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4~8등급 영어 못해? "한영외고 98% 모의고사 1등급"
당시 외고에서 근무했던 교사들은 “학교 내신성적을 기준으로 영어실력을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려있는 학교의 특성상 뛰어난 영어실력을 갖췄어도 만족할 만한 성적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한영외고 출신 한 교사는 “각 중학교에서 내로라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내신경쟁도 치열하고 만점을 받는 학생도 많았다”며 “내신시험은 상대평가를 적용하기 때문에 만점 받는 학생들이 많으면 시험에서 1~2문제만 틀려도 4~5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딸이 취득한 영어인증시험 성적을 근거 삼는 이들도 있다. 조 후보자 딸이 지식거래 사이트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영문이력서에는 조씨가 AP(선이수학점제) 미적분학·생물학·화학·미시경제학 과목에서 만점(5점)을 취득하고, 토플과 텝스에서 각각 103점(120점 만점), 800점(990점 만점)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대원외고 출신의 또 다른 교사는 “AP는 객관식 문제만 푸는 게 아니라 에세이도 써야 하므로 영어실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만점을 받기 어렵다”며 “AP 미적분학에서 만점을 받는 비율은 미국 전체 고교생 기준으로 5%밖에 안 된다”고 전했다. AP는 미국 고교생이 대학에서 제공하는 수업을 먼저 이수하고 대학 진학 시 학점을 인정받는 제도다.
반면 외고 유학반의 수준을 기준 삼는다면 훌륭한 편이 아니다는 반론도 나온다. 해외 유학파 출신의 한 교육계 인사는 “2019년 기준으로 AP 미적분학 시험에서 만점(5점)을 받은 비율은 응시자 중 43.2%였다”며 “한국 학생들은 수학을 잘하기 때문에 AP에 응시한 한국 학생은 대개 만점을 받는다”고 말했다.
강남 대치동의 한 외국어학원 원장도 “당시 외고에서 유학 준비하던 학생들 대부분이 토플 110점 이상, 텝스 900점 이상을 받았는데, 조 후보자 딸의 영어인증시험 점수는 이에 비해 낮은 편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과 비교해서는 영어실력이 우수하겠지만 그렇다고 의학논문을 쓸 정도의 수준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수정=4일 오후 5시 30분 "대원·한영외고에서 모의고사 영어과목 만점 비율이 98%정도였다”는 원래 문장을 "1등급 비율이 98%정도였다"로 수정했습니다. 인터뷰 당사자가 "오류가 있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AP와 관련해 독자가 올해 미적분학 시험에서 응시자 중 만점 비율을 알려와 기사에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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