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팩트체크]조국 간담회서 "모른다" 141회..야당 "법 미꾸라지"

김준영 2019. 9. 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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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해서 몰랐다.” “이과쪽 논문이라 몰랐다.” “사모펀드 자체를 몰랐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2일 국회 기자간담회는 한마디로 ‘모르쇠’ 간담회였다. 그의 입에선 ▶‘모르(른)’ 62회 ▶‘알지 못했다’ 27회 ▶‘몰랐다’ 26회 ▶‘알 수 없었다’ 14회 ▶‘이번에 알았다’ 7회 ▶'처음 들었다’ 5회 등의 표현이 모두 141회 나왔다. 이날 간담회를 지켜보던 야권에선 “우병우를 능가하는 법꾸라지다. 문제가 될 만한 건 다 ‘몰랐다’ ‘아니다’ ‘안했다’면서 잘 빠져나간다”(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고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변선구 기자

조 후보자의 '몰랐다' 발언을 이전에 나온 해명과 야권에서 제기하는 주장 등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짚어봤다.
①딸=조 후보자는 딸이 고교 시절인 2008년 단국대 인턴 2주 만에 병리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과 관련 “제 전공이 법이어서 의학을 포함한 이과 쪽의 1저자· 2저자 이런 것들을 잘 모르고 있었다”면서도 “당시 1저자·2저자 판단 기준이 엄격하지 못하고 느슨하거나 모호했던 것 같다. 지금 시점에 봐서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조국 기자간담회에서 나온‘모르쇠’발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2006년 나온 대한의학회의 ‘의학 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와 2008년 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엔 ‘부당한 논문 저자 표시’는 연구 부정행위, 즉 불법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 시절 이른바 ‘황우석 연구조작 사건’을 계기로 연구윤리를 강화하겠다는 차원에서 2008년 ‘진리탐구와 학문윤리’라는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을 가르친 적 있다고 한다.

또 서울대 환경대학원 재학 중 받은 장학금에 대해선 “신청도 안 했지만, 선정되어서 받았다. 장학금 주는 기준을 모르겠다”고 했는데, 해당 장학금 지급 규정엔 “희망자 본인이 신청하고 지도교수, 학과장, 학·원장의 결재를 거쳐야 한다”고 나와 있다.

②사모펀드=조 후보자는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가족의 전 재산(56억원)보다 많은 74억원을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에 투자 약정(실투자 금액은 10억5000만원)한 데 대해서도, “애초에 그 사모펀드가 뭔지도 몰랐다. 관여도 안 했다”, “아내가 했다”, “처남과 아들이 투자한 것도 이번에 알았다”, “사모펀드의 투자처도 몰랐다”, “사모펀드 (개념) 자체도 이번에 공부해서 알았다”고 일관했다.
조국 후보자 간담회 질의 핵심 키워드.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또 블루코어밸류업1호의 운용사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인 것도 몰랐다고 했지만, 당시 투자약정서엔 “블루코어밸류업1호의 운용사가 코링크PE”라고 명시돼 있다. 조 후보자는 “코링크PE라는 이름 자체를 지난달 지명 후에야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도 했는데, 올해 3월 조 후보자의 재산신고가 된 관보를 보면 코링크PE라는 이름으로 배우자와 장녀·장남 재산이 투자된 것이 나와 있다.

“사모펀드 (개념) 자체를 이번에 공부해서 알았다”는 말도 논란이다. 조 후보자는 2012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먹튀’ 논란과 관련, ‘지식인·법조인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성명문 요지는 ‘범죄자 론스타에게 먹튀를 지원한 금융위원회의 단순매각 명령에 대한 규탄과 은행법에 따른 징벌적 분산매각을 촉구한다’다. 조 후보자는 당시 금융노조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론스타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블라인드펀드이기 때문에 투자처를 몰랐다”는 해명 역시 정관에 나온 “업무상 집행사원은 매 분기마다 전체 사원(출자자)을 대상으로 회사 운용 현황 및 운용전략 등의 보고를 위한 투자 보고를 해야 한다”는 규정과는 배치되는 부분이다.

③웅동학원=조 후보자는 자신이 가족이 운영하는 학교법인이자, 본인도 10년간(1999~2009년) 이사를 맡았던 웅동학원 의혹에 대해서도 대부분 모른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동생은 건설사 고려시티개발을 통해 1996년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웅동학원 공사를 맡았다가 대금을 받지 못해 1997년 부도났는데, 이후 2006년·2017년 웅동학원에 양수금 청구 소송을 벌여 두 차례 모두 무변론 승소했다.
조국 후보자 간담회 질의 핵심 키워드.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웅동학원 공사와 고려시티개발 부도 과정에 대해 조 후보자는 “1997년 당시 저는 해외 유학생이었기 때문에 상세한 과정을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웅동학원 재산에 대해서도 “(이사 재직 내내) 운영이나 관리에 거의 관여를 못 했기 때문에 정확히 모른다”고도 했다.

하지만 2000년 6월 13일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조 후보자는 학교 소유의 임야 등 기본 재산을 동아대에 매매하자는 부친 조변현 이사장의 제안에 “삼청(三請·세 번째로 찬성)합니다”라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부친이 대표를 맡았던 건설사 고려종합개발에 과거 웅동학원 공사대금을 갚기 위해 웅동학원 재산을 팔자고 논의한 기록이다.

또 만일 조 후보자의 말처럼 “학원의 재판 문제 등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 아는 게 없다”고 한 게 사실이라면, “이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임 행위”(정점식 한국당 의원)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조 후보자는 전날 웅동학원 이사직과 관련 “이사 명단에 이름만 넣었다”면서 “정확히 얘기하면 배임보다는 성실의무 위반”이라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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