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으로 가는 친형 강제입원 의혹..이재명의 정치 명운은?

최모란 2019. 9. 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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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56) 경기도지사의 정치 행보에 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던 1심 재판부와 달리 항소심 법원이 이 지사에게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굳은 표정으로 법원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발목을 잡은 것은 이 지사를 지긋지긋하게 따라 다닌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이다. 법원은 이 지사가 친형인 고(故) 이재선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던 혐의(직권남용)에 대해선 무죄라면서도 선거방송에서 이를 부인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선 죄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을 왜곡해 선거인들의 판단을 그르치게 했다"는 것이다.

법원 "허위사실 공표 맞다"…벌금 300만원 선고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이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 중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4개 혐의별 판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 나머지 세 가지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되는 만큼 이번 선고형이 최종 확정되면 이 지사는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친형 강제입원'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2012년 4~8월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기 위해 보건소장 등에게 강압적인 지시를 했다는 의혹이다. 지난해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왔던 이 지사는 선거 방송에서 이런 의혹을 묻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형의 정신병원 입원은 형수와 조카가 했다. 형의 정신건강진단도 어머니와 형제, 자매들이 의뢰했고 나는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굳은 표정으로 법원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항소심 법원은 직권남용에 대한 부분은 "피고인이 보건소장 등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지시했다고도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선거방송 토론회 발언에 대해선 문제를 제기했다. "보건소장 등에게 강제입원을 지시하고 일부 진행이 됐는데도 선거방송에서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선거인들의 공정한 판단을 오도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는 것이 법원이 판단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 지사의 변호인은 "직권남용은 무죄라면서 같은 사안의 선거방송 발언을 문제 삼아 허위사실공표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모순된 해석이고 지사직 상실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것은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 대법원이 진실에 입각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예상 밖의 결과…술렁이는 공직사회
이 지사가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자 공직사회는 술렁이고 있다. "1심처럼 모두 무죄가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1심처럼 모두 무죄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당선무효형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현재 경기도가 추진하는 사업의 상당수가 이 지사가 앞장서 추진했던 것인데 벌써부터 사업에 지장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이 지사는 취임 후 공정·평화·복지를 앞세워 '이재명표 정책'을 추진해왔다. 청년기본소득, 산후조리비, 무상교복 등 3대 복지정책 이외에도 지역화폐 법제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 공공택지개발 이익 환원(재투자), 통일(평화)경제특구 입법화, 남북교류협력사업 제도 개선,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자치분권 시행, 수술실 CCTV 확산,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 구성을 통한 전국사업화 등에 치중해 왔다. 최근엔 하천·계곡 불법 영업 철퇴, 닥터헬기 본격 운영 등 사업으로 도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4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선고로 추진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 지사는 올해 들어서만 10차례나 국회에서 정책 토론회와 심포지엄, 간담회, 협의회 등을 개최했는데 이 중 7차례는 지난 5월 1심 무죄 판결 이후였다.
이번 항소심 판결로 다시 도정에만 집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지사는 지난 재판 때도 준비하고 법정에 출석하느라 고생했다. 1심은 106일간 20차례나 진행됐고, 검찰 항소로 7월부터 시작된 항소심에서도 36일간 6차례나 법정에 섰다.

이 지사의 정치인생에도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친형 강제입원 의혹'은 이 지사를 내내 따라다닌 상처 중 하나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기사회생했지만,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하면서 다시 한번 위기에 놓였다. 친형과 연관된 여러 가지 사건이 다시 회자하면서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그의 정치적 입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친형 강제진단이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선거방송토론의 발언 일부를 두고 유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법원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흔들림 없이 도정에 임하겠다"고 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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