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에 화염병 난무, 경고사격까지..아수라장 변한 거리 [특파원+]

이우승 2019. 9. 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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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행진 밤엔 시가전.. 혼돈의 홍콩 / 송환법 반대 시위 13주째 / 홍콩 시민들 "5대 조건 관철" / 100만명 이상 주말마다 집회 / 경찰 특공대 투입 40명 체포 / 시위 동력 시민 결집력에 달려 / 바리케이드 치고 극렬 저항에 / 경찰도 물대포 쏘며 총력 대응 / 언론 "전례없는 폭력·혼돈 상황" / 시위 피로도 가능한 낮추려고 / 평일엔 일상생활, 주말엔 집회 / 2일부터 2주간 동맹휴학 예고
분노한 홍콩 시민들… ‘차이나치’ 등장 홍콩 시민들이 지난달 31일 경찰의 불허 결정에도 중국 오성홍기를 나치의 상징인 스와스티카 문양으로 변형한 대형 천 등을 들고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13주째인 홍콩은 여전히 시민들의 분노로 들끓고 있다. 100만명 이상 시민이 주말마다 집회에 참석해 송환법 공식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강경 진압에 나선 홍콩 정부가 요지부동이어서다. 홍콩 시위는 정부의 대응에 맞서 ‘낮에는 평화행진, 밤에는 시가전’ 형식으로 고착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시위 참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 결집력이 향후 홍콩사태의 향배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시위 현장에서 만난 홍콩 시민은 모두 “우리가 요구하는 5가지 요구 조건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홍콩 정부와 중국 중앙정부가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의 가능성 여부를 따져야 하는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홍콩 시위대와 야당은 △송환법 완전 철회 △폭동시위 규정 철회 △체포 시위대 석방 △경찰폭력진압 독립조사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해왔다.

홍콩 센트럴 지역에서 시위대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홍콩 AFP=연합뉴스
27세의 직장인 게리씨는 “우리는 줄기차게 5대 요구조건 수용을 촉구해왔다”며 “홍콩 정부가 대답을 하지 않고, 해결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24세 케니 쉬씨는 “조직적 계획에 따라 시위에 나온 것이 아니다. 개인적인 분노로 나왔다”며 “5가지 요구조건은 기본적인 사람의 인권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1시부터 홍콩 국제공항으로 통하는 도로와 공항철도 운행 방해를 시도했다. 홍콩 국제공항과 경찰 측은 이른 아침부터 공항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주변 도로를 봉쇄하는 등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홍콩 긴장이 극에 달했다.

수백명 젊은이들이 홍콩 국제공항 버스 정류장에 모여 “홍콩인 힘내라” 등 구호를 외쳤다. 공항 로비 입구를 모두 봉쇄했다. 특히 이날 오후부터 도심 곳곳에 있는 공항으로 통하는 도로와 버스 정류장, 전철역 등도 봉쇄에 나서면서 시민과 이용객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국제공항으로 몰려드는 홍콩 시위대. 홍콩 AP=연합뉴스
◆‘혼돈의 홍콩’ 시위 현장 르포

앞서 경찰은 이날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홍콩 최정예 경찰 특수부대인 ‘랩터스 특공대’를 시위대 체포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랩터스 특공대는 전날 밤 몽콕 지역 프린스 에드워드 역사 안과 정차한 전철 안으로 들어가 40명을 체포했다.

홍콩의 8월 마지막 밤(31일)은 마치 ‘시가전’을 방불케 한 전쟁터로 변했다. 최소 6곳에서 경찰은 최루탄을 쏘고, 시위대는 화염병으로 응전했다. 홍콩 시민들은 전날 오후 3시 차터가든 공원에서 13주차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우리에게는 지도자가 없다. 우리가 모두 지도자다.”, “실명한 한쪽 눈을 돌려달라”, “홍콩 개혁과 자유를 원한다”, “홍콩 파이팅”을 외치며 시가행진을 시작했다.

경찰 최루탄에 우산으로 맞선 홍콩 시위대. 홍콩 AFP=연합뉴스
경찰의 강경 진압은 오후 5시 30분 무렵 홍콩정부 청사 인근에서 시작됐다. 경찰이 쏜 최루탄에 뿌연 연기가 곳곳에서 피어올랐다. 시위대는 최루탄과 경찰을 피해 후퇴했다.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지만, 경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위대는 퀸즈웨이를 따라 계속 동쪽으로 물러섰다. 오후 7시 무렵 경찰청 본부가 있는 완차이역 오조 호텔에서 다시 대형 바리케이드를 치고 마지막 방어선을 구축했다. 수백명 젊은이들이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구호를 외쳤다. 양측 간 충돌 직전에 긴장감은 최고조로 흘렀다. 경찰 진압부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시위대는 바리케이드에 불을 질렀다. 경찰 진압을 막고, 결사 항전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빅토리아공원 인근에서는 홍콩 경찰이 두 발의 실탄 경고 사격을 했다. 실탄 사격을 한 것은 지난 주말에 이어 두 번째다. 또 최정예 특수부대인 ‘랩터스 특공대'를 몽콕(旺角) 지역 프린스 에드워드 역사 안의 지하철 객차 안으로 투입해 40명 시위대를 체포했다. 홍콩 매체는 “정예 경찰이 과격 시위대를 쫓아 지하철역에서 체포에 나섰다”며 “전례 없는 폭력과 혼돈의 상황이었다”고 했다.

전쟁터 방불 지난달 31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열린 홍콩 완차이역 인근 오조호텔 앞에서 시위대가 지른 불로 바리케이드 등 시설물에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홍콩=이우승 특파원
대학생 샘 호(22)씨는 “우리가 원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왔다. 여기 모인 모든 사람이 다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시위가 과격 양상을 보이면서 향후 시민 지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민 지지가 떨어지면 시위는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어서다. 6월 9일 100만명 참가, 23일 200만명 참가로 시위는 동력을 얻었고, 특히 지난달 18일 170만 평화시위로 평화시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또다시 24, 25일 집회에서 폭력사태로 돌아섰다. 시위대는 2일 대학교 10곳과 중·고등학교 100여곳이 동맹 휴업에 들어가는 계속해서 홍콩정부를 압박할 예정이다. 이 소식통은 “시위에 대해 홍콩인은 참여도와 피로도가 교차하고 있다”며 “시민이 계속 호응해야지만 동력이 유지되는 만큼 동력 유지에 고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화하고 있는 홍콩 시위는 점차 진화하고 있다. 평일과 주말이 다르다. 낮과 밤 시위 양상도 완전히 다르다. 주말 시위를 이어가고, 저녁 무렵 가투를 하는 것은 시위 피로도를 가능한 한 낮추려는 전략이다. 이미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사태는 지난달 26일을 기점으로 역대 최장기로 기록된 ‘우산 혁명’의 79일을 넘겼다. 시위대와 경찰은 물론 지켜보는 시민들도 지쳤다.

경찰에 체포되는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자. 홍콩 AFP=연합뉴스
경찰도 총력 대응하고 있다. 물대포와 최루탄 진압과 함께 경찰 특공대를 투입했고 사회 운동가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를 감행했다. 한 중국 전문가는 “폭력의 에스컬레이트를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2일에도 홍콩 국제공항 교통 방해 시위가 이어지는 데다 총파업과 학생들의 동맹 휴업까지 예고되어 있어 홍콩의 정치적 위기는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홍콩 내 10개 대학 학생회는 신학기를 맞는 이달 2일부터 2주간의 동맹 휴학을 예고했다. 일부 중·고교생들도 수업 거부, 침묵시위, 시사 토론 등의 방식으로 송환법 반대 의사를 나타낼 예정이다.

2∼3일에는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총파업도 예고됐다.

홍콩=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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