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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하면 미국에 '분담금 6조원' 내야 한다?

박민희 입력 2019.08.30. 19:26 수정 2019.08.3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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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오른쪽)와 티머시 베츠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지난 2월10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에 가서명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국에 대해 “유감”과 “실망”을 쏟아내는 미국을 달래기 위해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한국과 일본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역사 갈등을 봉합한 뒤 2016년에 지소미아를 체결했는데, 그 뒤에는 미국의 적극적인 설득과 개입이 있었다. 지소미아는 중국을 견제할 목적의 한-미-일 군사협력을 위해 미국이 공들여 쌓은 탑이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미국 동북아 전략에 균열을 일으켜 역린을 건드린 셈이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관심사인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받아들여서라도 미국을 달래야 한다는 논리다.

9월 중순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협상은 역대 최고로 힘들 것 같다”며 한숨을 쉰다. 7월 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방한한 주요 목적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청구서를 내밀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쪽은 주한미군 주둔과 운영에 매해 50억달러(약 6조원)가 들어가니, 한국이 이 가운데 최대한 많은 비용을 내야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적용된 제10차 협정의 분담금은 1조389억원이다. 미국은 최대 6배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주한미군 주둔비 연 50억달러’의 근거가 무엇인지도 확실치 않다. ‘한국 방어’라는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소파)의 규정을 넘어,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른 군사활동을 하는 비용까지 한국이 부담하는 새로운 기준을 내민 것으로 추정된다.

주한미군 주둔의 근거 규정인 소파 협정 5조는 한국은 토지와 시설을 제공하고, 주한미군의 주둔·유지비 전체는 미국이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방위비 분담금을 내는 것 자체가 소파 협정에 어긋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요구로 1991년부터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체결해 한국이 주둔 비용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일부에서 시작해 이제는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의 거의 전부,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부담으로 확대됐다. 분담금 외에도 한국은 시설부지 지원, 토지임대료, 카투사 지원 등 해마다 약 4조원을 주한미군을 위해 사용한다. 이 밖에도 내년 한국의 국방예산 50조1527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미국 첨단무기를 사오는 데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은 ‘노’(No)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지지자들을 향해 ‘한국의 방위비 인상’을 업적으로 자랑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볼 때, 이번 협상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한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주한미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부자 나라 한국이 돈을 못 내면 우리 병사들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할 수밖에 없다’ 식의 ‘위협’을 할 가능성을 상상하긴 어렵지 않다. 미국 관리가 익명으로 언론에 ‘주한미군 감축’ 얘기를 흘리는 것만으로도 한국을 뒤흔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최근 한-일 갈등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보수우익을 중심으로 나오는 ‘한국이 버려진다’는 주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 우익 잡지 <문예춘추> 9월호의 ‘문재인 정권이 적국이 되는 날’이란 기사는, ‘한국 좌파가 38선을 동해로 끌어내리려 한다’며 한국 좌파가 북한, 중국과 손잡고 일본과 동해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한국과 단교할 것을 각오하고 남북한과 중국·러시아의 대륙블록에 맞설 미국-일본-대만의 해양블록을 구상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의 이런 주장과 맞물려 한국 보수세력과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이른바 ‘신 애치슨 라인’을 주장한다.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했으니, 미국이 동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일본-대만 등으로 이어지는 ‘신 애치슨 라인’을 형성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한국이 미-일의 하위 파트너로서 중국에 맞서는 전초기지가 되지 않으면 버림받을 것이라는 협박이다. 일본에 어서 무릎 꿇고 지소미아도 다시 연장하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도 대폭 올리라는 속내가 엿보인다.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요구대로 따르면 한-미-일 군사협력의 한축이 되고, 한국의 국익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면 중국과 한편인 적국이 된다는 논리다.

미국이 29일 우주사령부를 다시 창설했다.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85년 레이건 행정부가 미사일 방어와 감시를 위해 창설한 우주사령부는 소련을 겨냥한 ‘스타워즈’ 구상의 핵심이었고, 이로 인한 군비경쟁은 소련 몰락의 주요 요인이었다. 2019년 트럼프판 스타워즈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에 이어 중국과의 군비경쟁을 본격화해 중국을 몰락시키려는 군사 패권경쟁의 개막이다.

지소미아 연장 안 하고 분담금 덜 올린다고, 미국이 중국에 가장 근접한, 중국 견제에 핵심적인, 수많은 주한미군 기지를 놔두고 군대를 철수할까?

박민희 통일외교팀장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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