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한국이 중국 편으로 가나" 미국·일본 의심 커진다

김민석 2019. 8. 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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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미국이 중재 나서게 하려면
징용문제 해법 내고, 재론 말아야"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장
"로스트(lost) 코리아 가속
한국은 모두에게 고립될 것"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
"훗날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 동맹 균열의 원인 평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 파장 좌담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의 파장에 관한 좌담회를 28일 본사에서 가졌다. 왼쪽부터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센터장·진창수 전 세종연구소장. 최정동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미 동맹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국익’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미국은 “실망”이라며 “생각을 바꾸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는 한국의 독도방어훈련에 대해서도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우려했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28일 해리 해리슨 주한 미 대사를 불러 ‘실망’이라는 표현에 자제를 요청했지만, 미국은 불쾌감만을 드러냈다. 미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은 공동으로 다시 비판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심지어 슈라이버 미 국방부 차관보는 파기 이유를 “한국내 정치”라고 꼬집었다. 한·일 갈등이 한·미 공방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28일 긴급 좌담회로 파장과 대책을 논의해 봤다.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마디로 “정부가 상황 판단을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정부가 (일본 압박을 위해)지소미아 카드를 사용해도 미국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착각했다”며 “아직도 미국의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정 파기 배경에 대해 일본 전문가인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장은 “일본에 대한 협상카드가 없어 미국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 정부는 한·미·일 공조체제가 신냉전체제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부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한·일관계가 악화하면서 일본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이참에 지소미아 파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2016년 지소미아 체결을 담당했던 류제승(예비역 육군 중장)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정보교류는 전략적 평가와 직결된다”며 “안보문제를 너무 쉽게 봤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파기에 대한 정부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Q :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군이 위험하고 한국 방어 어렵다”고 한다.
A : ▶류=정보는 정확성·신속성·신뢰성이 기본이다. 그래서 여러 소스가 필요하다. 북한 군사활동과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일본의 정보 기여는 한·미 다음이다. 북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잘못 추론하면 한·미 연합방위체제에 허점이 생긴다. 이를 노린 북한이 도발하면 최전선에 있는 주한미군의 위험이 커질 수 있고, 방위에 어려움도 생긴다. 또한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7개)를 거점으로 하는 연합작전 수행이 곤란해진다.

Q : 한반도 유사시 지소미아 기능은.
A : ▶신=유사시에는 신속한 정보 공유가 핵심이어서 그 틀인 지소미아가 더욱 중요하다. 전쟁 상황에선 북한 미사일이 수백발씩 떨어진다. 북한 잠수함과 특수부대가 동해 공해상으로 침투하면 일본 해상초계기 정보가 필수다. 그러나 지소미아를 파기하면 일본으로부터 정보를 현장에서 직접 받을 수 없다. 미군 함정을 경유하면 신속대응이 어렵다.

▶진=미국을 경유해 일본 정보를 공유하는 한·미·일 정보교류시스템(TISA)이 있지만, 동시다발 전투 땐 기능에 한계가 있다.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장

Q : 독도방어훈련에 대한 미국 우려는.
A : ▶류=이번 독도훈련은 우리 군이 계획했던 것인데 해병대와 이지스함이 참가한 역대급이었다. 그러나 과연 정부가 원한 것을 얻었을까. 반일정서와 독도 사랑에 부응해 국내 정치적 이익엔 도움됐겠지만, 미·일 시각에선 ‘저렇게 과격한 카드를 쓰나’라는 의심이 들었을 것이다. 로키(low key)로 갔어야 했다. ‘군사와 외교는 동전의 양면’이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진=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면 일본은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독도훈련을 실시하면 한·일이 충돌할 수 있다. 그땐 일본은 우선 우익 선박으로 독도 부근에서 항의하고, 일본의 탐사선이 독도 인근에 진입할 수 있다. 일본 자위대의 행동은 그 다음이다. 이런 상황은 급격하게 진전될 수도 있다. 문제는 한·일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면 일본이 한반도 방위의 기반인 유엔사 후방기지(주일미군기지) 지원을 거부할 우려가 있다.

▶신=독도에서 한·일 강대강 구도가 되더라도 군사적 충돌까지 가진 않을 것이다. 대신 미국은 한국의 독도훈련을 비판하고, 일본에도 상황 악화를 경고할 것이다. 독도훈련에 대한 미 국무부의 비판도 그런 차원이다. 하지만 정말 충돌하면 한·일에 대한 미국의 조정력은 상실된다. (한반도에서)미국이 빠질 수도 있는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Q : 지소미아 파기와 인도·태평양전략 및 한·미동맹 영향은.
A : ▶진=인·태전략은 미국의 대전략이다. 한·미 동맹은 그 속에 있다. 한국이 이 전략에 소극적이어서 일본은 한국을 배제하려 한다. 로스트(lost) 코리아가 되고 있다. 이번 지소미아 파기를 통해 로스트 코리아는 더 가속화될 거다. 한국의 안보적 매력도 점점 떨어진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만회할지가 고민이다.

▶신=자유민주주의 가치 측면에서 한국이 중국과 안보적으로 협력할 수는 없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에서 이탈하더라도 우리에게 특별히 잘해주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국은 모두로부터 고립되는 상황이 된다.

▶류=중국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을 중립화하는 것이다.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에 미·일은 ‘한국이 중국 편으로 가는 건가’ 생각하고, 중·러는 웃게 한다. 그러나 중국을 상대하려면 여러 나라와 함께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

Q : 강제징용 갈등이 외교→경제→안보로 확산됐다.
A : ▶신=현 단계로선 한·일 군사관계가 완전히 단절됐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징용피해자에 의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단계와 국익 침해 등에 따라 일본은 한국과 단절하는 셧다운(shut down)의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이다.

▶류=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우리와 군사교류 인프라가 잘돼 있다. 그동안 신뢰와 경험을 쌓아왔다. 한·일 사이에 국방부 장관급·차관급·장성급 회의체가 있고, 합참도 교류해왔다. 그런데 최근엔 서로 교환 방문과 회의, 해상수색구조훈련(SAREX) 등을 하지 않고 있다. 정치·역사 문제와 군사관계는 분리해 군 교류는 지속해야 한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Q :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라는 안보카드는 너무 이른 것 아닌가.
A : ▶진=이번 사태의 씨앗은 중국의 사드 이의 제기에 문재인 정부가 ‘한·미·일 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말에서 비롯됐다. 그때부터 한·일 군사협력이 어려워지고, 일본 함정의 욱일기 게양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정부는 한·일 교류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는 카드를 먼저 소진하고 있는데, 정작 일본은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고 있다.

▶신=우리가 어떤 협상이나 압박에서도 카드를 정확하게 알고, 사용 시점도 가늠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가진 카드를 너무 쉽게 쓴다. 그러다 보면 나중엔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조치까지 할 수도 있다.

▶류=그런 면에서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 건 이른 조치다. 파기에 앞서 ‘이 시간 이후로 정보 교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면, 지소미아를 다음 카드로 쓸 수 있었다.

Q : 대책은 무언가.
A : ▶신=미국이 한·일 갈등에 관여하도록 하려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수용할 정도의 해법을 정부가 내놔야 한다. 가령 징용 피해자 보상은 우리 정부와 기업이 감당하고,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징용 문제를 더는 거론 말고 모든 평가는 역사에 맡길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미국이 중재에 나선다. 또 우리의 신남방전략을 인·태전략과 연계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다.

▶류=안보협력에서 미국과 조금도 의혹이 없어야 한다. 중국과는 호혜 협력적으로 가야 한다. 훗날 역사가들이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 동맹 균열의 원인이 됐다고 평가할까 두렵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정리 도움=장서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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