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90년생이 운다' 문재인의 정의 앞에서
지난 달 7일에도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선물하며 청년들과 소통하고자 애썼다.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고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틀 후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된 조국 서울대 교수는 청년들의 분노를 일깨웠다.
『90년생이 온다』에서 저자는 이 세대의 대표적 특징으로 ‘정직’을 꼽았다. 어릴 때부터 경쟁에 노출돼 학벌과 인맥, 부모의 ‘빽’과 관계없는 ‘정직한 경쟁’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이다. 저자는 “청년들은 낙타가 된 상태에서 바늘구멍 같은 취업 문을 뚫어야 한다”며 이들의 상황을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이쯤 되면 청년들로부터 지탄받는 조 후보자에 대한 맞춤형 지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 대통령이 책을 제대로 읽고 청와대 직원들에게 추천한 것이라면 ‘조로남불’에 대한 청년층의 분노를 깊이 공감하고도 남을 일이다.
최근 중앙일보 조사 결과 조 후보자를 가장 반대하는 연령층은 20대(68.6%)였다.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65%)보다 더 부정적이었다. 조 후보자의 모교인 서울대 총학생회는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를 위해 조 후보자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런 분노감에 대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었지만 여권에선 이마저도 정치적으로 폄훼한다.
법무장관의 영문명(Minister of Justice)을 직역하면 ‘정의의 사제’란 뜻도 된다. 그런 자리에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문 대통령의 ‘정의’와 20대의 ‘정의’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대통령이 말한 평등과 공정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어쩌면 책의 제목을 ‘90년생이 운다’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윤석만 이노베이션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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