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3번씩이나 부탁했는데 뭉갰다"..박능후·박원순 겨냥한 국립중앙의료원장
복지부·서울시 "이전 협의 계속할 것"
'실세' 정 원장, 복지부 들이받은 양상
"이전 문제 이슈화하러 중단 선언 질러"
기능 강화 의료원 옮겨야 하지만 난관
정 원장 강한 반발에도 장기화 가능성
중앙의료원은 8일 예고 없이 실무팀 해체 등 원지동 이전 작업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전 부지가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역할에 적합하지 않은 데다 사업 주체인 복지부와 서울시의 결정 지연으로 행정력 낭비가 초래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중앙의료원의 갑작스러운 의견 표명에 복지부와 서울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양측은 경부고속도로 소음 문제, 공간 부족에 따른 추가 부지 매입 등을 두고 계속 실무 협의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일각에선 "정 원장이 지방 이전을 원해 일부러 원지동 이전 무산을 주장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원지동 이전은 국민과 약속인데 (이전 중단은) 원장 개인 생각으로 판단한 것이다. 서울에 못 남게 할 핑계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프레임 짜기’라며 반박했다. 그는 "이전 무산을 선언했지만 지금이라도 복지부·서울시 협의가 마무리되고 원지동 이전 결론이 나면 어떡하든 따르겠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의 중앙의료원은 기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향후 중앙감염병병원, 공공의대 교육수련병원 등의 역할도 맡게 될 예정이라 이전 또는 확장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원지동 이전의 가장 큰 문제인 고속도로 소음 해결을 위해선 총사업비(4415억원)의 절반 가까운 2000억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병병원에 대한 주민 여론도 좋지 않다. 중앙의료원에선 원지동 진입 도로 사정 등이 좋지 않다는 점도 불만이다. 정기현 원장은 "국가중앙병원이 아니라 노인요양병원이 들어갈 만한 부지"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당장 다른 지역 이전을 고려하기도 쉽지 않다. 2014년 복지부와 서울시가 업무 협약을 맺는 등 오랜 기간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원지동 부지 대금 700억원 중 400억원가량을 서울시에 지불했기 때문에 이전 포기에 따른 ‘매몰 비용’이 크다. 이 때문에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시와의 이전 논의가 원만하게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서 결론을 지금 당장 뭐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중앙의료원에서 성급하게 나선 면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에서도 "이전 부지가 더 필요하다고 해서 추가 매각할 계획이었다"(나백주 시민건강국장)는 반응이 나왔다. 결국 정 원장의 반발에도 중앙의료원 이전 문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여전히 클 것으로 보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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