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울릉도·독도 찾는 일본인.. 무조건 탑승 막는 여객선들

윤수정 기자 2019. 9. 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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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갈등 후 한국인과 온 일본인 여성 등 울릉도도 못가게 막아
선사 "법적 근거 없지만.. 배에서 일장기라도 흔들면 어쩔거냐"
日여권 들고 독도 방문은 '한국 땅' 인정.. 日정부가 오히려 반대

일본 외무성은 2010년부터 한국을 여행하는 자국민에게 '독도 관광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자국 영토'인 독도에 가면서 여권을 소지하고 한국법에 따라 독도를 방문하는 것이 한국 관할권에 따르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본의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005년 독도 방문 절차가 간소화된 이후 일본인 관광객 114명이 독도를 찾았는데, 이 가운데 13명은 경북 울릉군 명예 주민임을 인증하는 '독도명예주민증'까지 받아갔다. 하종문 한신대 교수는 "일본인이 한국에 입국해 독도를 방문하는 사례가 계속 축적되면 향후 독도 영유권 분쟁에서 우리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경북 울릉군 독도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독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선 울릉도·독도를 오가는 선박 운영사들이 일본인 관광객의 독도행 여객선 탑승을 무조건 거부하고, 과격 반일(反日) 세력은 이를 응원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감정적 반일'이 득세하면서 오히려 국익을 손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일(韓日) 커플'의 연애담을 소개하는 어느 유튜브 채널에 지난달 28일 '여자 친구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울릉도 승선 거부당했다'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 커플이 울릉도행 여객선을 타려고 매표소를 찾았지만 거부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남성은 "법적으로 승선이 안 되는 거냐. 울릉도에 호텔과 렌터카도 예약했고, 사전 연락도 못 받았다"며 항변했지만, 직원은 "규정상 안 된다" "일본인 승객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영상 말미에서 남성은 "나도 일본 유학 시절 한국인이라고 차별받아 힘들었다. 미래 아내가 될 사람이 이런 차별 받는다는 게 속상하고 분했다. 여자 친구가 한국에 왔을 때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8월 들어 한·일 갈등이 격화하면서 일본인의 독도·울릉도행 여객선 승선 자체를 가로막는 선사(船社)가 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선사가 일본인의 독도행을 막은 사례가 있었지만, 울릉도행까지 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상에 등장한 여객 운항사 씨스포빌 측도 "울릉도행 승선 불허는 지난달 3일 우리가 처음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업체는 지난달 4일에도 포항에서 울릉도 저동항~독도 운항 여객선을 타려던 일본인 A(72)씨와 B(58)씨의 예약을 거절한 바 있다.

사실 일본인 승선 거부는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다. 관련 법령에도, 조례에도 일본인 독도 방문을 금지하는 내용이 없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칠 염려가 있는 사람'은 입국 자체를 막는 게 전부다. 독도관리사무소도 "특이 이력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일본인 독도·울릉도 상륙 자체를 거부하진 않는다"고 했다.

선사들은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독도'의 상징성 때문에 배 안에서 일본어가 들리기만 해도 내국인 승객들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씨스포빌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은 물론 국가정보원까지 독도행 여객선을 예의 주시 중"이라며 "만일 울릉도·독도행 배에서 일본인 승선객이 일장기라도 흔들면 그 비난과 피해는 선사들이 고스란히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유튜브에 나온 남성은 선사에 "한국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고, 한국인이나 다름없다"고 통사정한 끝에 '독도에 가지 않는다'는 서약을 조건으로 울릉도에 다녀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행태에 박수를 보낸다. 한·일 커플의 울릉도 여행 수난 유튜브 영상 아래에도 해당 남녀를 비난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일본 토착왜구가 독도 가려고 꼼수 부리는 것" "극혐이다(극단적으로 혐오스럽다)" "일본인한테 얼마 받고 그 짓 했냐" 등이었다. 영상은 결국 삭제됐다.

독도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독도를 방문하고 명예주민증을 받아가는 일본인들은 대부분 평범한 유학생이나 관광객"이라고 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국적만으로 승선 자체를 막는 건 국제법상 유례없는 일이고, 선량한 일본인에게 반한 감정만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했다.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인의 독도 방문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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