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엔 '강제징용'..그 후손들은 '부당해고'

고현승 2019. 9. 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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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일본의 이런 비뚤어진 시각은 또 있습니다.

대표적인 전범 기업이죠.

미쓰비시의 국내 자회사가 4년전, 비정규직을 대규모로 해고하고, 우리 정부의 고용 명령도 거부하고 있는데요.

힘겹게 싸우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이 견디다 못해 일본 본사까지 찾아가서 항의에 나섰습니다.

일본기업의 대응, 어땠을까요?

도쿄 고현승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세계적 유리제조 업체인 아사히 글라스.

경북 구미에 있는 이 업체는 강제징용으로 돈을 번, 대표적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자회삽니다.

그런데 이곳의 비정규직은 신발 착용 같은 사소한 규정을 안 지키면 몇주동안 '징벌 조끼'를 입고 일해야 했습니다.

[차헌호/아사히 비정규직지회 회장] "조끼를 입고 일해라. 실제로 군기잡기죠. 정규직은 조끼 자체가 없어요."

비정규직의 급여는 최저 임금 수준.

근무 환경도 열악했습니다.

참다못해 임금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만들려 하자, 2015년, 갑자기 문자로 178명을 해고했습니다.

그리곤 이들이 회사에 접근 조차 못하게 직원들 차량 트렁크까지 매일 검사하고 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아사히는 전범기업.

해고자들이 회사 도로 위에 이렇게 써놓자 회사는 도로를 새로 깔고, 5천2백만원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2017년.

고용노동청은 부당 해고가 맞다며 전원 직접 고용과 과태료 17억8천만원을 부과했지만 꿈적도 안 하고 곧바로 소송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2년이 흐른 지난달, 법원까지 해고자들 손을 들어줬지만, 다시 항소했습니다.

한국에 진출하던 2004년, 50년간 토지 무상임대에 국세와 지방세 감면이라는 특혜까지 받았던 전범기업의 이 자회사는 정작 한국의 노동자들은 무자비하게 대하고 있는 겁니다.

견디다 못한 해고자들은 일본 본사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한국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직접고용을 당장 이행하기 바랍니다."

어렵게 항의서를 전달했지만,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오수일/아사히 비정규직지회 부회장] "일본 본사는 한국의 아사히글라스가 적절한 대응을 하고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언급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아하시글라스 해고자들의 원정 집회에는 일본의 노동단체들이 함께 참여해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야마모토 히로유키/일본국철 지바노조] "급속히 비정규직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힘든 노동조건 속에서 어렵게 싸우는 노동자와 연대는 매우 중요합니다."

일제강점기 전범기업의 강제 징용, 52년 뒤 돌아온 자회사의 부당 해고, 법과 상식, 그리고 인권까지.

이 모두를 무시하는 행태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 듯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영상취재: 김진호(도쿄) / 영상편집: 윤석경)

고현승 기자 (countach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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