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주 "세월호 추모곡 부른 뒤 정부 눈엣가시..방송 강제하차"

추인영 2019. 9. 1. 16: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노래하고 있다.[중앙포토]
팝페라 테너 임형주(33)가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출연했던 Mnet의 어린이 음악 경연 프로그램 ‘위키드’에서 강제 하차당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부른 이후다. 임형주는 1일 보도된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직접 확인은 못 했지만 정권 초반에는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됐었다가 후반에는 블랙리스트에 들어가 있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3일 이뤄졌다.

임형주는 2016년 2월 18일 처음 방송한 ‘위키드’에서 심사위원장과 특별 멘토로 출연했다. 그러나 결승전을 앞두고 제작진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말라는 통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청와대 윗선에서 (임씨를 출연시키지 말라는) 연락이 왔다”는 이유였다. 임형주는 “‘천 개의 바람이 되어’는 세월호로 희생된 아이들과 남은 가족,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부른 노래이지만, 너무 인기를 얻어 (박근혜 정부 등의) 눈엣가시가 됐다”고 주장했다.

임형주에 따르면 노무현·이명박 정부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 초반까지 정부 행사에 ‘단골’ 손님이었던 그가 이상한 일을 겪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그보다 앞선 2015년 5월 24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 ‘국제여성 평화걷기(Woman Cross DMZ)’ 축하공연도 무산됐다. 세계 여성 평화 운동가들이 방한해 DMZ를 걷는 행사로, 공연 이틀 전부터 임형주 측 사무실에 전화가 쏟아졌다고 한다. 임형주는 “행사에 참가하면 물병 등을 던진다고 위협도 받았다”며 “직원들도 걱정해 결국 공연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뒤늦게 이 같은 경험을 밝힌 데 대해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 정권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공론화하고 싶어서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권도 중반을 지났으니 ‘과거에 이런 일을 당했다’고 이제는 말할 수 있어서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형주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다시 정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3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 무대와 지난달 15일엔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 무대에 섰다. 그는 두 무대에서 똑같은 자줏빛 한복을 차려입었다. 임형주는 “평창동계패럴림픽의 정신을 계승하고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직접 (공연 의상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임형주는 일본 우익들에게서도 숱한 경고와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행사에서 재능기부로 노래를 부르고 기부금을 전달하는 등 그의 ‘애국적’ 행보 때문이다. 그는 “일본 대사관에서 예술인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아 일본 공연을 못 할 뻔한 적도 있다”며 “그런데도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활동을 하는 것은 운명 같다. 국가적 사명에 결을 같이 하는 게 제 숙명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임형주는 지난 6월 대체복무를 마친 뒤 컴백 투어 콘서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15일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어 뉴 로드’ 앨범을 발표했다. 10년 전 임시정부 수립 90주년 기념 음악회를 했을 때부터 제작을 염두에 뒀던 프로젝트다. 타이틀곡인 ‘사의 찬미’는 임형주가 2015년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불렀던 곡이다. 당시 음원으로 내달라는 요청이 많았지만, 이 앨범에 담기 위해 음원 공개를 미뤄왔다고 한다. “기다린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정권도 바뀌고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국민적인 기념사업으로 진행됐잖아요. 여러모로 운명이었죠.”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