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VIEW] "美, 청와대의 동맹관에 의구심 커지고 있다"

노석조 기자 2019. 9. 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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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반환문제까지 나오자 "한미관계 재설정 신호탄" 우려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70년 한·미 동맹'에 냉기류가 급속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 협정 파기에 공개적 불만을 표시하자 정부는 주한 미국 대사를 불러 '불만 표시 자제'를 요구한 데 이어 주한 미군 기지의 조기 반환 문제까지 건드렸다. 동맹끼리 이견을 드러내며 공개적으로 치고받는 보기 드문 상황이다. 정부가 일본에 이어 미국과도 갈등하며 동맹 관리에 심각한 문제를 노출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 시각) 한국 정부의 주한 미군 기지 조기 반환 요청과 관련한 질문에 "글쎄, 우리는 한국과 좋은 관계에 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했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은 1일 "미 정부 내에선 스스로를 '흥남 철수 작전이 낳은 아이'로 소개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동맹만은 중시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의 동맹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고 했다. 한·미 관계 재설정의 신호탄이란 분석도 나온다.

요즘 워싱턴에선 한·미 동맹을 두고 '균열' '붕괴' 같은 말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하면서 "한·미 동맹이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의 기류는 딴판인 것이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1일 "미국이 대북 제재를 풀지 않고, 북한은 '대미 의존을 버리라'고 압박하자 문재인 정부가 대미 정책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미 동맹, 위험한 길로 들어서"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동아태담당 선임보좌관은 31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 대담에서 최근 한·미 갈등과 관련, "탄광 붕괴 조짐을 알리는 카나리아처럼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로 보고 주시해야 한다"며 "(한·미 동맹의) 붕괴 조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미 동맹이 위험 수준에 도달할 정도라고 심하게 표현하고 싶진 않지만 그쪽 길로 가고 있다"며 "한·미 동맹은 분명히 같은 페이지에 있지 않다"고 했다. 또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미 정부가 사용한 '실망'이란 표현을 두고 "동맹에 대한 높은 수준의 비판"이라며 "미국은 상징적으로나 운영 면에서 매우 중시하는 지소미아를 한국이 무심하게 내동댕이쳐 충격"이라고 했다. 미 특수전사령부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분명히 동맹 약화와 군사 역량을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이날 '한·일 축제 한마당' 행사 참석차 방한한 스즈키 노리카즈(鈴木憲和) 일본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만나 "지소미아를 지속하는 것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작권 조기 전환 노린 '큰 그림'?

청와대가 지난 30일 발표한 주한 미군 기지 조기 반환 계획은 한·미 관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단기적으로는 기지 이전에 따른 각종 비용,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져 한·미 갈등을 부채질하고, 장기적으론 전작권 전환을 앞당겨 한·미 동맹이 재설정된다는 것이다.

1일 국방부에 따르면, 한·미는 지난 6월 한미연합사가 있는 용산 기지 등을 2021년까지 평택으로 옮기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사가 2021년 이전하고 그해 시행되는 평가에서 '한국군 완전 임무 수행 능력'이 완벽한 것으로 검증되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가능해진다.

한·미는 노무현 정부 때 '2012년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연기되고 박근혜 정부 때 2020년 중반으로 다시 연기됐다. 정부 주변에선 "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遺志)를 잇기 위해 미군 기지 이전과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말도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군의 준비 태세를 무시한 채 전작권 조기 전환을 강행할 경우 핵과 미사일로 중무장한 북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인범 전 육군 특전사령관은 "전작전 전환은 한·미 군사 관계의 지각 변동"이라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데 우리 군·정부가 그런 준비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문재인 정부가 곧 시작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등 미국의 '안보 청구서'에 맞서 반미(反美) 행보로 협상력을 키우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했다.

☞탄광 속 카나리아

재앙이나 위험을 예고하는 조기 경보를 뜻한다. 과거 광부들이 일산화탄소 등 미세한 유독 가스에도 즉사하는 카나리아를 탄광에 놓아두고 카나리아 죽음을 '탈출 경고'로 삼은 데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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