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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의 자녀인 90년대생은 누굴 찍을까

윤호우 기자 입력 2019.09.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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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정국’을 계기로 내년 총선 전망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반일 및 북한 이슈, 경제 이슈 등이 한꺼번에 ‘조국 대전’으로 빨려들어갔다. 문재인 정부 3년차까지 줄곧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던 여권은 청문회 정국에서 방어국면에 몰렸다가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조국 대전’을 통해 가장 주목받는 세대는 1990년대생인 20대다. 조국 후보자의 딸 입시 의혹에 대해 관련 대학에서 촛불을 들고 나선 일부 대학생들이 20대인 데다, 이 의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세대가 바로 20대일 것이라는 여론 때문이다.

서울대 학생회관 앞에서 8월 28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주최의 ‘제 2차 조국교수 STOP ! 서울대인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젠더 문제, 북한 변수 등에 민감

20대는 86세대의 자녀세대다. 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녀 대학 때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운동을 경험했다. 대부분의 세대가 50대를 넘어가면서 보수화됐지만 이들 세대는 50대가 되어서도 진보적인 색채가 남아있는 첫 세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세대의 아들과 딸은 대부분 1990년대에 태어나 2010년대에 대학을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20대다.

청문회 정국에서 논란이 된 조국 후보자는 86세대의 상징적인 인물 중 하나다. 조국 후보자의 딸은 1991년생이며, 그의 아들 역시 1990년대생이다. 청문회 정국 이후 20대의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부모와 자녀세대인 86세대와 1990년대생의 미묘한 관계 때문이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86세대와 1990년대생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서로 영향을 끼치는 세대”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20대는 다른 연령대와 달리 독특한 양상을 보였다. 20대 이외의 세대는 같은 연령대에서 남녀의 정치적 견해 차이가 크게 없었다. 반면 20대는 남성과 여성이 같은 연령대로 묶을 수 없을 만큼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20대 남녀의 평균값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가 제공한 올해 1~6월 매월 정기조사 구간통합 테이블(6개월 합계,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을 보면 ‘대통령 직무평가’ ‘정당 지지도’ ‘총선 후보 지지도’ ‘정치적 성향’ 등에서 20대 남성은 보수적 성향, 20대 여성은 진보적 성향을 나타냈다. 리서치뷰 조사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19세·20대 남성(6개월 합계 514명) 중 ‘보수’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46.8%, ‘진보’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30.7%였다. 20대 남성의 성향과 가장 비슷한 연령대는 60대였다. 60대는 이 조사에서 보수성향이 53.6%, 진보성향이 28.1%였다. 홍형식 소장은 “몇 년 전에 20대 보수화 논쟁이 있었지만 20대와 60대가 의식이 같다고 보면 안 된다”면서 “20대 남성은 젠더 문제뿐만 아니라 군복무와 관련이 있는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 자기 이해와 관련된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20대 여성은 페미니즘 네트워크가 이전부터 형성돼 있으나, 20대 남성은 온·오프라인에서 체계화된 네트워크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이 아닌 동일 세대 남성의 집단적인 견해가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견해가 보수적인 성향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국정 평가, 정당 지지도 남녀 엇갈려

19세·20대 여성은 20대 남성과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달랐다. 19세·20대 여성(6개월 합계 315명)은 보수성향이 23.9%, 진보성향이 54.9%였다. 전 연령대에 걸쳐 가장 진보 성향이 많았다. 20대의 부모 세대인 50대(6개월 합계 1354명)에서는 보수가 44.0%, 진보가 38.2%였다. 안 대표는 “지난해 동계올림픽에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이 일 때부터 20대 남성의 생각이 20대 여성과 다른 결을 보이면서 여론조사에서도 20대의 경우 남성과 여성을 세분화해서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무평가에서 19세·20대 남성 중 34.8%는 ‘잘함’이라고, 62.0%는 ‘잘못함’이라고 응답했다. 전 연령대를 포함한 전체 평균 ‘잘함’ 48.6%, ‘잘못함’ 47.3%과 비교하면 20대 남성은 직무평가에 아주 부정적이었다. 60대의 ‘잘함’ 37.7%, ‘잘못함’ 57.0%보다 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부모 세대인 50대에서는 ‘잘함’이 43.2%, ‘잘못함’이 53.0%였다. 홍형식 소장은 “60대는 보수적 정치관 때문에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지만, 20대 남성은 여성권익 향상 정책을 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20대는 젠더 문제에 민감해 남성 역차별에 대한 반발기류가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고 말했다.

19세·20대 여성은 문 대통령 직무평가에서 같은 연령대의 남성과 정반대의 현상을 보였다. 20대 여성 중 ‘잘함’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64.7%, ‘잘못함’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30.8%였다. 각 연령대 중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19세·20대의 남성과 여성은 선택이 엇갈렸다. 20대 남성은 더불어민주당 지지가 28.5%, 자유한국당 지지가 20.4%였다. 반면 20대 여성은 민주당 지지가 51.1%로 절반을 넘어섰고, 한국당 지지가 11.1%에 불과했다. 홍 소장은 “20대 남성들이 군복무 2년 이후 여성과 취업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연령대에서 남녀 간 대립적 구도가 형성돼 있다”면서 “때문에 젠더 문제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있어서 20대는 남녀 간 동질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당 지지도에 대한 전 연령대 평균은 민주당 지지 39.6%, 한국당 지지 25.2%였고, 부모세대인 50대는 민주당 지지 35.0%, 한국당 지지 27.8%였다. 정당 지지도에서 특이한 점은 19세·20대 남성에 있어서 바른미래당에 대한 지지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20대 남성의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21.0%에 이르렀다. 민주당 지지(28.5%)보다는 낮지만, 한국당(20.4%)보다는 높았다. 반면 20대 여성의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3.8%에 불과했다.

안일원 대표는 “2017년 대선에서도 20대 남성은 유승민·안철수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면서 “20대 남성은 한국당과 민주당 같은 거대 기득권 정당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어서 제3정당을 선택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20대 여성의 경우에는 정의당 지지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12.4%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당 지지 11.1%보다 높은 수치다.

20대 남녀가 다른 특성을 보이지만 공통적 특징도 있다. 엄경영 소장은 “20대는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데다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시대에서 매스(대중) 대신 철저한 개인의 시대를 누리는 세대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이들은 북한문제에 대해서도 3040과 다르게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며, 반일이나 정치적 민감 사안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사고하는 경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자유롭고 개성이 넘치는 1990년대생 20대가 내년 총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만큼,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홍형식 소장은 “내년 총선에서는 40대와 50대 중반까지가 민주당을 많이 지지하고, 60대 이상이 한국당을 많이 지지해, 양쪽 세대가 맞붙는 구도가 된다”면서 “때문에 승리의 조건은 20∼30대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안일원 대표는 “양대 정당 대결 시 40대 이하 젊은 세대에서 민주당이 60%를 득표해야 승리할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20대 남성이라는 축이 무너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20∼30대는 한국당을 지지하는 층이 얇다”면서 “이들이 투표장으로 나가느냐 나가지 않느냐가 관건인데, 투표장에 나가면 민주당이 유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20대의 정치적 선택은 투표장으로 나가지 않는 것과 투표장에 나가 민주당을 찍는 것, 아니면 제3당을 찍는 것 등 세 가지가 있다”면서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내년 총선의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탈한 민주당 지지층 무당층으로

정치권에서는 ‘조국 대전’이 20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갤럽의 8월 5주 정기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에 따르면 조국 장관 후보자 적절성에 대한 질문에서 19∼29세는 ‘적절’이라는 응답자가 23%, ‘부적절’이라는 응답자가 51%였다. 전체 연령대의 적절 27%, 부적절 57%와 비교하면 ‘적절’과 ‘부적절’ 모두 더 낮았다. 뜨거운 찬성과 반대가 아닌, 냉정함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안 대표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숫자로 또렷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20대 남성들에게 ‘조국 장관 임명 찬성’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보다 높은 것으로 추론된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반감은 있지만, 오히려 ‘조국 대전’ 같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더 중립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엄경영 소장은 “갤럽의 8월 5주, 4주, 2주 여론조사를 비교해보면 민주당에서 20대가 일부 빠져나갔지만 한국당으로 가지는 않고 무당층·유보 등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2040세대가 한국당 비토 정서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기권성향이 나타날 수 있으나 보수가 재편되지 않으면 결국 민주당과 정의당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국 대전’이 총선에서 20대의 선택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내년 총선에서 부모세대인 86세대와 자녀세대인 1990년대생은 똑같은 선택을 할까,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까. 홍 소장은 “조사를 해보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입시문제로 자녀들이 바쁘지만, 대학 이후 부모들과 정치적 의식에 대해 대화를 하게 된다”면서 “때문에 86세대와 1990년대생이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성향에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86세대가 1970년대생 후배에게 선배로서 영향을 미치는 커플링(coupling) 효과를 끼치고 있다면, 앞으로 86세대가 1990년대생에게 부모로서 영향을 미치는 커플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추론했다.

엄 소장은 “86세대가 민족주의-매스(대중) 중심-소셜미디어(SNS)라면, 90년대생은 자유주의-개인-온라인동영상으로 차별화된다”면서 “1990년대생은 전면적인 ‘반(反)꼰대세대’로서의 세대 독창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꼰대세대에 속하는 86세대와 반꼰대세대인 90년대생이 똑같은 선택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20대는 어릴 때부터 50대 부모에게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50대가 자식들에게 계몽적인 훈계를 한다고 20대가 그대로 받아들여 똑같은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부모 86세대와 자식 20대의 연관된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앞으로 (여론조사에서도) 세대 연구의 분석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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