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벗어나면 '삐삐'..방사능 가득 '성화봉송로'

강연섭 2019. 9. 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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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내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아베정부가 후쿠시마가 안전하다고 내세우고 있는 대표적인 근거.

바로 주민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성화봉송도 후쿠시마에서 시작을 해서 3일 동안이나 이 지역을 지난다고 하고요.

경기도 치르고, 선수들이 먹을 식재료에 후쿠시마산을 쓰겠다고도 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정말 안전 한건지 저희 취재팀이 후쿠시마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직접 확인한 내용을 오늘부터 전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오늘 첫 순서로, 오염된 흙더미는 산처럼 쌓여있고, 방사능이 기준치의 수 십배나 높게 나와서 마을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두려운 현지 상황을 강연섭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후쿠시마 원전에서 30km 떨어진 이타테 마을의 한 목장입니다.

본래 130마리의 말을 키웠는데, 원전 폭발이후 무려 50마리나 방사능에 피폭돼 숨졌습니다.

정상이라면 조금도 나오지 않는 방사능, 세슘이 죽은 말의 피 1리터에선 무려 28베크렐이나 검출됐습니다.

이 목장의 주인이 취재팀에 공개한 원전 폭발 5개월 뒤의 영상입니다.

얼마나 엄청난 방사능에 피폭됐는지, 말을 지게차에 세워보려고 하지만 말은 결국 쓰러지고 맙니다.

바닥에 누워버린 말은 경련이라도 난 듯 심하게 떱니다.

목장주인 호소카와 씨는 이후에도 말들이 방사능 후유증을 앓다가 최근까지도 계속 죽어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설명해도 일본 정부는 이런 증언을 결코 듣지 않았다고 폭로했습니다.

[호소카와/이타테 목장] "방사능이 틀림없다는 결과가 나와도 정부가 인정하질 않았어요. 앞으로도 이곳은 체르노빌 이상으로 (방사능 피폭은) 계속될거예요. 이 마을은 이제 끝이에요."

지난 8년. 오염물질을 계속 제거했다고 하지만 이곳에선 여전히 기준치의 약 3배나 되는 방사능이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방사능에 의해 흙이나 풀이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살폈더니 17배크렐로 도쿄보다 6배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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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또다른 마을을 찾아가 봤습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흙더미가 검은 포대에 담겨 거대한 무덤처럼 쌓여있습니다.

검은 피라미드라 불리는 이 오염토를 바로 집 앞에 두고 있는 후지이씨.

피난지시는 2년전 해제됐지만, 방사능 공포에 복귀는 아직 꿈도 꾸지 못합니다.

[후지이/이타테 주민] "위험하다고 생각하니까 집에 올 때는 음료수를 사와서 마셔요. 젊은 사람들은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아요."

그런데도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가 안전하다는 걸 강변하기 위해, 자신들의 안전기준치를 국제기준보다 무려 20배나 높게 끌어올렸습니다.

국제기준은 연간 1밀리시버트 이하지만, 일본은 20배나 높은 20밀리시버트 이하면 살아도 된다며 돌아와도 좋다고 홍보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성화봉송길은 어떨까?

한때는 원전사고 대책본부로 쓰였던 축구센터, J 빌리지를 찾아가봤습니다.

성화가 출발하는 이곳은 입구부터 올림픽 홍보 문구로 가득하고 거리도 깔끔하게 정돈됐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벗어나면 방사능 공포는 현실로 다가옵니다.

피난 지시는 이미 4년전 해제됐지만, 도로 한쪽에서는 여전히 방진복을 입은 작업자가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걷어내고 있습니다.

성화봉송이 지나갈 도로는 방사능 오염토를 싣고 옮기는 덤프트럭이 수십대 오가고 있습니다.

오염토를 덮개로 가리지 않은 트럭도 눈에 띄입니다.

원전으로부터 북서쪽 방향으로 8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나미에 마을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곳의 방사성 물질이 제거돼 사람이 살 수 있다며 2년전 피난지시를 해제했지만 돌아온 주민은 6%대에 불과합니다.

마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곳곳이 '귀환곤란구역'. 쉽게말해 통행조차 제한되는 이른바 '고립된 섬'처럼 된 겁니다.

더욱이 이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에서는 오염물질을 제거했다는데도, 그리고 방사능을 차량 밖이 아니라 안에서 측정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2.6마이크로시버트까지 치솟앗습니다.

아주 잠깐의 정차가 허용된 도로에서는 밖에서 측정해봤는데, 이때도 기준치의 26배가 넘는 방사능이 나왔습니다.

오염정도는 234베크렐로 도쿄보다 80배 높았습니다.

[서균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234베크렐은 어느 정도의 수치인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만성으로 10년이나 20년 후에 식도암이나 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피난을 해제하고 주민들에 대한 지원금마저 끊으며, 방사능에 오염된 이곳으로 주민들을 몰아넣고 있습니다.

[안자이 도르/피난민] "아무튼 돌아가라 돌아가라라고 말하는 건, 아버지가 자식들을 활활 타오르는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버리는 상황이에요."

원전에서 14km 떨어진 한 목장.

푸른 방목지를 거니는 수백마리의 검은 소들.

이 소들은 오늘도 방사능에 오염된 풀을 먹고 있습니다.

몸에는 방사능 피폭의 흔적인 흰 반점들이 보입니다.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살처분을 거부했다는 목장 주인에게 후쿠시마를 내세운 '부흥 올림픽'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요시자와 미사미/희망목장] "우리는 올림픽과 전혀 상관이 없어요. 올림픽 이후에 우리 지역은 버려질 거예요."

MBC뉴스 강연섭입니다.

(영상취재 : 현기택, 영상편집 : 장예은)

강연섭 기자 (deepriver@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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