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가이버 칼' 유전자가위..신소재도 뚝딱

원호섭 2019. 9. 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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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MIT연구진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카스12a 효소로 싼
투명젤리 히드로겔 소재개발
특정 DNA 만나면 형태 변화
원하는 부위에 약물 전달 가능
표적 항암제·병원균 진단 활용
미국 연구진이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Crispr)를 활용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신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DNA 교정에 탁월한 성과를 낸 유전자 가위가 소재 분야로까지 활용 범위를 넓힌 셈이다.

제임스 콜린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DNA로 이뤄진 '히드로겔(Hydrogel)'을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바꿀 수 있는 '스마트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투명한 젤리처럼 생긴 히드로겔은 수용성(물에 녹는 성질) 고분자가 물리적으로 결합된 형태를 띠고 있다. 연구진은 히드로겔 표면을 단일 DNA로 연결해 그물 형태 히드로겔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처럼 단일 DNA로 이뤄진 히드로겔을 3세대 유전자 가위에 사용하는 효소로 덮어씌웠다. 기존 3세대 유전자 가위에는 '카스9(Cas9)'로 불리는 DNA 절단 효소가 포함돼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부위의 DNA를 자를 수 있다. 연구진은 카스9 대신 '카스12a(Cas12a)'라는 효소로 히드로겔을 덮었다. 기존 유전자 가위가 두 가닥으로 된 DNA를 끊는다면 카스12a는 히드로겔의 단일 DNA 가닥을 끊을 수 있다.

김용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교정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카스12a는 사용자가 원하는 암세포 등에서 발현되는 특정 DNA를 만나면 그 DNA를 자름과 동시에 히드로겔의 단일 DNA 가닥을 모두 자르는 특성이 있다"며 "연구진은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해 히드로겔 형태를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사용자가 원하는 DNA를 만나면 카스12a가 이를 자르고 동시에 히드로겔 겉을 그물 형태로 감싸고 있는 단일 가닥 DNA까지 잘라버리게 된다. 히드로겔을 지지하고 있는 단일 DNA가 잘리면서 히드로겔 형태가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스마트 신소재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일례로 암세포의 DNA를 인지할 수 있는 카스12a를 만든 뒤 히드로겔 안에 항암제를 집어넣을 수 있다. 이후 실제로 암세포를 만나면 카스12a가 작동하면서 히드로겔 DNA가 잘려 나가고 안에 있던 항암제가 암세포에 작용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식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의 DNA를 자를 수 있도록 카스12a를 만든다면 빠르게 병원균을 진단할 수 있는 센서 개발도 가능하다"며 "유전자 가위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인 연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MIT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히드로겔을 이용해 에볼라 바이러스를 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들었다.

2012년 등장한 3세대 유전자 가위는 생명공학계 '혁명'으로 불릴 만큼 손쉽게 DNA 교정이 가능하다.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유전자 교정을 하면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1만개 넘는 유전질환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의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미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병충해에 강한 상추와 같은 작물이 개발됐고 근육 성장을 막는 유전자를 제거해 몸집이 큰 돼지도 선보였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홉' 없이도 수제 맥주를 만드는 기술이 나왔고 모기 유전자를 조작해 불임을 유도해서 모기 개체 수를 줄이는 실험도 성공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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