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의 시선] 윤석열의 촉에 조국의 운명이 걸려든건가

박재현 입력 2019. 9. 6. 00:37 수정 2019. 9. 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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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본류는 권력형 비리 의혹
검찰, 별도 비리자료 확보한 듯
전 청와대 고위층 펀드 연루설
박재현 논설위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야당과 일부 언론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과거 발언을 상기시키며 윤 총장의 특유의 저돌적 수사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조 후보자의 셀프 기자간담회 이후 관련자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 등 검찰의 전격전이 이어지자 그에 대한 사법처리, 더 나아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예측해 보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조 후보자의 자택과 딸의 경남 양산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윤석열과 조국의 약속대련(約束對練)일 지도 모른다”던 냉소적 관측은 점점 수그러 들고 있다. 수사 초기 몇몇 법조인들은 윤 총장이 취임한 지 불과 한달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정권과 각을 세우려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 후보자 주변 인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여론에 밀려 수사의 형식을 갖추면서 시간을 끌려는 전략으로 의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영혼적 동지라는 조 후보자를 검찰이 나서 굳이 끌어내릴 이유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 등과 관련해 조 후보자의 부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총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 등은 향후 검찰 수사의 파장이 생각 외로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기 전에 ‘인사 참고자료’를 서둘러 전달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전직 검찰총장은 “총장이 되면 검찰조직은 물론 정부, 특히 대통령의 리더십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면서 “입시부정 의혹 등과 관련된 수사는 대통령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번 수사가 단순히 조 후보자 가족들의 사문서위조나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확인하는 선에서 그칠 것 같지는 않다. 민주당 관계자가 주장한 것처럼 ‘청룡언월도(삼국지의 관우가 사용했던 칼이자 창)’를 휘두르게 된 검찰이 모기나 잡고 ‘수사 끝!’을 외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윤 총장의 입장에선 자신의 명예와 자리를 건 수사가 됐다. 수사의 본게임은 권력형 비리라고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치고 들어가지 않을까.

윤 총장과 40년 지기인 한 법조인의 전언. “윤 총장은 수사 때 감(感)과 촉(觸)을 중시한다. 그 촉에는 기본적인 자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촉이 맞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간다.” 윤 총장이 수사 능력을 인정받았던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이 비슷한 케이스다. 그는 제보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의 감과 촉을 믿었고, 당시 사표를 불사하며 정몽구 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관철시켰다.

이번에는 어떤 자료가 그의 촉을 자극했을까.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대검의 자료분석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감지된다. 윤 총장의 브레인 역할을 맡고 있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이 전략을 짰다는게 정설로 거론된다. 단초는 입시부정 의혹이었지만 조 후보자 가족펀드의 뒷배를 응시했다.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 말고 자체적으로 수집한 비리정보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수사과정은 최순실 특검의 판박이처럼 될 수 있다. 윤 총장은 삼성바이오 사건을 맡고 있는 특수4부를 제외한 1~3부 중 특수2부를 지목했다. 부장검사를 비롯한 검사들이 특검에 파견돼 윤 총장과 호흡을 같이 한 경험이 있다.

결국 검찰의 향후 수사는 가족 펀드를 시발점으로 비리의혹 고리를 찾는데 집중될 전망이다. 검찰 주변에선 주식 투자 등 이재에 밝았던 전직 청와대 고위인사가 여권 인사들에게 펀드 투자를 권유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돈과 관련된 수사는 자연스럽게 계좌추적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과거 정부 때 빠짐없이 등장했던 권력형 부패스캔들의 서막일 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 후보자의 장관 임명에 상관없이 수사는 굴러갈 수 밖에 없는 가능성이 커졌다. 고집 센 정치권력에 또 다시 개혁 대상으로 찍힌 검찰권력이 어떤 결기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사족 하나=조 후보자의 자택이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진 것은 문 대통령과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최소한 예우로 해석해야 한다.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았다고 본인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말은 교과서에만 집착한 현실감 떨어지는 방언(放言)에 불과하다.

◆사족 둘=윤 총장과 수사팀에 대한 법조계 일부의 또다른 평가는 “이들이 일을 벌이는 것은 잘하지만 매끈하게 마무리하는데는 서툴다”는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수사를 봉합하지 못해 수사권 남용 시비에 휘말리곤 했었다.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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