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박사 "기다려보자며 시간 끌지 말고, 영변 해체로 수위 낮춰야"

박성호 shpark@mbc.co.kr 2019. 9. 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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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약속했던 실무협상 재개는 두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습니다.

미국 내 최고 핵과학자이자 북한 영변 핵 시설을 네 차례 방문한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와, CIA 출신으로 북한을 30회 이상 방문한 대표적인 '대화파'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센터 협력연구원이 현지 시간 4일 '38 노스'에 기고한 <기다릴수록 상황만 악화된다> 는 글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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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약속했던 실무협상 재개는 두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요구 수위를 낮춰 영변 핵 시설의 동결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미국 내 최고 핵과학자이자 북한 영변 핵 시설을 네 차례 방문한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와, CIA 출신으로 북한을 30회 이상 방문한 대표적인 '대화파'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센터 협력연구원이 현지 시간 4일 '38 노스'에 기고한 <기다릴수록 상황만 악화된다>는 글에서입니다.

두 사람이 바라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문제 접근법은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최대한의 압박주의 접근'(maximalist approach), 즉 대량 살상무기를 포기하기 전까지 제재 해제는 없다는 접근은 거의 20년 동안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또 '압박하고 기다리는'(pressure-and-wait) 접근만으로는 북한이 대화에 나서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미국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We'll see what happens)고 늘 되뇌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도 사실은 별 대책 없는 소리라는 얘기가 됩니다.

핵과학자인 해커 박사는 북한의 핵 능력이 대기권밖으로 나갔다가 재진입할 정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필요한 테스트를 마쳤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 18개월 동안 이뤄진 북한의 무력 향상을 예사롭게 보지도 않습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로 중심점을 옮겼다고 해서 핵 프로그램 전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시작한 이후로도 계속해서 폭탄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했고, 무기의 디자인을 다듬고, 핵실험까지는 아니어도 시험을 지속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특히 영변에서 25 메가와트의 실험용 경수로(ELWR)가 지난 4월 초 위성사진으로 공개된 바 있는데요. 이것이 일단 가동되면 전기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급의 플루토늄과 삼중수소를 생산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해커 박사와 칼린 연구원은 "미국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앞으로의 협상은 훨씬 발전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탓에 더욱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영변'만이라도 확실히 해두자는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받지 않았던 '영변 핵 시설'의 동결과 해체를 주장합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중에는 '영변'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해커 박사는 영변 핵시설의 원심분리기를 자기 눈으로 봤고, 무엇보다도 과학자입니다.

해커 박사는 "영변 핵 시설은 한물 갔거나 하찮지 않다. 북한 핵 기획의 여전한 핵심이다"라고 주장합니다. 5메가와트 원자로를 해체하고 실험용 경수로의 가동을 막으면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과 삼중수소를 생산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찰단이 현장에 가면 영변의 과거 활동을 파악할 수 있으며 다른 곳의 숨겨진 핵 시설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합니다.

"영변의 검증된 동결과 해체"(a verified freeze and dismantlement of the Yongbyon)를 트럼프 행정부가 과연 검토할 수 있을까요?

해커 박사와 칼린 연구원이 생각하는 진정한 외교는 북한이 '쉽지만 실질적인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 대가로 미국도 '쉽지만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자는 요구로 요약됩니다.

이 글이 게재된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관해 서로 다른 두 자리에서 언급했습니다. 공통적으로 했던 말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보자"(We'll see what happens")였습니다.

박성호 기자 (shpark@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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