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인 기자가 3박4일간 바라본 한국의 '반일' 정서

박세원 기자 입력 2019.09.03. 16:04 수정 2019.09.0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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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정치 관심 인상적.. 일본인도 그랬으면"
일본 허핑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한국은 ‘반일’ 뿐이라고? 현지에 가서 확인해봤다.”

일본인 기자의 3박4일 한국 여행기가 일본 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일 냉전이 계속되며 일본인들의 한국 시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허핑턴포스트의 유아사 유코(湯浅 裕子) 기자는 3일 “한국은 ‘반일’ 뿐이라고? 인터넷에서 벗어나 현지에 가서 확인해봤다”는 기사를 통해 한국 내 존재하는 반일 감정을 일본인의 시각으로 담아냈다.

지난달 말 3박4일간 한국을 방문한 유아사 기자는 이영훈 작가의 책 ‘반일 종족주의’, 평화의 소녀상, 일본식 주점, 한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 총 4가지 사항에 관심을 기울였다.

유아사 기자는 “도착 전날(지난달 24일) 서울 시내에서 여행 중인 일본 여성이 한국인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고 누군가 뭔가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반일 낙인이 찍힌다”고 인터넷에서 표현되는 한국의 모습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내 실제 분위기는 어떨까, 현지에서 살고 있는 보통 한국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했다며 “스마트폰을 닫고, 오프라인에서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다”고 적었다. 3박4일간 한국인과 대화한 뒤엔 “온라인 속 가벼움으로는 느낄 수 없는 긴장감을 느꼈다”고 했다.

'반일 종족주의'와 '일본회의의 정체' 책 표지

△“‘반일 종족주의’, 반일 교육을 받아온 세대에게 충격적인 듯”
기자는 우선 국내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책 반일 종족주의에 주목했다. 당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는 반일 종족주의, 2위는 아오키 오사무의 ‘일본회의의 정체’였다.

유아사 기자는 책 제목이 “자극적”이라고 표현하며 책이 “일본을 비판만 하는 한국 사회를 자아비판하고 있다”고 적었다. 다만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일본어 번역판을 내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반일 종족주의’를 구매한 시민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20대 후반의 한 한국 여성은 ‘반일 종족주의’ 표지를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왜 촬영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런 책이 1위에 있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사진을 찍었다”고 답했다.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에서 정보를 읽고 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여성은 촬영한 사진을 SNS에 게재하며 문제를 지적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일 종족주의를 구입한 60대 한국인 남성에게도 말을 걸었다. 이 남성은 기자에게 “이 작가가 주장하는 것은 지금까지 제가 믿어왔고 가르침 받아온 내용과는 정반대”라며 “엄청 충격을 받았고, 책을 직접 읽어보고 싶어서 사러 왔다”고 말했다.

유아사 기자는 “반일 종족주의를 펼쳐보고 다시 선반에 놓는 사람, 표지 사진을 찍고 떠나는 사람, 실제로 구입하는 사람 등 다양했다”며 “손에 들고 내용을 살펴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의 연령층이었고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반일 교육을 받아왔다고 불리는 세대에게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내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반아베 반일 청년학생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일 위안부 합의 규탄 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소녀상 지키는 학생, 식민지 시대 잘못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소녀상을 지키는 학생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반아베 반일 청년학생 공동행동’ 소속의 김지선(22)씨는 유아사 기자에게 “아베 신조 총리는 한일 문제에 대해 미래 지향적으로 나가자고 말하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식민지 시대의 잘못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전했다.

친구들과 정치에 관한 얘기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역사, 정치,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좋은 사회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주변 어른들은 중도를 지키라고도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유아사 기자는 김씨의 대답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일본식 선술집 내부 모습

△“일본식 선술집, 한국서 인기… 다양한 음식 먹을 수 있기 때문인 듯”
일본식 선술집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도 전했다. 국내 일본 선술집에 방문한 유아사 기자는 “일본어로 된 간판 등에 일본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며 “식당에 회 등이 있지만 모든 메뉴가 일본 음식은 아니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특화된 음식을 하는 전문점이 일반적인데 일본 선술집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기에 인기를 끈 것 같다”고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기자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한국 젊은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두 명 중 한 명은 정치에 흥미가 없다, 또 다른 한 명은 관심이 있다며 한국 내 불매 운동에 대해 말했다. 그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풍조는 있지만 휴대폰에도 일본 부품이 들어 있는 등 정말로 불매를 하긴 어렵다”며 “한국이 자립하는 건 필요하지만 국제 교류를 늘려가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전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정치 주제로 말 거는 한국인… 충격적”
한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 크게 다뤘다. 모르는 사람에게 정치를 언급하며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며 놀라웠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당시 취재에 동행한 한국인 기자와 일본어로 호텔 로비에서 협의하고 있는데 “한일 문제에 대해서 여기서는 얘기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을 건 한국 시민을 마주했다고 설명했다.

유아사 기자는 “그날 한국 신문에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다룬 기사가 있어 한국인 기자와 일본어로 얘기하고 있었다”며 “그때 옆에 앉아있던 40대 초반의 남성이 일본어로 말을 걸어왔다”고 적었다. 이 남성은 한국인 사업가로 일본에서 가족과 생활하고 있으며 당시 한국에 잠시 들른 것이었다.

남성은 유아사 기자에게 “그런 얘기는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지 않는 게 좋다. 한국에는 일본어를 아는 사람도 많다. 당신이 걱정된다”고 말을 걸었다고 한다. 당시 유아사 기자는 “이 작가에 대한 설명을 한국인 기자에게 듣고 있었을 뿐, 일본이나 한국을 비판하진 않았다”고 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남성은 책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이들에게 말을 걸었다고 한다.

유아사 기자는 “너무나 갑작스러워 매우 놀랐다”고 당시 감정을 전하며 “물론 이 남성이 생면부지에게 간섭을 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치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을 뿐인데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얘기는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의견을 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는 그저 놀라웠다”고 적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정치적인 주제로 말을 거는 게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유아사 기자는 “호텔을 나오고 나서도 상당한 시간 동안 이 장면이 내 머리, 그리고 내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일본) 인터넷상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의견을 말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이런 경험이 거의 없는 만큼 강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서로의 의견이 어떻든 간에,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 가운데 말을 걸어온 남성에겐 자신도 모르는 사람에게 의견을 말할 만큼의 강한 마음이나 생각, 나름의 각오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 남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시간 동안 서로 적지 않은 긴장감이 있었다”고도 했다.

일본 허핑턴포스트의 기사 '한국은 ‘반일’ 뿐이라고? 인터넷에서 벗어나 현지에 가서 확인해봤다'가 3일 기준 야후 재팬 국제 기사 랭킹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야후 재팬 캡처

△“한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 인상적… 일본인도 정치 의견 개진했으면”
유아사 기자는 한국에서의 3박4일간의 일정 동안 “일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그 이상으로 친일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도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인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느낀 점은 대부분 나이를 불문하고 정치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단단하게 갖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질문하면 확실한 답이 돌아온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적었다.

일본의 상황과도 비교했다. 유아사 기자는 “일본은 온라인상에서는 정치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사람들과 정치적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인들도 정치적인 의견을 더욱 개진하면 좋겠다는 소망도 적었다. 그는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정정당당하게 얘기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런 정치적인 대화에 따라다니는 긴장감도 잊지 않고.”라고 갈무리했다.

일본 허핑턴포스트의 해당 기사는 3일 오후 4시 기준 야후 재팬 국제 기사 랭킹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7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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