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게임 개발 땐 직원..중단 땐 헌신짝"

김동성 기자 2019. 9.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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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넥슨 노조, 첫 집회 “고용 안정” 촉구…네이버 노조 등 참석
ㆍ개발 끝나면 면접 다시 보고 떨어지면 대기발령 ‘만성 불안’

“서로의 울타리가 됩시다” 넥슨코리아 노동조합원들이 3일 경기 성남시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게임업계는 직원들을 부품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게임 제작자인 ㄱ씨(35)에게 넥슨은 6번째 회사다. 25살이던 2010년 스타트업 게임업체에 처음 입사했지만 망할 위기에 처해 그만뒀다. 이후 옮긴 두번째 회사에서는 제작에 참여한 게임이 출시됐지만 2개월 만에 서비스가 중단돼 또다시 회사를 나왔다. ‘제작 게임 실패’는 곧 ‘퇴사’였다. 2015년 업계 중견기업에 입사했지만 역시 1년도 못돼 권고사직당했다.

어떤 회사에선 게임이 성공하고도 이직할 수밖에 없었다. 2년여간 제작한 끝에 탄생한 롤플레잉게임(RPG)은 서비스 시작 3개월 만에 140억원의 매출이 났지만, 업체에서는 개발 과정에 투자비용이 막대해 적자가 발생했다며 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게임업계에서 과로사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직원들이 잇달아 나와 문제가 된 시기였다. ㄱ씨 역시 건강 이상으로 회사를 그만뒀다. 2017년에는 유명 포털사이트를 거느린 업체에서 출시한 모바일게임이 1년 만에 중단되면서 다시 회사를 나왔다.

ㄱ씨는 지난해 업계 최고로 꼽히는 넥슨에 입사했다. 고용불안은 여전했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임 제작이나 서비스가 중단되면 사실상 권고사직 통보로 받아들여진다. 업무 재배치를 받으려면 다른 팀에 들어가기 위한 면접을 봐야 하는데, 정규직 신분으로 고용됐더라도 면접에서 떨어지면 주어진 업무 없이 대기발령 상태로 남는다. 그는 “서비스 중지로 인해 다니던 회사를 하루아침에 그만두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며 “이번에도 쫓겨날 순 없기에 입사하자마자 노조에 가입했다. 고용이 안정되고 직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한다면 회사도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 노조가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넥슨 노조는 게임업계 처음으로 지난해 설립됐다. 이날 집회에는 넥슨 노조뿐 아니라 네이버 노조, 스마일게이트 노조 등 500여명이 파란 모자를 쓰고 참여해 연대했다.

노조는 이날 게임 개발 프로젝트가 끝나 팀원들이 각기 다른 프로젝트로 전환배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불안을 지적했다. 최근 넥슨은 매각이 불발된 이후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수뇌부들의 잇단 사퇴로 뒤숭숭하다. 넥슨은 ‘프로젝트 지’ ‘페리아연대기’ 등 제작 중이던 4개 게임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지난 두 달 사이 발표했다. 현재 중단된 프로젝트 팀의 개발자 등 직원 200여명은 새 프로젝트에 배치될 때까지 사실상 대기발령된 상태로, 최근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직원들은 프로젝트 중단 이후 대기발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왔다”며 “고용안정은 우리와 회사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이것은 한쪽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윈윈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넥슨 관계자는 “중단된 프로젝트 소속 직원에 대해선 전환배치를 적극 진행하고 있다”며 “당사자와 충분한 협의를 하고 있으며, 인력 감축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김동성 기자 est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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