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논문 '연구 윤리 지침' 위반..교수가 자백한 셈"

장세정 2019. 9. 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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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의 직격 인터뷰]
황우석 논문 윤리 폭로했던 서울대 의대 이형기 교수
연구 부정 검증에 공소시효 없어
번역만으론 저자로 이름 못 올려
미국은 입학사정관이 잡아냈을것
장영표 교수에 연구윤리 입증 책임
고교생이 인턴 2주만에 논문 불가능
"딸 스펙 쌓기에 부모 인맥 동원"
386 출신 조국 후보 도덕적 퇴행

장세정의 직격 인터뷰
2005년 황우석 사건 당시 미국 피츠버그 의대 조교수로서 황 박사의 연구 윤리 문제를 실명으로 제기해 파장을 일으켰던 이형기 서울대 의대 교수가 실험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특히 조 후보자의 딸(28)의 대학 입시 스펙 쌓기와 장학금 특혜 의혹 때문에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촛불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조국 패밀리 스캔들'에는 단국대·공주대·고려대·서울대·부산대 등 다수의 대학이 연루됐다.
논문 연구 윤리 문제의 권위자로 통하는 이형기(55) 서울대 의대 임상약리학과 교수를 인터뷰했다. 그는 미국 피츠버그 의대 조교수 시절이던 2005년 황우석 당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사이언스지 게재 논문(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 관련)의 연구 윤리를 과학계에서 처음 실명으로 제기해 진실을 바로 잡는데 크게 기여했다.
-기성세대를 부도덕하다고 비판했던 386세대(현재의 86세대) 출신인 조국 후보자가 이번에는 도덕성 도마 위에 올랐다.
“조국·나경원·원희룡·허인회와 같은 82학번인데 나도 납득이 안 된다. 86세대의 일부가 도덕과 선을 외쳤는데 도덕적으로 진화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 86세대에게 주어졌던 도덕과 양심은 자체적으로 쟁취한 게 아니고 시대가 부여했던 선도적인 사명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기득권에 포함되면서 정신적으로 해이해졌다. 시대는 바뀌었는데 ‘언제나 우리는 옳다. 선하다. 도덕적이다’는 식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당시 조국 민정수석 등과 청와대로 걸어가고 있다. [청와대 사진 기자단]
-같은 서울대 교수로서 '서울법대 교수 조국' 의혹을 보는 소회는.
“창피하다. 장영표(61) 단국대 의대 교수는 서울대 의대 선배다. 이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 구체적인 원인 제공자는 의대이고, 병원이고, 서울대다. 서울대는 여러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대학이다. 서울대 졸업자들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문제도 많이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나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속칭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가려면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외할아버지의 재력이 필요하다는 우스개가 있다. 조 후보자는 "가장으로서 세심히 살폈어야 했다"며 자신은 마치 무관심했다는 투로 말했는데.
"조 후보자는 딸이 다니던 한영외고 학부모회에도 나가고 딸이 서울대 장학금까지 받았다. 그가 세심히 살피지 않은 게 아니라 너무 자세히 살핀 게 아닐까. 물론 단순히 입시 준비를 도왔다면 부모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본인과 가족의 지위, 인맥을 이용해 공평하지 못한 방법으로 딸의 스펙 쌓기에 영향을 끼쳤다면 문제다. 엄마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서울대 영문과 재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같이했던 공주대 교수를 직접 찾아가서 딸의 이름을 논문 초록에 미리 올리도록 했다고 한다."
이형기 서울대 의대 교수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대학 입시 스펙 쌓기와 특혜 장학금 의혹과 관련해 "진보 인맥들이 동원된 것같다"고 진단했다. 최승식 기자
-조 후보자 딸의 스펙 쌓기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진보 인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스펙 쌓기든 특혜 장학금이든 조 후보를 둘러싼 진보 집단 내부에서 인맥을 동원해 끼리끼리 봐줬다는 냄새가 나고 개연성도 충분하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은 진보 386들이 대거 진입한 영역이 학계다. 연구원·대학·출판 등 지적 활동을 근간으로 하는 영역을 주로 확보했다. 그들 사이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유형·무형으로 작동했을 거라고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
-'황우석 사건' 이후 14년이 지났는데 또다시 대학의 연구 윤리가 불신받고 있다.
“엄청난 문제다. 2005년 터진 황우석 사건을 통해서 연구 대상에 대한 윤리와 연구자 윤리가 한국 과학계에서 그전까지 구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황 박사가 난자 채취 같은 연구 대상 윤리는 대충했을지 몰라도 학자로서 본인의 연구 윤리에는 충실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국 사건에도 연관이 있다고 본다. ”
-왜 그렇게 보나.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진보들은 인생 경험이 짧아서 남들 공부할 때 공부 안 하고 경험·연륜·식견·실력이 떨어질지 몰라도 본인들의 삶은 깨끗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구 대상에 대한 윤리뿐만 아니라 본인 윤리도 망가지고 있는 걸 보면 황우석 사건의 사회적 의미가 여전히 크다. 노무현 정부 당시 386이 정권의 실세로 등장하면서 국가를 경영하는 실력·전망·리더십이 없는 상태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당시 황우석은 386의 ‘실적 없음’을 만회할 좋은 기회였다. 황우석도 주변에서 중앙으로 진출한 사람인데, 과학에는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차근차근 벽돌쌓기처럼 특정 분야에서 실력을 입증한 사람이 중앙으로 가는 거지,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서 최상의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는 곳이 과학계다."
2005년 5월 박기영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정보과학기술 보좌관과 황우석 당시 서울대 교수. [연합뉴스]
-황우석 사건 이후 학계의 연구 윤리가 강화됐는데.
“황 박사가 역설적으로 엄청나게 기여해서 2007년 ‘연구 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 나왔다. 한국 학계에서 누구나 아는 아주 엄정한 '법'이다. 미국에서는 위조·변조·표절을 연구 부정으로 본다. 한국에서는 이 세 가지에다 부당한 저자 표시도 연구 부정행위로 돼 있다. 그만큼 한국에서 유달리 부정한 저자 표시 관행이 있어서다. 예컨대 황우석 사건 때 순천대 교수 출신으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이던 박기영 교수는 저자가 될만한 기여가 없었는데 황우석 박사의 사이언스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선물 저자(Gift author)'라 부르는 부정 저자였다."
-조 후보자 딸 논문도 저자 표시 규정 위반인가.
“부당한 저자 표시는 두 가지다. 저자 자격이 있는데 저자 자격을 안 주는 경우, 저자 자격이 없는데 저자 자격을 주는 경우다. 대표적인 게 조 후보자 딸이 문제가 된 선물 저자다. 연구에 심대하게 기여한 바가 없는데도 저자 됨(Authorship)에 숟가락 얹는 형태로 주는 거다. 재밌는 사실은 2011년에 윤리 지침이 개정되면서 연구 부정행위의 검증 시효는 당초 5년이었으나 2017년 6월부터 공소시효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미국은 논문 저자 자격을 어떻게 규정하나.
“가장 권위 있는 의학 저널의 저자가 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연구의 기본 개념과 디자인, 연구 자료 획득·분석·해석 과정에 심대한 기여를 해야 한다. 둘째, 실제로 논문을 써야 한다. 번역과 영작은 포함되지 않는다. 셋째, 논문 내용을 그대로 게재해도 좋다고 승인해줘야 한다. 넷째, 논문에 포함된 내용의 진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대한의사협회의 ‘의학 논문 출판 가이드라인’에 그대로 나와 있다.”
-장영표 교수는 조 후보자 딸이 영어번역에 기여해 저자로 올렸다고 했는데.
“매우 순진한 분이다. 국내가 아닌 외국대학에 진학한다고 해서 고교생을 제1 저자로 올려줬다는 장 교수의 말은 조 후보자 딸이 '선물 저자'임을 인정한 거다. 본인이 (연구 윤리 지침 위반을) 다 자백한 셈이다. 미국에서도 번역 작업에 참여한 사람은 저자가 아니라 고마움을 표하는 대목에 이름을 올릴 수는 있다."
이형기 서울대 의대 교수가 조국 후보자 딸이 썼다는 논문의 초록에서 오탈자를 찾아냈다. 최승식 기자
-고교생이 인턴 2주 만에 조 후보자 딸 같은 그런 논문을 쓸 수 있나.
"100% 불가능하다. 내용을 일부 이해하고 실험의 일부에 참여했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제1 저자가 될 만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영어로 번역했다는 논문 초록을 보니 내용을 아는 사람은 쓸 수 없는 오·탈자가 수두룩했다. 전문용어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만 안다. 나머지 것들도 보면 관사도 잘못 썼고, 단수를 복수로 쓴 곳도 있다. 전문성이 없는 단순 번역이다. 고교생이 이런 논문 썼다고 미국 대학에 지원했다면 입학사정관의 검증에 딱 걸렸을 것이다."
-논문 의혹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조사는 장 교수가 속해 있는 단국대 의대가 해야 한다. 연구 부정행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능성이 단 1%만 있어도 연구 부정행위다. 부정행위 여부를 입증할 책임은 조사자가 아닌 의심받는 연구자에게 있다. 실험실 연구자는 반드시 연구 노트에 연구를 기록하고 서명도 해야 한다. 제대로 된 랩(실험실)이라면 당시 연구 노트에 조 후보자 딸의 필체로 연구를 기록하거나 서명한 게 있을 거다. 연구 노트나 딸이 1차 초고로 낸 연구 결과를 담은 컴퓨터 파일, 실제 데이터, 인턴을 하는 과정에 썼던 논문의 원고도 있을 수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8월 28일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우상조 기자
폴리페서를 비판하다 대학생들로부터 폴리페서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중앙포토]
-서울대생 98%가 조국 장관 임명 반대 입장(학생커뮤니티 스누라이프 조사 결과)이고, 서울대·고려대·부산대 등 학생들이 촛불시위도 시작했다.
“그들의 분노에 공감한다. 조 후보자 딸은 성적도 가정형편도 자격이 안될 텐데 장학금을 받았다. 학생들이 가장 분노하는 거는 기회가 평등하지 않았고 그 과정도 공정하지 않았는 거다. 한국 20대가 우경화·보수화된 게 아니라 피해를 가장 크게 느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감정이입을 하는 거다. 조 후보자 딸 때문에 누군가는 눈물 흘리며 아픔을 겪어야 했다는 거다.”
-『잊지 말자 황우석』에서 '껍데기 진보와 탐욕스런 보수로부터 나라를 구하자'고 했는데.
"연구윤리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시스템·원칙·윤리·도덕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조 후보자가 이 나라의 법을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이 됐을 때 흔들리는 기강을 잡고 영(令)이 바로 서겠나. 어디나 미꾸라지는 있는 법이다. 그래도 한국인의 강한 회복 탄력성(Resilence)을 믿는다. 민심이 천심이다. 황우석 사건 때처럼 이번에도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대한민국이 바른 방향으로 항로를 수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연구 윤리를 강조하는 이형기 서울대 의대 교수는 '잊지말자 황우석'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최승식 기자
◇이형기 교수=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가정의학과 전문의. 예방의학 박사(역학 전공). 종근당 임상의학연구실에서 신약 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 의대 조교수를 역임했고,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객원연구원을 맡았다. 황우석 사건 당시 연구 윤리 문제와 연구자 윤리 부정을 과학자 중에서 처음 실명으로 제기했다. 협박 메일을 100통 넘게 받기도 했다. 『잊지말자 황우석』『신화의 추락, 국익의 유령』『FDA vs. 식약청』 등을 출간했다.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장서윤 인턴기자가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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