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항생제, 중국이 쥐고 있는 희토류보다 더 강력한 대미 카드

문예성 입력 2019.09.08. 05:00 수정 2019.09.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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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7월8일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한 약사가 항생제 일종인 독시사이클린을 들고 있다. 독시사이클린은 탄저균 감염시 사용하는 항생제 일종이다.

【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희토류나 미국 국채보다 더 강력한 카드가 있다. 그것이 바로 '항생제'다.

그동안 희토류 수출 규제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평가됐다.

스칸듐, 이트륨과 란탄계열 15개 등 17가지 광물질을 의미하는 희토류는 열과 전기가 잘 통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전기차 등 첨단 전기·전자·광학 분야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희토류는 '희귀하다'는 이름과 달리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다른 원소와 합쳐져 있기 때문에 추출하기 어렵다. 아울러 추출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국 이외 지역에서는 생산 규모가 크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이 대(對)미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희토류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95%를 차지하는 반면 희토류 최대 수요국은 미국이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희토류 대미 무기화를 공식 시사했다. 최근 중국 희토류 산업 협회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는데 이는 중국이 희토류를 미국과의 무역 전쟁의 무기로 활용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음을 의미한다.

이밖에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한 보복 카드로 미국 국채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월 중국은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 지위를 일본에 내줬지만, 여전히 1조1120억 달러(약 1339조원)에 달하는 미 국채를 보유했다.

그러나 언론에 크게 알려지지 않은 항생제는 이들보다 더 강력하고 치명적인 카드다.

앞서 미국의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지난 7월31일 청문회에서 미국내 항생제 중 97%는 중국에서 수입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공개했다.

'워터게이트' 특종을 터뜨렸던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기자의 저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따르면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한 차례 사적인 모임에서 중국산 의약품과 연관된 안보를 강조하면서 “만약 당신이 중국인이고, 우리를 정말로 파괴하고 싶다면 항생제를 보내지 말아라”고 언급한 적 있다.

게리 콘은 미국내 항생제 중 96.6%는 수입에 의존하고 수입되고, 페니실린 등 필수 항생제들은 미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항생제뿐만 아니라 미국 내 원료의약품(API)의 약 80%는 중국과 인도로부터 수입된다. 예로, 미국이 탄저균 감염시 사용하는 항생제 일종인 독시사이클린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료도 중국으로부터 수입한다.

미국이 중국산 항생제 등 의약품에 극도로 의존하는 상황은 왜 형성됐을까. 바로 2000년대 후반 미국의 많은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해 중국 등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제약업을 첨단산업 육성정책인 '중국 제조 2025' 계획에 포함시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중국은 '원료의약품 세계 공장'이 됐다. 세계 제1 원료의약품 생산국과 수출국으로서 중국은 전 세계 약 20%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한다.

지난 2009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제약회사 시노백 바이오테크에서 한 직원이 생산중인 H1N1 독감 백신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보건 분야 싱크탱크인 헤이스팅스센터의 로즈마리 깁슨 고문은 지난 7월 한 청문회에서 "중국이 원료의약품 수출의 문을 닫으면 미국의 병원은 기능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밝혔다.

그렇다면 중국산 원료의약품은 대체제가 없는가? 그 해답은 "있다"이다. 그러나 그 대체제는 중국산보다 훨씬 더 비싸다. 인도는 역시원료의약품 생산 대국이지만, 현재 인도산은 중국산보다 35%~40% 비싸다. 일부 전문가에 따르면 인도는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70%~75%의 원료를 수입하고 있다.

중국 측도 항생제 수출 제한을 카드로 인지하고 있다.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교수이자 중국 경제사상 및 실천연구원 원장은 지난 3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회의 기간 무역전쟁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항생제 무기화’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리 교수는 “중국은 반도체칩 분야에서 타국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세계 최대 비타민 생산국, 항생제 원료 수출국인 중국이 관련 수출을 줄인다면 어떤 선진국(미국) 의료체계는 원활하게 운용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항생제 수출 제한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 '도덕적인 고려' 때문이다. 항생제는 사람 생명과 연관된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보복 조치를 할 경우, 중국은 도덕적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다.

둘째, 중국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완제의약품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 등 국가에 희토류를 수출하지만, 희토류를 이용해 만든 반도체칩을 사들이는 듯이 절대다수 원료의약품을 수출하는 동시에 미국 등 선진국이 생산한 의약품을 수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1일부터 항암제 등 28종 수입약품에 대해 ‘0%’ 관세를 잠정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내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하고, 환자들이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과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중국은 충분히 많은 반격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기기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층 더 격화되면서 중국이 항생제 무기화 공식화로 미국을 위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ophis73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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