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격해진 홍콩시위..완차이 경찰본부 앞 대형 화재도

유희석 기자 2019. 8. 3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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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당국, 전날 주요 시위 주도자 체포로 시위대 자극..도심 곳곳 화염병·최루탄·물대포 오가며 아수라장
31일(현지시간) 밤 홍콩 완차이에 있는 홍콩경찰본부 앞에서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가 불타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홍콩 민주화 시위가 13주째로 접어들면서 더욱 격해졌다. 중국과 홍콩 정부가 시위대 요구를 수용하기는커녕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자 시위대도 시위 강도를 높였다. 특히 홍콩 경찰 당국이 시위를 막기 위해 집회를 허락하지 않고, 주요 시위 주도자를 전격적으로 체포한 것이 오히려 시위대를 자극했다. 시위대와 경찰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도심 곳곳에서 화염병과 물대포가 난무하는 혼란한 상황이 계속됐다.

3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RTHK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주로 센트럴과 완차이, 어드미럴티, 코즈웨이베이 등 홍콩섬 도심에서 진행됐다. 전날 경찰 당국이 집회를 불허하고, 그동안 시위를 주도하던 시민단체 민간인권진선(민진)도 ‘시민 안전’을 이유로 예정된 집회를 취소했지만 수천 명의 시위대가 거리에 모였다.

이날 시위는 낮 12시 30분쯤 완차이 사우손운동장에서 기독교인 집회로 시작했다. 기독교인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범죄인 인도 협정(송환법)’ 폐기, 직선제 실시 등 민주화를 요구했다. 이후 완차이에서 어드미럴티, 센트럴로 이동하며 평화적으로 거리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오후 2시 30분 센트럴 차터가든으로 시위대가 모이기 시작하며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홍콩 당국은 시위를 막기 위해 주변 지하철역 운행을 중단하고, 주요 상점과 시설을 폐쇄했지만 시위대가 모이는 것을 막지 못했다. 홍콩 시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가 아닌 ‘쇼핑’을 하겠다며 속속 합류했다.

결국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등으로 행진하려던 시위대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이 센트럴에서 완차이, 코즈웨이베이로 이어지는 도로 곳곳에서 충돌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강경 진압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설치했고, 화염병과 벽돌 등을 던지기 시작했다. 시위대를 해산시키려는 경찰은 최루탄과 파란색 염료를 섞은 물대포를 발사하며 맞섰다.

완차이에 있는 홍콩 정부와 경찰본부 앞에서는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불을 지르면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금방 꺼졌지만, 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폭동진압 경찰이 대거 투입되면서 시위대가 코즈웨이베이 쪽으로 밀려났다. 시위대 일부는 코즈웨이베이에 있는 친정부 매체 ‘대공보’ 건물에 침입해 홍콩 독립을 의미하는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31일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고 있는 시위대. /사진=로이터통신

경찰 당국은 시위대가 몽콕, 침사추이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게릴라 시위를 이어갈 것에 대비해 주요 역을 폐쇄하는 등 통제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로 추정되는 검은 옷을 입은 시민이 체포되기도 했다고 SCMP는 전했다.

애초 이날 폭력 사태는 어느 정도 예고됐다. 전날 홍콩 정부가 지난 6월 초 반(反)정부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집회를 불허하고, 조슈아 웡과 민주파 의원 등을 전격적으로 체포하면서 긴장감이 크게 고조됐다. 이날은 2014년 중국 정부가 직선제 실시 약속을 어기고 사실상 간선제를 도입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당시 홍콩 시민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중국 정부가 직선제 실시, 송환법 철폐,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경찰 과잉 진압 독립적인 조사, 체포된 시위대 석방 등 시위대의 ‘5대 요구’ 가운데 단 하나도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무장 병력 투입을 통한 강경 진압을 위협한 것도 시위대를 더욱 뭉치게 했다.

홍콩 시위는 다음 달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1일 낮 1시 첵랍콕섬의 홍콩국제공항과 도심을 잇는 주요 도로와 지하철에서 교통 방해 시위가 예정됐다. 홍콩섬 어드미럴티에 있는 영국총영사관 앞에서도 집회가 벌어진다. 개학 첫날인 2일에는 홍콩중문대 등에서 수업거부 운동이 벌어지며, 주요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했다. 홍콩 대표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은 파업에 참여하는 직원은 해고하겠다고 경고했다.

31일 거리를 가득 메운 홍콩 시민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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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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