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쿠키뉴스

부린마을 조여 오는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 위협

김양균 입력 2019.09.05. 08:45 수정 2019.09.05. 09:00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김양균의 현장보고] 팔레스타인 르포.. 분리된 삶, 부서진 꿈⑤ <상>

올리브나무가 화염에 휩싸였다. 소유자는 팔레스타인 농부. 방화범은 이스라엘 정착민이었다. 정착민이 방화를 저지르는 동안 곁에 선 이스라엘 군인들의 제지나 만류는 없었다. 그렇게 올리브나무 200그루가 정착민의 화재와 공격으로 소실됐다. 재산피해는 10만셰켈(3만 달러). 그러는 동안 군인들은 담배를 피우며 빈둥댔다. 군의 비호로 팔레스타인 농부들은 진화는커녕 접근도 할 수 없었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팔레스타인의 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발생했다. 현지 활동가 갓산 나자르는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19초 분량의 짧은 영상에는 피점령국 국민의 억압받는 삶이 여실히 드러난다. 갓산 활동가는 계속되는 피해 현장을 영상 기록물로 남겨뒀다. 그는 이러한 활동 때문에 체포돼 2년간 복역했다. 감옥에서 풀려난 이후에도 이스라엘 군은 영상 탈취를 위해 수시로 그의 집을 뒤졌다. 취재는 엔지오 사단법인 아디의 도움으로 진행됐다. 

◇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  억압 여전 ‘기록’ 현재진행형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대도시 나블루스 남쪽에 위치한 부린마을에는 4000여명이 거주한다. 주민들은 대대로 올리브나무 경작을 통해 생계를 꾸려오고 있다. 이곳이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다큐멘터리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기 다비디·에마드 부르낫, 2011년) 덕분이다. 

다큐는 에마드가 아들의 성장을 기록하고자 마련한 카메라가 점차 팔레스타인인의 이스라엘에 대한 투쟁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스라엘군이 이곳에 국경을 치면서 가족과 이별하게 되고 경작지도 국경 때문에 쪼개지게 된다. 팔레스타인 거주민들은 저항하고, 이스라엘군의 폭력으로 카메라가 계속 부서지는 와중에도 에마드는 기록을 멈추지 않는다. 다큐의 배경이 바로 부린마을이다. 

이제 에마드의 필름 카메라는 갓산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국경 폐지를 요구하던 저항은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의 횡포와 폭력, 이스라엘 군의 동조와 비호를 고발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이들의 기록은 투쟁의 한 방식으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3개의 산 정상에는 기바로니(1982년), 브라하(1984년), 이츠하르(1999년) 등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이 순차적으로 세워졌다. 이곳의 정착민은 극단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착촌내 ‘톱힐유스’란 그룹은 팔레스타인 원 거주민에 대한 폭력과 공격을 자행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 그룹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조직적 공격을 ‘교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격의 대상에는 아이들과 청소년도 포함된다. 

“마을에는 3개의 학교에서 500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습니다. 정착촌과 인접한 고등학교는 상시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한번은 축구 시합을 하던 아이들을 향한 공격이 이뤄졌습니다. 정착민은 돌팔매질을, 군인은 최루탄을 쏘았댔다. 학생 3명이 부상당했습니다.”

갓산 활동가의 말이다. 그는 원 거주민에 대한 공격이 때로는 군사훈련 형태로 이뤄지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군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가택 수사 훈련’이 대표적이다. 한밤중에 군인들이 들이닥쳐 집안을 뒤지기 시작하는데, 영문을 몰라 이유를 물으면 그저 ‘훈련’이라고 둘러댄다는 것이다. 물론 사전 동의는 이뤄지지 않는다. 

◇ 정착촌, 땅 빼앗기 위한 수단 

장벽반대캠페인네트워크의 사라 하와자 위원은 말한다. “1976~1993년까지 서안지구내 정착민의 수는 19만3000명이었습니다. 1994년 오슬로 협정 이후 84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정착촌은 서안지구내 마을의 고립을 초래합니다. 농작물, 수자원 등 최소한의 삶 영위를 위한 요소에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1976년 이집트와의 평화협정, 1994년 오슬로협정 등 여러 아랍국가와의 협정을 맺었다. 사라 하와자 위원은 이러한 협정이 “팔레스타인을 고립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온 국가와 여러 세력의 이탈은 이스라엘의 경제 및 외교 수단을 통한 고립주의 정책의 결과인 셈이죠.”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알 하크의 샤완 자브린 대표도 “정착촌이 팔레스타인을 분리·고립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리적으로 보면 정착촌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상하 좌우로 나뉘어 조성되어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마을과 도시를 분할,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건립된 것이죠.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고요? 수자원 확보, 정치적 기획, 지리적 이점을 통해서였죠.” 

“식민지배와 분리정책, 점령정책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세계사적으로 매우 특별한 사례입니다. 정착촌은 외부에서 볼 때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원 거주민의 땅과 재산을 수탈하기 위한 좋은 수단입니다.” (계속)

나블루스, 부린=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포토&TV

    실시간 주요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