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는 일시 정지" 한 배달대행업체의 결단

유지영 2019. 9. 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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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업체 '베테랑' 양평점, 배달 기사들 안전 위해

[오마이뉴스 유지영 기자]

 배달대행업체 '베테랑' 양평점에서 음식점 점주들에게 보낸 공지.
ⓒ 라이더유니온
 
"폭우로 인해 오토바이 운전이 힘들 것 같습니다. 기사님들의 안전을 위한 결정이니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립니다. 일시적인 정지입니다."

지난 5일 오후 3시 30분경 한 유명 배달대행업체 지점이 음식점 점주들에게 보낸 공지다. 비가 쏟아져서 오토바이 운전이 어려워지자 음식점 포스기 배달 창에 공지를 띄운 것이다.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페이스북 계정에 이 문자를 소개하면서 "돈보다 안전. 이윤보다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돈보다 안전"이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현실에서 배달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잠시 멈춘 업체도 존재했다. 이 공지를 띄운 곳은 '베테랑'의 양평점이다. 양평점 정지용 대표에게 6일 오후 전화를 걸어 어떤 배경 아래 내린 결정인지를 물었다.

정지용 대표는 "5일 오후에는 갑자기 강풍이 심하게 불어서 기사들의 안전 때문에 30분가량 '(배달) 일시 정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나 눈이 오는데 제설작업이 안 돼 있는 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 특히 배달 노동자들에게 위험하다고 했다.

'일시 정지' 기준이 있느냐고 묻자 정 대표는 "나도 주문이 밀려서 바쁠 때는 오토바이를 타는데 내가 운전을 했을 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오토바이가 미끄럽거나 시야 확보가 안 되는 경우 양해를 구하고 일시 정지를 한다"고 답했다.

제13호 태풍 '링링'이 6일을 기해 한국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지금 정지용 대표는 이미 태풍 준비도 마쳤다.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을 고려해 "점주들에게 태풍 상태에 따라서 (배달이) 일시 정지 가능하다고 전달을 해둔 상태"라는 것. 일기 예보에 따르면 태풍 '링링'은 배달 업체가 가장 '콜'을 많이 받는 토요일 저녁에 수도권을 지나갈 예정이다.

"사고 나는 것보다는 욕심을 줄이면 어떤가"

정지용 대표는 비나 눈이 내리는 경우 배달 건수가 더 늘어난다고 했다. 평균적으로 200건 정도라면 날씨가 궂은 날에는 50건이 더 들어온다고. 배달 건수가 25%가 증가하는 셈이다. 주문이 많은 날 배달이 중지되면 음식점 점주들이 불만을 느끼지 않을까. 정 대표는 "불만이 있는 거래처들이 많다"면서 "전화로 상황을 말씀드리거나 직접 찾아가서 양해를 구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오늘만 배달하는 게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배달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배달하다가 배달 기사가 다치기라도 하면 배달이 더 늦어진다는 식으로 이해를 시킨다"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달 노동자들은 '콜수'에 따라서 돈을 받는다. 배달을 중지하게 되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임금이 더 적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정 대표는 작년 태풍이 왔을 때 배달 노동자들의 출근을 지연시키고 대신 배달 노동자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했다.

정 대표는 "일을 못 한 만큼 챙겨줬다"며 "그렇게 서로 이해를 해줘야 믿고 더 일을 오래 하더라. 기사를 매일 구하는 것보다 이렇게 일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대부분이 생계형으로 일을 하시는 분들이라 '이 정도로 배달을 안 해?'라면서 불만을 갖기도 하는데 '다 형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서 타이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기사가 적어서 일이 많아지면 거래처를 줄이면 되고 기사가 많아지면 거래처를 늘리면 된다"며, 배달을 강행하는 타 배달대행업체에 "사고 나는 것보다는 욕심을 줄이면 어떤가. 기사와 상생해서 걸어가야지 독식하면 탈이 나는 것 같다"고 제안했다.

폭우 속 배달은 단순히 배달 노동자들에게만이 아니라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이용자들에게도 좋지 않다. 정 대표는 "음식을 배달하는 과정에서 포장지에 비가 많이 묻을 수도 있다"면서 "젖어서 음식 상태가 변할지도 모르고 포장지 훼손이 심할 경우에도 일시 정지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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