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합격 기준 불투명.. 부모 재력·정보가 대입 당락 갈라 [심층기획 - 학생부종합전형, 왜 '공공의 적' 됐나]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조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이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서 대학입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4일부터 대입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학종을 포함한 대입 수시 제도가 조만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예비고사·본고사-학력고사-수능’으로 이어진 획일적 입시 위주 교육의 악몽을 벗어나려 도입한 학종(옛 입학사정관제)은 왜 이렇게 신음하고 있을까.
학생·학부모·일선 교사·입시학원 강사들의 일치된 견해는 대략 세 가지다. 돈과 권력, 인맥·정보가 ‘있는’ 자들에게 유리한 ‘금수저·학부모’ 전형이라는 비판, 합격·불합격의 평가 근거를 알기 어려운 ‘깜깜이 전형’이라는 불만, 불투명한 입시로 사교육 시장만 키운다는 지적 등이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종은 내신(학생부 교과) 외에 봉사활동이나 수상 경력, 동아리 활동, 자기소개서 등 교과성적 외에 다양한 활동을 입시에 활용한다. 시험 한 방으로 승부하지 않고 과정을 두루 평가해 학생의 다양성을 살린다는 취지다. 취지로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제도이지만 현실에 적용하면서 심하게 비틀렸다. 학종은 그 전신인 입학사정관제 도입부터 꼬였다.
대학 입시가 수시모집 중심으로 바뀐 이후에 사교육 시장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입시 코디’(입시 컨설턴트)처럼 새로운 스타일의 사교육 모델이 생기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이 학종을 대세 전형으로 밀고 있어 입시 코디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진다.
일단 입시컨설팅 학원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로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입시컨설팅 학원은 2014년 말 51개에서 2018년 8월까지 248개로 5년 만에 4.9배 늘었다.
입시 코디는 주로 서울 강남과 같은 교육특구에 밀집해 있다. 서울시교육청 학원·교습소 현황에 따르면 2018년 4월 기준 개설된 진학상담지도 강좌의 75%가 사교육 메카로 불리는 강남·서초지역에 밀집돼 있다.
이에 대해 입시전문가들은 이 통계에서 잡히는 사교육 비용은 대체로 법정 컨설팅비 정도(1분당 5000원, 시간당 30만원)여서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고 본다. 스타급 입시 코디가 은밀하게 받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임성호 하늘교육종로학원 대표는 “당장 ‘인서울’을 노리는 수험생을 위한 30만원대 입시컨설팅뿐 아니라 ‘언더’에서 머물던 고액 입시컨설팅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면서 “이대로 가면 거액을 받는 ‘입시 코디’가 국·영·수 강사를 팀으로 거느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교육비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2019년 3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규모가 19조5000억원에 달했다. 전년(18조7000억원)보다 4.4% 증가한 것으로 2011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였다.
지난 4월4일 경기 성남코리아디자인센터. 교육부가 마련한 ‘제1차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가 열렸다. 원탁회의는 ‘깜깜이’ 전형이라고 비판을 받는 학종의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학생평가·학생부 신뢰도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한 관리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체 1만1591개 초·중고교 중 1만392개(89.7%)를 대상으로 2015년도 이후 전반을 감사한 내용이다. 생기부 관련 2348건, 학생평가 관련 1703건이 적발됐다. 생기부와 관련해서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출결 불일치(782건·33%) △관리소홀·입력 착오·미기재(772건·33%) △학교폭력 조치사항 기재관리 부적정(424건·18%) △학생부 정정 절차 부적정(160건·7%) △봉사활동 및 시수 입력 부적정(149건·6%) 등이었다. 생기부가 고등학교 선택에 따라 좌우된다는 ‘복불복’ 의혹도 깜깜이 전형 논란과 맞닿아 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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