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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의 현장 보고] 벽에 막힌 팔레스타인 의료.. 예루살렘 가면 치료비 3배

라말라(팔레스타인)=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입력 2019.09.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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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세균 감염 유독 많아.. 첨단 의료기술·기기 철저 통제
이스라엘의 분리장벽과 검문소 등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동의 제한으로 여러 불편을 겪고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분리장벽과 각종 검문소로 인해 진료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지역 내 조성되고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의 수자원 강탈 등은 건강과 위생, 경제적 피해를 야기하는 요소이다. 지난달 13일부터 열흘간 엔지오 사단법인 아디의 ‘팔레스타인 평화여행’에 동행해 서안지구의 전역을 돌아봤다. 현장에서 만난 의사와 간호사 등 관련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이스라엘 점령으로 인한 팔레스타인의 보건의료 실태가 심각한 수준임을 토로했다.

이-팔 관계는 과거 일제식민지 시대를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지난 1993년 미국의 주도로 체결한 오슬로 협정에 의해 팔레스타인은 A, B, C 지역으로 분할됐고, C지역을 제외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자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서안지구 대부분이 포함된 C지역은 이스라엘의 지배하에 놓여있으며, 속속 조성되고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의 각종 횡포로 원 거주민의 삶은 피폐해져 있었다.

대도시 나블루스에서 만난 지역 시민단체 ‘탄위르’의 요셉 박사는 “팔레스타인 사람 중에는 암이나 자폐, 발달장애를 가진 이들이 많지만 전문의가 부족한 현실”이라며 “단체는 지역민들에게 간단한 건강검진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진료소 조성을 위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간호사의 말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자하니 헬스워커스커뮤니티 활동가겸 간호사는 기자에게 “병원간 이동거리가 멀고 체크포인트(검문소)로 인해 제때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이동검진소를 통해 간단한 유방암 검진 지원을 실시하고 있지만 여건이 열악하다”라며 “C지역의 유아 및 아동들은 세균감염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아에 대한 관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블루스에서 만난 소하 나자르 활동가는 자폐아전문치료센터 건립을 준비 중이다. 그의 자녀도 발달장애를 앓고 있다. 자폐로 인해 학교에서 쫓겨난 아픈 경험이 그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다. 교육과 그림치료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려면 6000~1만달러가 필요하지만 후원 및 지원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소하 활동가에 따르면, 자폐아 출산시 특히 소규모 지역사회에서는 이 사실을 숨기려는 분위기가 많다. 학교에 보내도 쫓겨나는 일이 다반사라 적절한 치료와 재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는 자폐아가 적지 않다. 그는 “자폐아 전문학교나 전문 프로그램이 전무하다”며 “전용 치료센터는 예루살렘에 위치해 있어 이스라엘 당국의 특별 출입 허가를 받아도 2주밖에 다녀올 수 없다”고 말했다. 참고로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 지역을 오가는데 제한을 받는다. 해외에 나가려면 이스라엘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동에 현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해 팔레스타인 법률가 단체인 ‘알 하크’의 샤완 자브린 대표는 “위중한 상황에서도 구급차 이동에 제한이 있어 이송 중 사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유엔개발계획(UNDP) 소속 칼리드 활동가도 “첨단 의료기술이나 의료기기는 이스라엘의 통제를 받고 있는데, 만약 ‘군사적’ 목적과 연계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의료장비의 반입이 불허, 들여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의료접근권의 제약을 해소코자 팔레스타인 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팔레스타인 의료구호센터(palestinian Medical Relif Society)’는 관련해 여러 지원 활동을 펴고 있다. 모하메드 아부시 총괄책임은 “의료접근권을 기반으로 의료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며 “가자지구나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어렵사리 예루살렘의 병원에 가더라도 3배 이상의 치료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라말라(팔레스타인)=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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