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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추가 비용 '엄살'에..법 시행 앞두고 강사 13.4%가 강의 기회 잃어 [커버스토리]

김민아 기자 입력 2019. 08. 31. 06:04 수정 2019. 09. 0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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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강사법 Q&A

강사법 시행이 거듭 유예되면서 시간강사들의 고통은 깊어졌다. 2013년 8월 전국비정규직교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강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수입 대비 강사료 비율 1~3%

대부분 사립대 재정에 영향 미미

교원으로서의 다양한 권리 행사

‘민주화 비용’을 대학들이 더 겁내

정부, 내년 지원 예산 809억 편성

대학 평가에 강사 고용 지표 반영

공공재로서의 대학 교육 안착 위해

묵묵히 연구하는 강사들 지원 필요

지난 1일 시행된 강사법의 공식 명칭은 ‘개정 고등교육법’이다. 고등교육법은 2011년 대학 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처음 개정됐으나 이후 4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됐다. 대학과 강사 측 모두 시행에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학 측은 재정 부담 증가, 강사들은 대량해고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시행 예고와 유예가 되풀이되면서 대학 측은 강사·강좌 수를 선제적으로 줄였고, 강사의 고용 불안과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뒤따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강사법 시행을 더 이상 유예할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지난해 3월 대학 대표·강사 대표·국회 추천 전문가 각 4명으로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가 구성됐다. 이들은 19차례 회의를 거쳐 합의안을 마련했고 국회는 이 개선안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또다시 ‘강사 구조조정’에 나서자 교육부는 추가 지원사업에 착수했다. 보수언론은 ‘해고 부르는 강사법’ ‘강사 내쫓는 강사법’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사법을 공격하고 있다. 강사법은 과연 태어나서는 안되는 악법인가. 쟁점을 짚어봤다.

■ 강사법의 핵심은

강사의 교원 지위 인정과 처우 개선, 고용 안정이 초점이다. 교원의 한 종류로 ‘강사’를 신설하고, 해고 등 부당한 조치에 대해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다. 1년 이상 임용을 원칙으로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도록 했다. ‘절차’를 보장한다는 것은, 심사 결과에 따라선 재임용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강사에게 방학기간 중 임금을 지급하되, 임금 수준 등 구체적인 사항은 별도의 ‘임용계약’으로 정하도록 했다. 시행령과 매뉴얼에 따르면, 강사 채용도 공개채용으로 이뤄져야 한다.

■ 강사·강좌 수는 얼마나 줄었나

교육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2019년 1학기 대학강사 고용현황’을 보면, 강사법이 적용되는 399개 대학의 강사 수는 4만6925명으로 지난해 1학기(5만8546명)보다 1만1621명(19.8%) 줄었다. 이 중 3787명은 전임교원이 되거나 겸임·초빙교수 등 다른 교원 트랙으로 갈아탄 뒤 강의를 계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7834명(13.4%)은 아예 강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앞서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학기 4년제 일반·교육대 196곳에 개설된 강좌는 지난해 1학기보다 6655개 감소했다. 시간강사가 맡은 강의 비율도 지난해 1학기엔 22.8%였으나 올해 1학기엔 19.1%로 낮아졌다. 강사 수를 줄이고 전임교수들에게 더 많은 수업을 맡긴 것이다. 2학기 실태는 몇 달 지나야 나오게 된다. 부산의 한 사립대학에서 강의해온 ㄱ씨는 “2학기를 앞두고 강사 공채에 10곳 넘게 응시했는데 한 대학에서만 강의를 얻었다”며 “박사과정 수료한 지 4년 된 지인은 모든 공채에서 탈락해 한 과목도 못 맡았다”고 전했다.

■ 학습권 침해 실태는

2학기 개강을 앞둔 대학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상당수 사립대학에서 강좌 수가 줄고 강사 채용 절차도 지연됐기 때문이다. 상당수 사립대학에서 수강신청 직전까지 담당 교수자가 정해지지 않거나 강의계획서가 업로드되지 않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 때문에 서강대는 수강신청 일정을 한 차례 미뤘고, 한국외국어대는 추가 수강신청 기간을 설정했다. 일부 대학에선 필수과목의 개설이 보류돼 졸업에 차질을 빚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의 경우 교양필수인 ‘스토리텔링과 글쓰기’ 강좌 분반이 8개였으나 이번 학기에는 3개로 축소됐다. 게다가 분반당 정원은 35명에서 6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 수업의 질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 대학은 추가 부담할 여력이 없나

강사법 통과 전 활동했던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는 강사법 시행 후 대학들이 최소 780억원에서 최대 3393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추정액의 차이가 큰 것은 ‘방학 중 임금’을 각 대학이 강사와 임용계약을 맺으며 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각 대학은 등록금이 장기간 동결돼 추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과연 대학이 도저히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일까. 각 대학의 수입 대비 강사료 비중은 평균 1~3%로 추산된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분석한 사례를 보면, 대학의 수입 대비 강사료 비율은 고려대 1.55%, 연세대 1.65%, 중앙대 2.33%였다. 각 대학의 전체 교원 보수 중 강사료 비율도 연세대 3.38%, 고려대 4.43%, 중앙대 7.40%로 조사됐다. 정교수와 시간강사의 급여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4년제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 총액은 8조원에 이른다. 재정이 극히 열악한 일부 사립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립대에선 강사료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고 봐야 한다. 또한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연령이 다가오면서 고연봉 정교수들도 3~4년 후엔 대규모로 정년을 맞게 된다.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실질적으로는 돈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대학이 두려워하는 것은 일종의 ‘민주화 비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강사가 교원 지위를 갖게 되면서 교원으로서의 다양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이 대학 평의회, 노동조합 등 공식 기구에 들어와 민주와 평등 같은 가치를 이야기하면 대학 입장에선 불편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에 대학 측 대표도 참여해 합의해놓고 강사들을 대거 해고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 정부의 강사법 지원책은

교육부는 올해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에 280억원, 2학기 방학 중 임금 2주분 288억원 등 568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내년 예산안에는 방학 중 임금 4주분 577억원과 퇴직금 232억원 등 809억원을 편성했다. 또 강사 고용안정을 위한 대학의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때 강사 보수수준, 총 강좌 수 등의 지표를 반영하기로 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연차 평가 때도 총 강좌 수와 강사의 강의 담당비율을 반영해 차등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그러나 “대학이 강사법을 핑계로 강사·강좌의 구조조정을 획책하는 사이 정부 대응은 늦고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모든 고등교육 사업에 ‘강사고용 안정지표’를 확대 적용하고, 경력단절 강사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강사법은 ‘괴물’이 아니다

대학교육은 공공재다. 국공립대는 물론 사립대 역시 공동체를 위한 담론을 만들어내고 사회에 돌려줄 책무가 있다. 지성을 길러내고 반지성을 비판하며, 이론을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일이 필요하다. 강사들은 학문 후속세대로서 이러한 역할을 맡아야 할 이들이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조 수석부지부장은 “각 학문 분야마다 수많은 세부전공이 존재하는데, 많은 강사들이 ‘주목은 못 받지만 필요한’ 연구를 묵묵히 해내고 있다”며 “이들이 갑자기 연구와 교육의 기회를 잃게 되면 그간의 성과를 이어받을 사람들이 사라진다. 당장은 몰라도 10~20년 후엔 한국 학문에 나쁜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아 선임기자 ma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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