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에도 '소파이' 같은 'P2P 금융' 기업 나올까

김은성 기자 입력 2019.09.0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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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소파이, 미 대학 학자금 대출로 시작…글로벌 핀테크 기업으로 우뚝
ㆍ‘P2P 법안’ 국회 정무위 통과…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 등 기대감
ㆍ횡령·부도 등 사고 많았던 P2P 금융…진입장벽 높여 부실 우려 차단

“은행하지 마세요, 이제 소파이 하세요(Don’t bank, SoFi).” 광고비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 2016년 챔피언 결정전에 등장해 화제가 된 광고 문구다.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의 약자인 소파이(SoFi)는 2011년 미 스탠퍼드대 학생들이 모여 학자금 대출을 시작한 개인 간(P2P) 금융 기업이다. P2P금융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개인 대 개인 간의 금융’을 뜻한다.

소파이는 주 이용고객인 대학생들의 생애주기에 맞춰 이후 주택과 자동차 대출 상품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직이나 승진 등의 비금융 정보를 이용한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만들어 금리를 개인별 상황에 따라 차등화했다. 또 기관투자가들의 투자를 유치해 자영업자와 외국인 노동자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사람들로 서비스 대상을 넓혀갔다.

이처럼 틈새시장에서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소파이는 급성장했다. 2015년에는 일본 최대 재벌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핀테크 업계 사상 최대 투자금액인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받아 글로벌 핀테크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에는 인터넷은행을 인수하며 은행업무를 모바일로 해결할 수 있는 앱을 선보이면서 기존 은행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소파이 같은 P2P기업이 탄생하기 위한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다. 핀테크 업계의 숙원이던 P2P법안(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발의된 지 2년 만인 지난달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은행업이나 여신전문금융업처럼 ‘P2P 산업’을 위한 독립적인 법이 생기는 것이다.

법제화가 끝나면 금융당국과 업계가 목표한 개인 중금리 대출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금리 대출로 소상공인을 육성한 영국 사례를 감안하면 향후 정부 정책과의 연계 가능성도 엿보인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P2P법안이 통과되자 “중소벤처기업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며 “작은 것을 연결하는 강한 힘을 만드는 데 함께하겠다”고 격려했다.

P2P법은 업계의 진입 장벽을 높여 부실 우려를 줄였다. 앞으로 영업을 하려면 최소 5억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고 인적·물적 설비, 임원·대주주, 사회적 신용 등의 요건을 충족해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P2P업체의 자기 자금 투자는 모집액의 80% 이하로 투자금이 모였을 때 자기자본 내에서 허용된다. 금융회사도 연계 대출 금액의 40% 이내에서 연계 투자를 할 수 있게 했다. 같은 차입자가 두 번째 대출을 받을 때는 이전에 내준 대출액의 10% 이내로 대출한도를 제한한다. 투자한도는 투자 목적과 재산, 투자상품 종류 등을 고려해 투자자별로 적용키로 했다. 구체적인 시행령은 금융당국이 연내 마련할 예정이다.

그간 P2P업체는 대부업으로 분류돼 행정지도를 받았다. 행정지도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 가짜 공시나 횡령, 부도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업계는 P2P금융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면 부실 우려가 줄어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P2P금융시장의 대출 규모는 2016년 12월 4683억원에서 올해 6월 5조1000억원대로 4년 새 10배 넘게 커졌다. P2P상품의 투자 수익률이 10% 내외이다 보니 저금리 기조였던 2016~2018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급성장한 것이다.

당국이 부동산 규제로 은행의 대출 문턱을 높이자 대출자도 몰렸다. 이 같은 수요를 보고 200여개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겼는데, 상당수가 ‘무법지대’를 틈타 손쉬운 부동산 담보대출 영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전체 대출액 중 절반 이상이 중금리 대출 같은 신용대출이 아닌 부동산 대출이다. 하지만 관리가 부실해 연체율이 높아졌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P2P금융업체 45곳의 평균 연체율은 8.5%로 2016년 6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2017년 4월 0.89%, 2018년 4월 1.77%에 비교하면 최고 10배가량 높다. 부동산시장이 식으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하던 업체들이 타격을 받았고 투자자들도 손실을 입었다. 현재는 평균 연체율이 7%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P2P 법제화가 완료되면 금융회사도 대체투자 상품으로 P2P금융의 활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P2P업체로선 조달 창구가 넓어져 금리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회사가 P2P업체를 평가하고 상품투자에 참여하면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핀테크 업체인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의 온라인 플랫폼에선 P2P투자 상품이 ‘완판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P2P투자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기에 원금 손실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P2P업체 평판과 실적을 꼼꼼히 확인하고, 과장광고를 하는 곳은 피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만큼 소액 위주의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며 “수익률 외에도 P2P업체의 연체 회수 능력과 공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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