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차'만 있어도 "안 돼"..얼마나 가난해야 하나

윤정혜 2019. 9. 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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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공과금 서너가지 밀렸다는 정보로 숨어있는 위기 가정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한계, 어제 보도해드렸습니다.

복지부가 오늘 그 보완 대책을 표했습니다.

체납 정보에 '통신비'와 '건강 보험료'를 추가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주민들 체납 정보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또 이런 위기 가정을 직접 찾아가는 공무원도 만5천 명 늘어납니다.

그런데 정작 핵심은 '가난'의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 지원 대상이 되는 자체가 어렵다는 겁니다.

대체 얼마나 가난해야 하는 건지, 윤정혜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사는 박 모씨는 작년 말 사업 실패 뒤 수 천만원 빚더미에 올라 앉았습니다.

밀린 공과금만 해도 수 백만 원입니다.

[박모 씨/38세] "자기 차 세금 미납된 거, 벌금 내역. 그게 진짜 스무 장, 삼십 장이 날아오고. 가스비 같은 것도 막 삼백(만원), 수도세 백(만원)…"

가스 공급이 중단돼 지난 겨울 땔감으로 겨우 견뎌냈습니다.

우울증 약값마저 버거운 상황입니다.

[박모 씨/38세] "은 늘어만 가고 아이는 저렇게 혼자 엄마 없이 떨어져 있었고. 대인기피증부터 해서 점점 공황장애까지 계속 연달아 오고 많이 힘들었어요."

이 정도 형편이면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군청을 찾아가봤습니다.

[강원도 평창군청 관계자] " 힘들지 않나… 저희가 다른 쪽으로 (민간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안을…"

월 소득이 전무한데도 군청이 도울 수 없는건 박 씨의 트럭 때문입니다.

압류가 돼 있어 팔지도 못하지만,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산골에서 트럭이 없으면 아이 학교도 보낼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530만원짜리 트럭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는 될 수 없다는 겁니다.

[강원도 평창군청 관계자] "지금 재산으로 차가 잡혀 있기 때문에 저희가 선정할 수 있는 기준을 초과하시는 거거든요. 그 기준을 초과하시면 저희는 책정을 못 해드려요."

당뇨에 장애 5급인 지성수 할아버지는 반지하에 홀로 삽니다.

월 수입은 공공형일자리로 버는 27만원, 기초연금까지 다 보태도, 월세에 공과금 내면 끝입니다.

[지성수/68세] "부족하죠. (병원에) 한 번 가면 몇 만원 날아가죠. 그거 내고 집세 30만원 내고 공과금 내고 이렇게 해보다보면 아무것도..계속 쪼들려요."

이런 지 할아버지도 생계급여 심사에서 번번이 탈락하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연락이 끊긴 자녀가 어디엔가 살아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민경자/노원구 어르신돌봄지원센터] "이 어르신 같은 경우엔 자식하고 왕래가 없어요. 그런데 자식이 소득이 있다는 것 때문에, 제가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을 여러 번 해드렸는데 계속 안되는 거예요."

생계 급여를 받으려면, 1인가구 기준 월소득이 51만원을 넘어선 안되고, 부양의무가족이나 중고차가 있어서도 안된다는 조건 때문입니다.

이렇다보니 빈곤층은 17%에 달하는데,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3.2%에 불과합니다.

[홍정훈/참여연대 간사] "일정 소득, 자산 기준 이하가 되면 누구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받을 수 있어야 되는데 지금은 부양의무자 기준 같은 이상한 장벽이 계속해서 작용하고 있어서…"

송파 세모녀부터 탈북민 모자까지, 이들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던 배경엔 까다로운 가난의 기준을 넘어야 하는 복지의 높은 벽이 있었습니다.

오늘 발표된 주요 대책은 찾아가는 공무원을 더 늘리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작 위기 가정을 만난 공무원들이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말을 하지 않도록, 융통성 있는 복지 체계 마련이 더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영상취재 : 이지호 나경운, 영상편집 : 배우진)

윤정혜 기자 (jump@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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