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린 주범은 전세자금대출?..책임론 '갑론을박'

이재원 기자 2019. 9. 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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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이 집값을 올린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기 자금으로 전세를 살던 사람이 집값이 계속 오를 것 같은 불안감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갭투자로 집을 산 경우가 많았고 이 같은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작년 말(92조5000억원)보다 9조5000억원 증가한 102조원으로 집계됐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6년 말 52조원이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7년말 66조6000억원으로 28.1%(14조6000억원) 증가했고, 작년 말에는 다시 38.9%(25조9000억원)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30조원 이상 늘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전체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보다 빠른 것이다. 지난 4월말 기준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619조5000억원으로 작년 말(607조9000억원)보다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전세자금대출이 최근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를 이끈 셈이다.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해 집을 사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전세자금대출 증가의 한 요인인 것으로 본다. 자기 자금으로 전세를 살던 사람이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다른 지역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로 일단 집을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세 거래량은 전세자금대출 증가 폭을 설명할 만큼 크게 늘지는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5만509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만9220건)보다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고 전세금이 크게 오른 것도 아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전세금은 오히려 작년 말보다 2.07% 하락했다.

작년 말부터 내리던 서울 아파트 값은 올해 6월 말까지 내림세를 보이다 7월부터 반등한 상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첫주 반등한 서울 아파트 값은 8월 셋째 주 현재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하락기에도 집값이 많이 내리지 않았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은 대출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2014~2017년에 주택담보대출이 부쩍 늘며 집값이 올랐지만 대출 규제가 시행되며 대출 증가세가 주춤해졌는데, 2018부터 전세자금대출이 크게 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세로 살던 사람이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서울 강북권 등에서 3억~4억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갭투자를 통해 이른바 비거주 1주택자가 된 경우가 많아졌고, 이것이 규제에도 집값이 오르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지난해 9·13 대책 이후 다주택자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데다, 1주택자도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전세자금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매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전세자금대출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민규 파인드아파트 대표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과 월세를 살며 집을 사는 것이 약간의 이자부담을 빼면 별 차이가 없다"면서 "갭투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이 유동성을 증폭시켰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자금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은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르고 대출규제가 강화돼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기 어려워졌고, ‘로또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전세로 몰린 결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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