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저자 올려준 교수 "조국 딸, 2장짜리 조악한 초고만 냈다"

김동하 기자 2019. 9. 7. 03: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국 의혹 확산] 조국 딸 논문 취소 전말
소명자료에 "논문 내가 써.. 조씨는 '감사의 말' 정도에 넣었어야"
병리학회의 논문 취소 사유는 '저자 부적절·윤리심의 허위기재'
그런데도 조국은 "논문 취소는 교수 허위기재 탓, 딸과 관련없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씨를 병리학 영문 논문 제1저자로 올려준 단국대 장영표 교수가 대한병리학회에 '조씨는 해당 논문 작성에 기여한 바가 사실상 전혀 없다'고 밝힌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반면,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딸아이가 영어를 잘해 논문에 큰 기여를 한 걸로 안다"고 했었다.

장 교수는 지난 5일 해당 논문에 대한 소명(疏明) 자료를 병리학회에 제출했다. 자료는 논문에 실린 저자 개개인 기여 부분을 각각 분리해 설명했다. 병리학회에 따르면, '조씨 기여 부분'으로 제출된 자료는 논문 초반부가 담긴 A4용지 2장 분량 워드프로세서 파일이었다. 통상 논문은 서론, 연구방법, 연구결과, 결론, 고찰의 5단계로 이뤄지는데 이 파일은 서론과 연구 방법까지 작성돼 있었다.

장 교수는 당시 한영외고 1학년이던 조 후보자 딸이 썼던 논문 초반부에 대해 "초고는 보다시피 미숙하고 조악한 수준이라 (완성된) 논문은 내가 다 썼다. (조씨가) 성실히 했지만 저자 규정상 (제1저자로) 올리기엔 부족했다. (조씨 이름은) 논문 마지막 부분 감사의 말 정도에 올리는 게 적당했다"고 밝혔다. 조씨가 작성한 부분이 완성된 논문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장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조씨가 기여를 100% 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저자 중 가장 많은 기여를 했다"고 했던 것과 배치된다.

병리학회는 장 교수 소명을 바탕으로 "(장 교수가) 저자 역할의 부적절성을 인정했다"며 논문을 직권 취소했다. 병리학회 관계자는 "장 교수 소명 자료에는 왜 조씨를 1저자로 올렸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병리학회가 해당 논문을 취소한 데 대해 "딸아이와 관련이 없다"면서 장 교수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조 후보자는 "병리학회가 논문을 취소한 것은 그 교수님 문제이지, 제 딸 아이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조 후보자는 해당 논문이 'IRB(연구윤리심의위원회) 승인을 받았다고 허위 기재한 점' 때문에 취소된 것을 거론하며 "제 딸 아이는 IRB를 알지 못하고 체험활동하고 인턴을 한 것이 전부"라고도 했다. 하지만 병리학회 관계자는 "논문 취소 사유엔 IRB 허위 기재뿐 아니라 저자 자격 미충족도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 후보자는 딸의 논문 1저자 등재로 연결된 단국대 의대 인턴에 대해선 "저나 제 처가 청탁한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장 교수는 앞서 조씨를 인턴으로 받게 된 배경에 대해 "아내가 조씨 어머니와 같은 학교 학부형"이라며 "(조씨가) 외국 대학 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해서 1저자로 한 것"이라고 했다. 조씨의 한영외고 동창인 장 교수 아들(28)은 이 논문이 병리학회지에 등재된 바로 그해(2009년)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했다. 당시 조 후보자가 참여 교수로 있던 곳이다.

조 후보자는 2009년 딸이 공주대에서 인턴을 하는 과정에 자신이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제가 (담당) 교수에게 청탁한 적이 없다"고 했다. '조 후보자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동창인 공주대 교수에게 먼저 연락해 딸의 인턴십을 부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딸이 여러 교수 분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 뒤로 교수님으로부터 와도 좋다는 답을 받아서 시작했다"고 했다. 정 교수와 공주대 교수의 통화 여부에 대해선 "처가 통화했는지는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청문회 자리는 '아내한테 물어보겠다'고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공주대 교수와 아내가 여러 차례 전자우편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