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준하 선생 3남, 조국 딸에 "아픔의 시간들 자랑스럽게 새겼으면"

김지환 기자 입력 2019. 9. 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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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립운동가 고(故) 장준하 선생의 3남인 장호준씨가 1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를 응원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미국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장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조양의 아버지에게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고 있는 자들로 인해 조양이 겪을 아픔의 시간들을 자랑스럽게 새겼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적었다.

장씨는 유년 시절 동네 공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야구를 하다가 남의 집에 피해를 끼친 일화로 글을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을 혼낸 집주인은 장씨에겐 “넌 저 아이들처럼 놀면 안 돼. 너희 아버님이 어떤 분이신데, 네가 이렇게 놀면 되겠니?”라며 되레 등을 두드려줬다고 한다. 그는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그냥 몇 대 쥐어박고 보내주면 될 것을 꼭 아버지 이름을 꺼내는 것이 싫었다”고 회상했다.

독립운동가 고(故) 장준하 선생의 3남인 장호준씨.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러면서 “내게 아버지의 이름은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시치미였다. 학교나 군대에서 요시찰 대상이 되어 압박을 받았던 것도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 때문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아버지의 이름은 오히려 내게 큰 혜택을 줬다”고 했다.

장씨는 “신학교 시절 성적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나를 가르친 교수님이 아버지와 동문수학했던 분이었던 덕이었고, 해외 후원금을 받으며 암울했던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것 역시 내가 아버지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아버지의 이름은 늘 내게 족쇄가 돼 부담과 고통을 감수하도록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그런 생각은 하지않겠지만, 마음 어느 한구석에서는 ‘하필 내가 왜 조국의 딸이어서’라는 소리가 들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 내 아버지가 조국이다’라는 소리가 더 크게 외쳐지리라 믿는다”며 “‘그래 내가 조국의 딸이다’를 더욱 크게 외치는 조양이 되길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조 후보자의 딸이) 혹시 한 마디라도 실수할까봐 숨죽이며 숨어다니고 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며 “원한다면 목소리를 내도 된다. 이건 지금은 부모님의 싸움이지만 앞으로는 자신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이건 부당한 게 맞다”고 적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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