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소재·부품 자립' 음파로 침입·화재 감지 센서 개발, 상용화까지
지난달 30일 찾은 대전 대덕특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 7층. ETRI 기술 출자기업(연구소기업) 시큐웍스가 자리 잡은 곳이다. 지난해 3월 창업, 직원 10명에 불과한 시큐웍스는 최근 ETRI 연구진과 함께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 음장(音場ㆍSound Field) 센서를 출시했다.
사람의 움직임이나 화재를 포착해 알려주는 보안ㆍ화재 센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적외선 센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사무실과 아파트 실내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사각지대 많고, 오작동 잦은 게 흠이다. 일본이 세계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시큐웍스의 음장센서는 스피커로 귀뚜라미 소리와 같은 미세음을 발생시켜, 일정 공간에 형성된 음장의 변화을 분석해 작동하는 장치다. 한 공간 속에서 사람이 움직이거나 온도가 변화하면 음장이 변화하는데, 수신 마이크를 통해 변화된 음파를 수신받아 상황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음장센서의 가장 큰 장점은 사각지대가 없다는 점이다. 기존 영상센서나 적외선 센서는 보이지 않는 곳, 차폐된 열은 감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음장센서는 소리의 반사와 회절 현상을 이용해 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기존 대비 약 30%의 비용으로 설치할 수 있다.
ETRI의 연구책임자인 박강호 박사는 “가로ㆍ세로 8×5㎝의 음장센서만을 천정과 같은 곳에 붙여 활용할 수도 있고, 최근 많이 시판된 인공지능 스피커나, 실내 폐쇄회로TV(CCTV)용 카메라에 음장센서 소프트웨어를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기존 적외선 센서가 눈으로만 보안에 신경을 썼다면, 음장센서는 귀까지 동원해 침입이나 화재를 감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철 대표는 “1인 가구나 공공시설 등 도난ㆍ방범은 물론 화재ㆍ안전이 필요한 곳에 음장센서가 많이 활용될 수 있다”며“원리를 거꾸로 이용하면 혼자 있는 노약자가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을 경우 이를 감지해 알려주는 등 복지케어 서비스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음장센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기존 센서를 보완해 수입을 대체하고, 센서 등 소재부품 국산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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