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리를 버렸다" 후쿠시마 검은 눈의 비극

김상기 기자 2019. 9. 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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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날, 우리 마을에 철분 냄새가 퍼졌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비는 눈이 됐습니다. 눈은 검은색이었습니다."

국제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피폭으로 고통을 겪는 이타테 마을 주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린피스는 지난달 30일 '후쿠시마의 비극: 검은 눈의 날'이라는 제목으로 이타테 마을 주민 안자이 토루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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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오염 고향집에 돌아가라고 한다" 그린피스, 이타테 마을 주민 인터뷰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날, 우리 마을에 철분 냄새가 퍼졌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비는 눈이 됐습니다. 눈은 검은색이었습니다.”

2017년 10월 1일 이타테 마을 고향집을 방문한 안자이 토루씨. 그린피스 캡처


국제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피폭으로 고통을 겪는 이타테 마을 주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 주민은 일본 정부가 피해 주민을 방사성 오염 지역으로 다시 내몰고 있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린피스는 지난달 30일 ‘후쿠시마의 비극: 검은 눈의 날’이라는 제목으로 이타테 마을 주민 안자이 토루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안자이씨는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날을 ‘검은 눈’이 내린 날로 기억하고 있었다. 검은 눈은 그에게 불길한 공포였다. 두려움은 현실이 됐다. 몸 곳곳이 아프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현재 100만t에 이르는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린피스 캡처


안자이씨는 “검은 눈이 내린 뒤로 피부가 욱신거리는 고통을 느꼈다”면서 “아주 오랫동안 일광욕을 한 후에 피부가 타는 것 같았다. 다리 전체에선 하얀색 허물이 벗겨졌는데 유일한 치료법은 연고를 바르는 일 뿐”이라고 전했다.

피부만 그런 게 아니다. 두통이 오고 어깨 통증이 뒤따랐다. 이어 탈모가 시작됐다. 3개월 뒤 대피했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안자이씨는 3년이 지난 뒤부터 뇌졸중과 심장마비 증세를 보였다. 혈관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고향집을 방문한 안자이씨(가운데)가 그린피스 핵전문가들과 대화하고 있다. 그린피스 캡처


안자이씨는 고향집을 갈 때마다 전신 통증이 재발했다고 호소했다. 방사선 노출 탓인지는 증명하지 못했지만 고통은 ‘검은 눈’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안자이씨는 방사능 물질로 오염된 고향집으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일본 정부는 오염제거 작업을 완료했다며 안자이씨의 등을 떠밀고 있다. 후쿠시마현 정부는 이미 지난 3월 주택보조금을 중단했다.

안자이씨는 “내 고향은 오염됐고 내 이웃들은 사망했다. 정부가 대피하래서 고향을 떠났다. 방사성 오염은 여전한데 이제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서 “화가 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피난민들은 정부에 계속 탄원했지만 정부는 듣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우리를 버렸다”고 호소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원전 폭발 재앙 이전 이타테 마을에는 6300여명이 살았다. 지금 주민은 900명에 이른다. 대다수가 60세 이상 노인이다.

후쿠시마 곳곳에 쌓인 방사능 오염토 더미. 그린피스 캡처


그린피스는 “이곳 거주자는 매일 방사능 물질에 노출된다”면서 “일본 정부는 오염제거 작업을 완료했다고 주장하지만 70% 이상이 숲인 이곳은 오염 물질 제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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