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日비판했다 APEC 의장국으로부터 면박? 정부, "유감 표명 없어"
외교부, "문제 해결 바란다는 중립적 입장" 반박
앞서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PEC 제3차 고위관리회의(SOM) 무역투자위원회 세션에서 “일본이 역사적 문제에서 기인해 발생한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역규제 조치를 일방적으로 단행한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발언했다. “일본이 아태 지역의 글로벌 공급망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우위 국가가 언제든지 자의적 조치로 정치적 무기화할 수 있음을 절실히 인식했다”고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산케이 신문은 3일(현지시간) 복수의 협상 소식통을 인용해 “의장을 맡은 칠레 다자경제국장이 '한국의 발언은 유감이다. APEC에서 양자 문제를 들여오는 것은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한국 외교부가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의장의 이런 발언은 언급하지 않아 ‘불편한 진실’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외교부가 31일 보도자료에서 윤 조정관의 발언과 일본 측 교코 카시와바라 일본 경산성 특별통상교섭관의 대응을 공개하면서 "다른 의장국들은 발언을 자제했다"고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같은 산케이 측 주장에 대해 외교부는 4일 “칠레 측이 ‘유감(regret)’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재반박했다. “회의 개최 이틀 전인 28일 칠레 의장에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한국 측 발언 계획을 사전에 설명했고 의장도 양해했다”면서다.
그러면서도 외교부 당국자는 “의장이 윤 조정관 등의 발언 이후 ‘한ㆍ일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다른 포럼(other forum)이 있다’고 했다”며 “이는 '한·일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는 취지였고, APEC 의장으로서 공개 석상에서 특정 국가의 편을 들 수 없어서 중립적인 노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외교부 설명에 따르더라도 명시적 유감 표명은 없었지만, 의장국 차원에서 주의를 준 것으로도 해석할 여지는 있다. 정부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APEC 등 다자회의 계기에 국제 여론전을 펼쳐 일본을 압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앞서 7월 말 세계무역기구(WTO) 일반 이사회에서도 한국 정부의 일본 비판에 대해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은 적어도 공개 석상에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8월 초 ARF에서는 싱가포르 외교부 장관이 한국에 대한 공개 지지 발언을 하고 외교장관 회의 의장성명에도 한국 측 입장이 반영됐다.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사전에 양자회담을 통해 정부 입장을 상세히 전파했기 때문에 성과가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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