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피해자에 소송이라니" 학생·동료 교수들까지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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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대량 표절을 이유로 직위 해제된 서울대 교수가 표절 문제를 법정 공방으로 끌고 간 데 대해 학부ㆍ대학원생은 물론, 동료 교수들까지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박 교수는 서울대가 표절로 판정한 논문 12건 중 11건은 징계시효인 3년을 지났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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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 직위해제 서울대 교수
명예훼손금지 가처분신청 첫 재판
논문 대량 표절을 이유로 직위 해제된 서울대 교수가 표절 문제를 법정 공방으로 끌고 간 데 대해 학부ㆍ대학원생은 물론, 동료 교수들까지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 박범석)는 심리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박모 교수가 자신의 제자였던 대학원생 K씨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의 첫 재판이 열렸다. 앞서 박 교수는 “K씨가 나의 논문과 단행본 20건이 표절에 해당한다는 대자보를 학내에 붙였으나,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된 논문 8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대자보를 내리지 않을 경우 하루 100만원의 강제이행금도 신청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가 표절로 판정한 논문 12건 중 11건은 징계시효인 3년을 지났다는 입장이다.
법정에서 박 교수 측은 “K씨가 수 차례 비방성 대자보를 붙여 서울대와 다른 교수들의 명예까지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학원생 K씨 측은 “학문의 세계에서 연구 윤리 문제 지적에 시효가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이어 “서울대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논문 8편 가운데 2편은 외부학회가 표절로 판정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방청석의 서울대 학생들은 울분을 토했다. 박 교수의 제자였던 한 학생은 “본인의 표절 문제를 법정까지 끌고 온 것 자체가 참혹하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은 “최소한의 연구 윤리를 위반한 박 교수를 더 이상 연구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학부생들도 대자보를 내걸고 박 교수를 비판했다.
동료 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학과 B교수는 “대학 내 권력 관계 때문에 대자보 이외에는 진실을 알릴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배상을 요구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K씨”라고 호소했다. 박 교수 이외 국문과 교수 6명은 아예 법정 다툼과 별개로 박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동료 교수에 대한 직접 비판을 꺼리는 학계 풍토에 비춰 놀라운 일이다.
K씨는 2013년 지도교수이던 박 교수의 논문이 표절이란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서울대 인권센터 등에 호소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 뒤 K씨는 박 교수 논문과 단행본 20건에 대한 대조작업을 벌여 1,000쪽 분량 논문표절 자료집을 직접 만들어 연구진실성위원회에도 보냈다. 2017년에는 대자보를 게시하면서 문제를 공식화했다. 국문과 교수회의는 K씨 자료를 검토, 만장일치로 박 교수에게 사직을 권고했고(본보 2017년 6월 17일자 4면 '내 글 표절 학생신고, 4년간 묵살한 서울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06162078133092)), 지난해 연구진실성위원회는 20건 중 12건에 대해 “상당히 중한 부정행위 및 부적절 행위”라고 판정, 교원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요청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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