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Eat]고기 자르는데 맨손으로..'中 코스트코' 미국도 놀란 광경

강기준 기자 2019. 8. 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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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코스트코 상하이 1호점 개장 첫날 '인산인해'
맨손으로 돼지고기 집으며 몸싸움도
무역전쟁·돼지열병으로 식료품값 '폭등'하자 '할인'에 몰려
/AFPBBNews=뉴스1


"3, 2, 1...와아아"

지난 27일, 중국 상하이에 미국 대형 할인마트 코스트코가 1호점을 개장했습니다. 새벽 2시부터 줄 서있던 고객들은 굳게 닫혔던 셔터가 올라가기가 무섭게 엉금엉금 기어서 매장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와아아' 함성소리와 함께 이들은 원하는 물건을 선점하기 위해 뜀박질했습니다.

내부는 그야말로 전쟁터였습니다. 손님들은 고기부터 술, 세제, 인형, 가방까지 닥치는대로 집어 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돼지고기를 두고는 직원이 고기를 자르는 도중에도 맨손으로 이를 낚아채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개장 첫날 1200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은 3시간 가량 줄을 서야했고, 이 때문에 인근 도로까지 교통이 마비됐습니다. 공안까지 코스트코에 출동해 "제발 이성을 찾아달라. 성숙한 중국인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호소하는 촌극까지 벌어졌습니다.

결국 코스트코는 영업시간을 8시간이나 앞당긴 오후 1시 문을 닫았고, 이튿날엔 하루 2000명으로 고객수를 제한한다는 안내까지 해야 했습니다.

/AFPBBNews=뉴스1


이날 풍경을 본 외신들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서도 보기 힘든 특별한 광경"이었다고 했고, 중국 매체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증명했다"며 이번 사례가 해외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버릴 수 없는 이유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얼마든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 달콤한 꿈이 하루만에 산산조각났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맞느냐"는 의견을 내거나, "무역전쟁으로 값싼 미국제품을 간절히 원했던 중국인들이 일을 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코스트코는 일단 오픈 첫날부터 중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가히 '대란'이라고 부를만한 오픈 첫날 인기를 한꺼풀 벗겨보면 현재 중국이 처한 경제 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중국은 현재 급격한 식품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로 경제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식품가격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데다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발병하면서 돼지고기값이 폭등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마디로 '식품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AFPBBNews=뉴스1


주요 식재료 가격은 지난 8월 9일 이후 2주새 18%나 올랐고, 지난 1년간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상승세는 50%에 달합니다. 이중 중국인들 밥상에 매일 오른다는 필수 식재료, 돼지고기값은 폭등세라고 부를만 합니다. 지난 3월달만해도 kg당 19위안선(약 3200원)이었던 고기값은 지난 23일 기준 31.77위안(약 5365원)까지 65% 이상 뛰었습니다. 이미 종전 역대 최고치였던 kg당 21위안을 돌파하고도 계속 가격이 오르기만 하는 것입니다.

먼저 한번 걸리면 100% 치사율이라는 ASF로 인해 중국의 돼지 사육량은 지난해보다 32% 줄었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감소세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무역전쟁으로 가축 사료에 쓰이던 미국산 대두 등의 수입이 막혔고, 이밖에 사료에 들어가는 미국산 옥수수 등도 관세탓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사료값마저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돼지고기는 중국인들에게 빠질 수 없는 필수품과 마찬가지 입니다. 연평균 돼지소비 소비량은 38.6kg으로, 중국이 전세계 돼지의 절반 가량을 키우고, 소비도 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 비중이 워낙 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10%나 됩니다. 돼지고기값 폭등이 전체 물가상승을 이끌고, 중국 경제에도 큰 짐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돼지고기 유통 통제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부터는 저소득층을 위주로 돼지고기 구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올 추석을 앞두고는 돼지고기 수요 급증을 우려해 푸젠성 같은 경우엔 1인당 돼지고기 구매를 제한하고, 신분증을 가져와야만 살수 있도록 강제할 방침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중국은 무역전쟁으로 미국산 과일에도 관세가 붙으면서 과일값이 지난달 기준 1년새 39.1%나 오르기도 했습니다. CNBC는 중국의 식품 인플레 현상이 대두, 과일, 돼지고기 3가지에 의해 폭등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AFPBBNews=뉴스1


이런 상황에서 박리다매로 저가전략을 취하는 코스트코의 등장은 식품값 고공행진에 울상인 중국인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던 것입니다. 코스트코는 오픈 기념으로 299위안(약 5만원)짜리 멤버십 가입비용을 199위안(약 3만3600원)으로 낮추는 등 할인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날 코스트코의 고기값은 시중보다 15~20% 가량 싸게 팔렸습니다.

이날 코스트코를 방문한 릭 조우(31)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코스트코에서 오픈 할인까지 더하면 고기값이 매우 싸서 한시간 넘게 운전해 왔다"고 했고, 60세의 한 남성은 "일반 슈퍼마켓보다 고기값이 훨씬 싸서 이것저것 사다보니 1800위안어치(약 30만원)를 쇼핑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선 이제 식품을 남들보다 조금 더 싸게 파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경쟁력이 될 수 있게 됐습니다. 월마트가 운영하는 대형 할인점 샘스클럽 역시 지난 2분기 중국 매출이 4.7% 상승했습니다. 신선식품을 공격적으로 할인해 판매한 덕을 봤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과거 까르푸 등 해외 할인마트들이 중국에서 실패한 사례를 들며, 코스트코가 성공적으로 중국 시장에 안착하려면 코스트코만이 가진 고유의 제품을 팔아 차별점을 둬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면서 당분간 코스트코는 특유의 박리다매 할인 전략만으로도 중국에서 큰 인기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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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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