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포장·농지 매립..위험천만 오염토 '돌려막기'

강연섭 2019. 9. 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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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일본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능 문제 집중 보도해 드리고 있습니다.

어제 곳곳에 오염된 흙더미가 산처럼 쌓여있는 현지 상황을 전해 드렸는데요.

그렇다면 이 엄청난 오염토.

대체 어떻게 처리 하겠다는 걸까요?

저희가 확인을 해봤더니,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이 오염토를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숨기거나, 더 나아가 이를 재활용까지 하려고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강연섭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내년에 도쿄올림픽 야구경기가 열릴 예정인 후쿠시마의 아즈마 경기장 주변 모습입니다.

구글지도로 보면, 체조경기장 보다 넓은 공터에는 방사능 오염토를 담은 검은 포대가 가득차 있습니다.

원전폭발 사고로 오염된 흙을 경기장 주변에 모아뒀던 건데, 취재팀은 이를 8월중순쯤 지도에서 확인하고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오염토는 이제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공터는 오염토로 가득차 있었지만, 이제는 한쪽 귀퉁이 일부에만 남아있습니다.

대체 어디로 갔을까?

취재팀은 수소문 끝에 한 야산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시내 중심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곳인데, 인적이 드문 산 중턱에 이르자 검은 포대를 쌓아둔 임시 저장시설이 보입니다.

이 시설 옆에는 방사능 측정기가 달려있습니다.

시간당 0.15 마이크로시버트. 그러니까 기준치보다 낮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건데요.

그런데 도로 건너편에는 방사능에 오염된 거대한 흙더미가 있습니다.

취재팀이 항공촬영을 하다 발견한 이 흙더미는 쉽게 눈에 띄지 않도록 초록색 포장으로 덮인 채 가려져있습니다.

만약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오염토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도록 교묘하게 위장막을 쳐 둔 셈입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오염토를 정화하기 보다는 가리기에 급급한 겁니다.

[아베/후쿠시마 30년 프로젝트] "(올림픽을 앞두고) 사고가 있었던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이 2천2백만 세제곱미터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5톤 트럭으로 730만대나 되는 엄청난 양입니다.

하지만 제염, 그러니까 오염을 제거하는 작업은 극히 일부만 진행됐습니다.

[후지이/이타테 주민] "제염작업이라고 해봤자 우리 집에서 10미터 정도. 우리 집 주변에서 10미터 밖에 하지 않았어요."

더 놀라운 점은 5톤 트럭 730만대분으로 추산된 오염토의 양은 전부가 아니라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후쿠시마는 지역의 70%가 산으로 돼 있는데, 이 산림의 토양은 아예 손도 못 댄 상황이라 오염토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가늠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가 선택한 건 오염토 재활용 입니다.

그것도 눈에 잘 안 띄는 방식으로 하겠다는 건데, 이를 위해 기준부터 고쳤습니다.

본래 방사성 물질 농도가 1KG당 100베크렐 이하인 것만 재활용할 수 있었는데, 이 기준을 원전사고가 나자 무려 80배나 높은 8천베크렐까지 허용키로 한 겁니다.

이런 꼼수를 통해 늘어난 재활용 오염토는 작년 기준으로 21만 8170톤에 이릅니다.

[반 히데유키 공동대표/원자력 자료정보실] "처음에는 매립해도 좋다는 기준이었는데, 이걸 다시 변경해서 공공사업이나 지면의 보조기층이라든가 제방을 쌓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재활용 기준을 정한 거예요."

원전에서 40km 떨어진 니혼마쓰의 한 마을입니다.

시민운동가 스즈키씨는 일본 정부가 철저히 주민들을 속였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후쿠시마의 오염토를 30년 뒤에 후쿠시마 바깥으로 내보겠다고 약속해놓고, 이를 작년에 갑자기 뒤집고, 도로포장을 해 줄테니 오염토를 재활용하자고 제안해왔다는 겁니다.

[스즈키 히사유키/시민운동가] "최종처리는 후쿠시마 현이 아니라 다른 현에서 처리하겠다고 한 게 우리 후쿠시마 현민에게 한 약속이었어요. 도로밑에 (오염토를) 매립한다는 것은 결국 (이곳이) 최종처리장이 되는거예요."

주민들이 강하게 저항했고, 일단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포기하지 않고 또다른 지역에 비슷한 거래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해당 지역을 찾아가봤습니다.

원전 폭발 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이 비와 함께 내려 피해가 컸다는 이타테 마을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오염토를 재활용해 농사를 짓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누군가 출입을 막아섭니다.

"뭔가 문제가 있나요?" "여기 통행증이 없으면 (출입이 안됩니다)"

일본 정부가 이 마을에 오염토를 재활용하는 대가로 제안한 건 바로 오염된 산림까지 청소해준다는 거였습니다.

[안자이 도르/이타테 주민] "(나가토로 지구에) 제염을 해 줄테니까 그 농지에 오염토를 매립하게 해달라고, 그 위에 꽃이나 채소를 재배한다고 (제안)했어요."

산림청소는 좋지만, 과연 오염토에서 작물을 키워도 좋을까?

일본 정부의 생각은 오염토에 작물을 키워 이걸 바이오매스, 그러니까 에너지원으로 쓰겠다는 건데, 전문가들은 이렇게 할 경우, 방사능 오염이 더 확산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김익중/전 동국대 의대 교수] "작물 키우는 과정에서 피폭될거구요. (작물을 태우는 과정에서) 방사능 물질이 더 넓은 지역으로 퍼트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최근 이곳을 다녀간 일본 부흥상은 오염토 농지 재활용 실험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MBC뉴스 강연섭입니다.

(영상취재: 현기택 / 영상편집: 정지영)

강연섭 기자 (deepriver@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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