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피해자에 소송이라니" 학생·동료 교수들까지 성토

정반석 2019. 9. 5.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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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대량 표절을 이유로 직위 해제된 서울대 교수가 표절 문제를 법정 공방으로 끌고 간 데 대해 학부ㆍ대학원생은 물론, 동료 교수들까지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박 교수는 서울대가 표절로 판정한 논문 12건 중 11건은 징계시효인 3년을 지났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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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 직위해제 서울대 교수

명예훼손금지 가처분신청 첫 재판

지도교수로부터 논문 표절을 당했다며 서울대 대학원생 K씨가 작성한 대자보가 2017년 5월 서울대 인문대 광장에 붙어 있다. 정반석 기자

논문 대량 표절을 이유로 직위 해제된 서울대 교수가 표절 문제를 법정 공방으로 끌고 간 데 대해 학부ㆍ대학원생은 물론, 동료 교수들까지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 박범석)는 심리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박모 교수가 자신의 제자였던 대학원생 K씨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의 첫 재판이 열렸다. 앞서 박 교수는 “K씨가 나의 논문과 단행본 20건이 표절에 해당한다는 대자보를 학내에 붙였으나,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된 논문 8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대자보를 내리지 않을 경우 하루 100만원의 강제이행금도 신청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가 표절로 판정한 논문 12건 중 11건은 징계시효인 3년을 지났다는 입장이다.

법정에서 박 교수 측은 “K씨가 수 차례 비방성 대자보를 붙여 서울대와 다른 교수들의 명예까지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학원생 K씨 측은 “학문의 세계에서 연구 윤리 문제 지적에 시효가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이어 “서울대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논문 8편 가운데 2편은 외부학회가 표절로 판정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방청석의 서울대 학생들은 울분을 토했다. 박 교수의 제자였던 한 학생은 “본인의 표절 문제를 법정까지 끌고 온 것 자체가 참혹하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은 “최소한의 연구 윤리를 위반한 박 교수를 더 이상 연구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학부생들도 대자보를 내걸고 박 교수를 비판했다.

동료 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학과 B교수는 “대학 내 권력 관계 때문에 대자보 이외에는 진실을 알릴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배상을 요구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K씨”라고 호소했다. 박 교수 이외 국문과 교수 6명은 아예 법정 다툼과 별개로 박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동료 교수에 대한 직접 비판을 꺼리는 학계 풍토에 비춰 놀라운 일이다.

K씨는 2013년 지도교수이던 박 교수의 논문이 표절이란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서울대 인권센터 등에 호소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 뒤 K씨는 박 교수 논문과 단행본 20건에 대한 대조작업을 벌여 1,000쪽 분량 논문표절 자료집을 직접 만들어 연구진실성위원회에도 보냈다. 2017년에는 대자보를 게시하면서 문제를 공식화했다. 국문과 교수회의는 K씨 자료를 검토, 만장일치로 박 교수에게 사직을 권고했고(본보 2017년 6월 17일자 4면 '내 글 표절 학생신고, 4년간 묵살한 서울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06162078133092)), 지난해 연구진실성위원회는 20건 중 12건에 대해 “상당히 중한 부정행위 및 부적절 행위”라고 판정, 교원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요청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지도교수로부터 논문 표절을 당했다며 서울대 대학원생 K씨가 직접 작성한 총 1,000여쪽 분량의 제보책자. 2017년 6월 내용을 확인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진은 표절의혹이 제기된 박모 교수에게 만장일치로 사직권고 결정을 내렸다. 정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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