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청와대 "하우스·하우스 소통" 미 국방부 "연락 못 받았다"

유지혜 2019. 8. 30.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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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안보실장급 9번 통화"
미국 "지소미아 파기 미리 안 알려"
"한·미 소통 문제있다" 지적 나와
슈라이버.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동맹국인 미국과 소통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측은 연일 ‘지소미아 복귀’를 공개 촉구하고 있어 ‘소통’이 효과적이었는지 여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앞서 ‘하우스 대 하우스(house to house)’ 소통을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통 라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소위 화이트 하우스(백악관)와 블루 하우스(청와대), 주한 미국 대사관도 있고 여러 경로를 통했다. 우리의 상황을 공유하기도 하고 어떤 건 통보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28일 “하우스 대 하우스 차원에 자세히 이야기했다”며 “(안보)실장급에서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아홉 번 통화를 했고 미국에 가서도 했다. 미측에 오해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자세히 얘기를 했다”고 했다. 청와대와 백악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선 충분히 협의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도 ‘소통 논란’이 일었던 27일 “미국과 소통은 긴밀히 해왔고, 미국이 표명하고 있는 입장에 대해서도 양측 간에 긴밀히 소통을 하고 있다”며 “매일 매일 주말 할 것 없이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각급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차관보는 28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한국으로부터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의 인터뷰에선 “지소미아와 관련한 구체적 결정에 관해 사전 통보가 없었다. 결정 발표 시점에 우리는 한국이 아직 검토 중이라는 말로 이해했다”고도 밝혔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집요한 지소미아 복귀 요구는 한·미가 소통했다는 정부의 설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우리는 단기적으로 북한, 장기적으로 중국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중요한 궤도로 (한국이) 신속하게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앞서 23일(현지시간) 낸 성명에는 “이번 결정(지소미아 종료)은 문 정부가 동북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중대한 안보 도전들에 대해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문구까지 담겨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럼에도 “한·미 간 이견이라기보다도 각자의 입장이 있다”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에게 한국 측 입장을 전달한 이후로) 에스퍼 장관이 ‘한·일 양국’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 뉘앙스가 달라졌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한·미 간 불통 상황이 벌어진 데는 현재의 엄중한 외교안보 국면의 결정 및 메시지 관리를 청와대가 주도하면서 생긴 일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조세영 1차관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를 불러 실망 표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빼면 외교부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한국의 강제징용 제3국 중재 거부에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남관표 주한 일본 대사를 불러 항의했을 때 마이크를 잡은 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아니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었다. 이후 대부분의 대일·대미 메시지는 김현종 2차장과 김유근 1차장이 냈다. 그러는 동안 강 장관은 한국에 없을 때가 많았다.

미 행정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외교부의 카운터파트인 미 국무부조차도 뭔가 일이 제대로 되게 하려면 외교부가 아니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연락을 취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유지혜·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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