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정원 '민간인 사찰' 주장 시민단체 대표, 서훈 국정원장 검찰에 고소하기로
[경향신문] ㆍ국정원이 이적단체로 의심
ㆍ포섭당한 대학 후배가 접근
ㆍ“프락치 활동했다 자백 받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사찰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 대표 최모씨(44)가 서훈 국정원장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최씨는 2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찰 피해자들을 대표해 다음달 초 서 원장을 검찰에 고소할 것”이라며 “피해자들은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국정원이 감시하라고 시킨 단체들을 내가 만들었다. 나로부터 시작된 일이니까 내가 나서서 끝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2014년 9월부터 이달까지 국정원 정보원으로서 ‘사찰’했다고 폭로한 ㄱ씨의 서울대 선배다. 최씨는 2015년 한 결혼식장에서 ㄱ씨를 소개받았다. 최씨는 “ㄱ씨가 국정원에 포섭된 정보원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내가 준비하던 시민단체 활동을 권유했다”며 “간부 직책을 맡겨 직장인 회원들의 독서모임을 운영하게 했다”고 전했다.
2016년에는 ㄱ씨가 국정원에서 받은 돈으로 얻은 서울 동작구 자취방에서 함께 살았다. 최씨는 “ㄱ씨가 프락치라고는 의심하지 않았고 허술한 후배 정도로만 생각했다”며 “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꾸중도 많이 했다”고 했다.
최씨는 서울대 재학 시절 동아리연합회 회장 등을 맡아 학생운동을 했다. 경남에서 지역 불균형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시민단체 대표로 활동한다. 환경·교육·노동 등 여러 시민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최씨가 운영한 모든 단체가 국정원 감시 대상이 됐다.
국정원이 ㄱ씨를 통해 감시한 인사들은 과거 서울대·고려대 학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학생운동 단체 출신이다. 그는 2016년 9월 남북통일과 경제협력을 연구하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국정원은 이 단체를 이적단체로 의심했다.
최씨는 “단체 행사나 활동 내용을 모두 페이스북에 올린다. ㄱ씨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자꾸 RO 관련 질문을 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모두 국정원의 지시였다”고 했다. 그는 “‘RO 사건’처럼 ‘무장혁명’ 같은 발언이 녹취됐다면 국정원에서 가만히 있었을까”라고 되물었다.
언론 폭로 직전 ㄱ씨는 감시하던 몇몇 선후배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최씨는 이 사실을 전해듣고 ㄱ씨 집을 찾아가 밤새 술을 마셨다고 했다. 최씨는 “어이가 없었지만 왜 정보원 생활을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며 “이른바 ‘생계형 프락치’였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에라도 돌아선 ㄱ씨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다”며 “ㄱ씨에게도 ‘네가 함께한다면 피해자들도 다 같이 싸워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최씨는 “국정원 개혁을 끝까지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냉전으로 먹고살았던 수구세력의 저항을 정부도 국정원장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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