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비용만 2000억..답답한 SK-LG 배터리 전쟁

우경희 기자 2019. 9. 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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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싸움으로 비화..재계 "최태원·구광모 만나서 풀어야"


2000억원짜리 일본·중국 배터리 지원대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수록 꼬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글로벌 특허침해 소송 얘기다. 최근 SK이노베이션마저 미국 특허기관에 맞소송을 내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두 기업의 자존심 대결로 치닫는 형국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서 맞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LG화학이 먼저 기술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고,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 30일 LG화학과 LG전자를 묶어 소송을 걸었다. 모두 미국 시장에 상대방 배터리를 들여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게 핵심이다.

양측 모두 기술을 뺏겼다고 주장한다. 이면엔 인력 유출과 치열한 글로벌 시장 배터리 점유율 싸움이 있다. 재계는 SK그룹의 급성장으로 이뤄진 재계 서열 자리바꿈에 따른 자존심 대결로도 해석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승계가 막 이뤄진 상황이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소통 창구 못찾는SK·LG...정부 중재도 무색= 전개 과정을 놓고는 양사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송사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LG와 접촉해 왔다고 주장한다. 반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어떤 공식·비공식적 요청도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이견을 보이고 있는 데엔 복잡한 속사정이 있다. 이번소송과 관련해 LG 측은 LG화학이 핵심 당사자이지만 상대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SK측은 배터리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총괄하고 관련 사안을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보고하는 구조다.

SK이노베이션이 소통 창구를 찾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LG화학 대표인 신학철 부회장도 이번 소송에 대해 "글로벌 기업 간엔 일상적인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LG측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신 부회장이 움직이기 어려운 조건에서 실무자 대화부터 풀어가자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엔 SK가 '급'이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시간을 끌고 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한 산업통상자원부와 청와대가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상생기금' 등 구체적인 대안까지 언급됐지만 성과는 없었다. 양사가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어서다.

◇소송 비용만 2000억-산업도 흔들.."두 기업 총수 만나 풀어야"= 국내 상황이 꼬여가는 가운데 법률비용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양사는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관련업계는 통상 글로벌 소송의 규모를 볼 때 각사가 법률대리인(로펌)에 월 50억원 가량의 자문료를 지급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소송전이 벌어졌고 내년 말 최종판결이 예정돼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사가 자문료만 1500억원 안팎을 쓰게 된다. 여기에 착수금과 성공보수 등 각종 추가보수를 감안하면 소송비가 2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소송이 끝난 다음에 벌어질 상황들이다.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은 많은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에 대규모 배터리공장을 짓고 있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새 공장에 필수적인 시제품이나 소재, 부품 수입이 막힌다.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게 된다.

LG화학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본사와 미국법인, LG전자 모두를 제소했다. 한국 최대이자 세계서 가장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손꼽히는 LG 배터리의 미국 시장 판로가 막힐 수 있다.

반사이익은 일본과 중국 배터리업체로 간다. 글로벌 배터리시장은 미국과 중국, EU 등 3대 초대형 시장을 놓고 한중일이 경쟁하는 구조다. 물량에선 중국과 일본이 앞서지만 한국이 차세대 기술력을 바탕으로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 삼성SDI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SK와 LG가 주춤하면 그 빈자리는 그대로 중국과 일본의 몫이 되는 셈이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1인 의사결정체제나 다름없는 국내 기업 환경상 조직 대 조직으로는 풀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전문경영인 단에서 대화의 물꼬를 튼 후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이 직접 만나 해결하는게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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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cheer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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