본인에게는 혁신적인 제품을 발명하는 능력은 없지만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능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발목을 잡았다.

‘표절 상법’으로 재미를 보다 버블기를 거치며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는데 일본인들이 스스로의 기술력을 과신해 ‘일본은 기술대국’이라고 착각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가야 게이치는 “이런 기본 인식의 차이가 현상을 유지하려는 성향으로 굳어졌고 이로 인해 일본 기업들이 쇠퇴산업에 집착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후진국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만 막다른 골목에 들어간 일본 경제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가야 게이치의 칼럼을 퍼나르며 아베노믹스를 맹비난하고 있다.

“20~30년 후에 역사를 되돌아보면 아베 총리는 일본 경제에 치명상을 준 인물로 악명을 떨치고 있을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취하자. 아이들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

“아베 정권의 7년 동안 이렇게까지 국력이 쇠퇴했다. 악몽이다. 언론은 언제까지 아베에 가담할 것인가.”

“아베노믹스는 실패 정책의 집대성이다. 산업의 쇠퇴, 무역의 적자, 임금 감소, 가계 소비 감소, 지역 쇠퇴, 마이너스 금리로 은행은 궁지, 일본은행 중앙은행 기능 마비…”

트위터 캡처


“아르바이트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 40세 정규직인데 월급 실수령액이 17만6000엔이다. 빈부격차는 줄지 않는다.”

“노동자 시급을 비교해보자. 20년간 한국은 250%, 영국 87%, 미국 76%, 프랑스 66%, 독일 55% 늘었다. 일본은 유일하게 9% 하락했다.”

트위터 캡처


“현실은 이렇지만 TV에선 언제나 일본은 대단한 나라라고 나오지.”

“경제만 후진국인가요? 증오국가이기도 합니다.”

“20년 전 세계 100대 기업에 일본 기업이 23개 들었다. 지금은 도요타와 소프트뱅크만 있지.”

트위터 캡처


“이건 충격이다. 아베는 안 된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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